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슬도치 아저씨의 달콤한 친절 한울림 꼬마별 그림책
오이어 지음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고 약한 것들은 무르고 여려서 잘 스며들고 잘 벌어진다. 그래서 그 틈은 아주 작은 힘 만으로도 망가뜨리기가 쉽고 망가진 것들은 함부로 다루기가 용이해진다.

 

이 책 <곱슬도치 아저씨의 달콤한 친절>은 고슴이라는 꼬마 아이의 외롭고 적막한 틈을 친절과 상냥의 가면을 쓰고 접근해 자신의 편의를 취하고 마음대로 조종하는 곱슬도치 아저씨가 나오는 그루밍범죄를 다룬 그림책이다.

 

실제 저자는 범죄의 피해자이기도 하고, 이 그림책 자체가 재난 그림책 공모전을 통해 세상에 나오게 된 책이기도 하다. 아빠와 단 둘이서 사는 고슴이는 나쁘고 지쳐 있는 아빠와의 사이에서 늘 외로움을 느끼게 되고,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 곱슬도치 아저씨는 따스한 눈빛과 다정함으로 무장한 채 단번에 고슴이의 마음을 빼앗아간다. 아저씨의 일을 도와주는 것으로 아저씨의 마음으로 가까이 다가가 있다고 느끼는 고슴이는 서서히 아저씨의 횡포에 세뇌되어 가지만 스스로가 느끼면서도 그 감정에서 빠져 나오기에는 너무나도 미숙하고 약하기만 하다.

 

이 책이 무심히 넘겨지지 않는 것이 아이들이 보는 그림책에 실린 그림과 단어들에서, 고슴이의 표정과 말들, 또 그림책이 담고 있는 색채가 너무나도 스며든다라는 느낌이 강하게 인다. 다 읽고 난 이후 처음 드는 생각은 아주 어린 아이가 아니면 이 책을 많은 아이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까이 하는 어른이 냉정과 다정 사이를 오고 가는 모습 속에서 혼란스러워하는 고슴이의 모습에서 그럴 때 느껴지는 불안정한 감정이 얼마나 온당한지가 잘 표현된 그림들이었다.

 

방 안에만 갇혀 있는 고슴이를 찾으러 오는 아빠의 모습에서 그래도 그 작고 여린것들을 구할 수 있는 존재가 어른일 수 있다는 데에 희망적인 메시지를 발견했다. 아빠 때문에 그리 되었다로 해석 되어 질 수 있지만 사실 알고 보면 누구 때문이 아니라 그런 틈 사이를 교묘하게 찾아다니는 나쁜 사람들이 있을 뿐이니 말이다. 그런 부분들이 아이들이 잘 이해했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참 친절과 가면을 쓴 친절을 잘 구별하기란 어른들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 친절이 참인지 거짓인지 헷갈리기 시작하고, 뭔가가 잘못됐다고 느꼈을 때 발빠르게 빠져나올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도, 또 책을 접하는 어른들에게도 잘 전달되기를 바라본다.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