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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똥을 눈 아이 ㅣ 안도현 선생님과 함께 읽는 옛날이야기 1
안도현 지음, 김서빈 그림 / 상상 / 2020년 12월
평점 :
원호는 아침에 엄마가 갈아준 케일 주스부터 자신이 무얼 먹었는지 하나하나 떠올려본다. 콩밥에다 고등어구이, 밥한공기를 뚝딱 비우고 일어섰다. 학교에 등교해서 점심으로 먹은 급식은 잡곡밥에 북엇국, 부족했지만 맛있었던 편육까지... 아무리 생각해도 맛있게 잘 먹은 기억밖에 없다. 근데 왜? 생사의 갈림길 앞에 선 듯, 온 몸이 땀으로 젖은 원호는 똥이 나오기 일보직전이다.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가 똥을 눴는데 그 똥이 세상에나 물·고·기?!?
급한데로 바가지에 물고기를 담아 방으로 들어온 원호는 급하게 컴퓨터로 검색을 해본다. ‘물고기 똥’, ‘물고기를 싼 사람’, ‘물고기 부화’, ‘인간물고기’.
‘오어사’라는 단어가 눈에 콕 박힌다. 동네에 있는 절이었다.
[오어사 : 원효대사와 혜공선사, 두 스님이 개천의 물고기를 산 채로 잡아먹고는 물고기 변을 봤다. 한 마리는 살아서 물을 거스러 올라가고, 다른 한 마리는 죽어 아래로 내려갔다.] 무작정 자신의 물고기를 들고 오어사의 절을 찾아가는 원호.
절에서 만난 스님은 원호와 원호의 물고기를 보고 원호에게 이야기한다. 그동안 강 근처에 살면서 아무데나 쓰레기를 버리고 물고기를 마구 잡아 괴롭히지 않았느냐고... 원호는 그간 하천에서 자신이 한 짓들이 떠오른다. 쓰레기를 마구 버리고 오줌을 싸기도 하고, 쓸데없이 막데기를 마구 휘저어 물속을 어지럽힌 적도 많았다. 스님의 말씀은 바로 그간의 원호의 잘못이 하늘의 벌이라는 뜻이었다.
물고기를 놓아주며 용서를 비는 원호의 모습을 보며 오래된 옛 이야기와 지금 우리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이야기 속에서 배울점들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원효대사와 혜공선사의 오어사에 얽힌 이야기 말고도 삼국유사에 실려 있는 ‘연오랑 세오녀’ 이야기로 엮은 <사람을 태우고 헤어치는 바위>와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을 하고 올라간다는 전설의 하선대 바위 이야기 <하선대 이야기>, 조선 시대 이강 선생을 만날 수 있는 4층으로 연결된 조선시대 도서관의 이야기 <숲속의 도서관>이야기와 수영훈련의 슬럼프에서 힘들어하는 소녀에게 나타난 용과 함께 수영을 하며 다시 용기를 얻는 이야기 <바다에서 용을 만난 날>로 책은 이어진다.
<연어>라는 시로 너무나도 유명하신 안도현 시인님이 들려주시는 아이들을 위한 옛이야기, 그 첫 번째 시리즈책으로 옛 이야기를 요즘 아이들의 세태에 맞게 잘 이어붙인 이야기들 속에서 신비롭고 흥미롭게 또 흡입력 있게 각각의 단편속으로 쭉 빨려들어갈 수 있었다. 정해져 있는 이야기들의 축을 조금은 색다르게 접할 수 있다는 설렘과 지금 읽었을 때 예전의 그 이야기가 전혀 떠오르지 않는 신선함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이야기들 속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안도현 선생님과 함께 읽는 옛날이야기2 고양이의 복수’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