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제학 콘서트 ㅣ Economic Discovery 시리즈 1
팀 하포드 지음, 김명철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인쇄매체의 위기’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는 요즘이다. 이제 인쇄매체는 라디오, 텔레비전뿐 아니라 무섭게 진화하고 있는 인터넷이라는 시공간을 초월해 우리의 삶에 폭넓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매체와도 경쟁을 해야 하는 때가 되어버렸다. 이런 가운데 꼭 읽어야 하기에 고전이라고 분류되는 기존의 책들과 달리 새롭게 발표되는 서적들은 다양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독자들의 관심과 흥미를 잘 포착하고 이에 제대로 부응하면서도 유용한 지식전달 측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두 마리 토끼 잡기”의 부담감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사람들이 듣기만 해도 복잡한 수식이나 숫자를 떠올리고 손사래를 치며 지레 겁을 먹는 “경제”라는 주제에 대해서 이렇게 흥미와 지식전달의 균형잡기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재테크, 잘 사는 법 등에 대해 높아진 관심은 여러 종류의 경제학관련 서적들, 특히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서려는 교양 경제학 서적들의 출시로 이어졌다.
나 역시 ‘경제’라는 단어가 주는 부담감과 함께 최근 부쩍 생겨난 관심 때문에 이러한 서적들을 몇 권 읽게 되었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내가 읽었던 몇몇 책들은 그들이 내세우는 캐치 프레이즈에도 불구하고 흥미와 지식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는 실패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책은 지나치게 흥미위주의 사건들을 중심으로 설명하다 보니 읽는 동안은 지루하지 않았으나 읽고 난 후 특별히 뭔가를 얻은게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으며, 또 실생활에 직접 와 닿지 않는 예를 들어서 거리감을 느끼게 하기도 했다. 또 어떤 책은 지나치게 이론에 중심을 두어 경제학을 처음 접하는 나에게는 난해하게 느껴졌으며 설상가상으로 번역이 매끄럽지 않은지 한국어인데도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도 많았다.
그런 내게 이 “경제학 콘서트”가 다가왔다. 경제학 콘서트는 한참 한국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스타벅스의 가격문제라든지 슈퍼마켓에 관련된 예 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로 시작함으로써 일단 독자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서도 그 속에 경제학 개념들을 사용한 적절한 설명을 가미하여 마치 씨실 날실을 엮어 한 폭의 완성된 천을 짜내듯이 흥미와 지식을 잘 버무려 한 장 한 장 완성도 높은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특히 각 장의 마지막에 그 장에서 사용된 경제학 개념에 대한 요약 및 정리라고 할 수 있는 “경제학자의 노트”를 통해 전체의 이야기 흐름 속에서 잠시 놓칠 수 있는 중요 개념을 다시 한번 독자의 머릿속에 심어줌으로써 이 책이 여타의 흥미에 중점을 둔 책들과 어떻게 다른지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이 책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책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소소한 주제들로 시작했지만 그 주제가 결코 이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록 스타벅스와 슈퍼마켓이야기로 시작했지만 한 장 한 장 지나며, 그 주제를 게임이야기를 통해 보는 인생으로, 한 나라의 개발정책과 정부이야기로 더 나아가 중국관련 주제나 “다 함께 잘사는 방법”까지 점진적으로 넓혀 나간다.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의 소소한 일상에서 시작하여 어느덧 굵고 큰 주제로 그 관심사를 확대시켜 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다양한 주제의 섭렵이 수박 겉핥기 식으로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할 수 도 있겠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이렇게 한 권의 책 속에 작은 주제에서부터 시작하여 큰 주제까지 점차적으로 아우르며 통일성을 잃지 않고 하나의 큰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는 점을 높이 사고 싶다.
독서를 하다 보면 흔히 하게 되는 경험이겠지만 어떤 책들은 한 번 읽고 “그렇구나.” 하고 끝나버리는 책들이 있는가 하면 “아, 이 책은 다른 사람에게도 꼭 한 번 읽어보라고 추천해야지.” 하는 책들이 있다. 나에게 “경제학 콘서트”는 어떤 책이었는가 묻는다면 주저하지 않고 후자를 택할 것이다. 이 책은 경제학은 막연하게 어렵기만 할 것이라는 나의 선입견을 깨뜨려준 흥미로운, 나를 이야기에 푹 빠뜨린 책이었으면서도 다 읽고 나서는 무엇인가 배운 것이 있어 뿌듯함을 느끼게 하는, 흥미와 지식 전달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책이었다. 분명 다른 사람도 나처럼, 마치 소설책에서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읽는 것을 멈추지 못하듯이 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읽고 난 뒤의 뿌듯함 역시 온전히 독자의 몫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