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과거는 자신이 이미 겪은 일이기 때문에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데 미래는 가능성만으로 존재할 뿐이라 조금도 상상할 수 없다는 것. 그런 생각에 인간의 비극이 깃들지요.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과거가 아니라 오히려 미래입니다. 29

 

미래를 기억한다는 말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기억한다라는 말이 주는 어감이 뭔가모르게 과거로 향해 있는데 그것 또한 한번도 미래를 더듬어 볼 수 없었다는데에 또 마음이 미치자 이 글들이 전해주는 잔잔한 메시지들에 고개가 주억거려지기도 하고, 또 기우뚱 옆으로 기울어지기도 한다.

이 단편 <이토록 평범한 미래>는 두 번을 내리 읽었다. 처음 읽었을 땐 심오한 의미를 내가 잘 잡아내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었는데 한번 더 읽고 나니 그 마음 자체가 이 글이 주는 의미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민이의 부모님은 다시 살기를 선택한 것일까 죽음을 선택한 것일까. 그들에게 마지막은 끝이었을까 시작이었을까. 그들이 생각이 미래는 지나간 것들의 교합이었을까 아직은 오지 않은 미지의 투성이었을까. 이런 여러 가지 생각들이 정리 되지 않은 채 머릿속을 떠다녔고 그게 그냥 나의 소감이 되어버렸다.

김연수님의 글은 언제나 그 느낌 자체가 그냥 나의 소감이었던 것 같다. 그 느낌을 해석할 말도, 이해시킬 단어도 떠올리지 못한 채 그저 그럴까? 이럴까?로 툭툭 던져지는 질문들이 많았었던 것 같다.

 

우리가 달까지 갈 수는 없지만 갈 수 있다는 듯이 걸어갈 수는 있다. 달이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만 있다면. 마찬가지로 우리는 달까지 걸어가는 것처럼 살아갈 수 있다. 희망의 방향만 찾을 수 있다면. 73

 

옮겨 쓰고 보니 별 의미가 없는 것 같은데 <진주의 결말>이라는 글을 읽고 있는 와중에 만난 저 문구는 내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 편지 속의 문장이지만 이 책을 전체적으로 읽고 난 후에 각 단편의 주인공들에게서 발견한 느낌이 저 문장 속에서 발견한 희망의 방향만 찾을 수 있다면에 걸쳐져 생각해 보게 된다.

각기 다른 모습의 그들이었지만 그들의 삶 속에 크고 작은 절망과 상실들이 뒤섞인 삶의 모습에서 저마다 달까지 걸어가는 모습을 상상해보곤 했다. 그들이 그 방향만 찾을 수만 있다면 그 절망의 크기가 작아질 수 있을까?

 

모든 단편에 바다가 나온다. 한강 작가님이 이라면 김연수 작가님은 바다. 416일의 바다가 나와 다시 또 마음이 먹먹하기도 했다.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에서 그 날의 바다와 밤바다가 진하게 잔상에 남았고 아이의 방학이 끝나면 가까운 바다를 찾아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이 책은 작년 말부터 한 편씩 나눠 오랫동안 읽은 책이다. 애정하는 작가님이기도 하거니와 다른 분들의 서평이나 또 22년 소설가가 뽑은 올해의 소설에 뽑히기도 할 만큼 어마어마한 책이라 그 감흥을 찬찬히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결론은 나만의 속도대로 또 음미하며, 소리 내어 읽어가며 (언제고부터 많은 감정을 느끼고 싶을 땐 소리 내어 읽게 되는데 효과가 좋다) 재미있게 잘 읽었다. 읽다가 책장을 뒤져보니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이 눈에 확 꽂힌다. 기회가 되면 <청춘의 문장>과 함께 올해 안에 꼭 읽어 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