-
-
나의 작은 공
이가 시베크.프셰미스와프 시베크 지음, 최영민 옮김 / dodo / 2023년 3월
평점 :
여기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여우 투텍이 있다. 여우라기엔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털을 가진 투텍. 이 말 안에서도 느껴지는, ‘여우라기엔’은 우리가 정형해놓은 수 많은 것들을 떠올리게 한다.
꼬리가 어찌나 덥수룩한지, 마치 다른 여우가 뒤에서 따라오는 줄 알았을 정도로 털이 많은 털복숭이 투텍의 삶은 불편한 것 투성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불편한 건 털 뭉치 속을 헤집고 다니는 작은 벌레들.
그러던 어느 날 투텍은 자신이 가장 아끼는 은행나무를 꼭 껴안아본다. 그때 스르륵 떨어지는 작고 빨간 공. 그 공을 만난 투텍은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다.
빨간 공을 만난 투텍은 더이상 자신의 털들이 거추장스럽거나 불편하지 않다. 오히려 포근하고 부드럽고 기분이 좋기까지 하다. 그 털 때문에 하지 못했던 일들이 이 빨간공과 함께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고 또 즐겁게 이뤄진다. 그리고 자신의 기쁨을 알아가고 난 후 자연스럽게 빨간공을 스르르 밀어주는 투텍의 모습에서 내 삶의 빨간공은 무엇이었나를 떠올려보게 되었다.
그 빨간공이 꼭 다른 사람이 필요도 없고 어떤 상황이나 대상일 필요가 없다는데에 생각이 미쳤다. 어떤 일이 계기가 될 수도 있고, 누군가의 호의나 도움 일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스스로의 깨우침이나 돋움이 발판이 되어 자신을 바꾸어나갈 수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에게도 분명 단점을 긍정적으로 바꾸어, 또는 가꾸어 나갈 수 있는 힘이 분명 있을 것이다. 단점이라고 생각할 것도 없이 나를 이루는 한 부분이라고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면 그 빨간공은 외부가 아닌 내 안에서 충분히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살아오면서 수 많은 나의 단점들이 다듬어지고 깎여나가고, 버려지고, 가꿔졌다. 돌이켜보니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봐주었던 수 많은 좋은 사람들속에서 시나브로 녹여졌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투텍이 은행나무를 껴안은 것처럼 스스로 껴안음으로써 자연스럽게 획득한것도 있다. 나를 내려놓지 않았다는 것, 나의 빨간 공을 다음 사람에게 넘겨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지는 하루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도 자신만의 작은 공을 다음 사람에게 나눠줄 수 있기를...
#도서지원 #도도출판사 #그림책추천 #최영민옮김 #그림책읽는엄마 #양산어린이독서회 #책벗뜰 #책사애 #양산 #서창 #그림책디자인국제공모전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