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랑정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임경화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자기 전에 잠깐 30분만 읽고 자야지..하며 책갈피를 들고 있던 손이 무색하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결국 마지막까지 단숨에 읽어버리고만, 덕분에 나를 새벽에 자게 만든 추리소설, '회랑정 살인사건.'  

  동반자살사건으로 종결된 회랑정의 화재사건을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 굳게 믿는 주인공과 그 때 그곳에 있었던 모든 인물들이 반 년이 지난 어느 날 다시 그곳에 모인다. 그 곳에서 주인공은 과연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인가? 

  이 책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을 가지고 있는데 보통 이런 시점에서 서술하며 주인공이 직접 범인을 밝혀내기 위한 추리에 들어가는 소설이 많지는 않다. 내 기억이 맞다면 분명 '셜록홈즈 시리즈'에서의 왓슨도 1인칭시점에서 사건을 관찰하고 서술하고 있지만 그는 직접 사건을 해결하는 '셜록홈즈'는 아니며, 여타 다른 작품에서도 탐정이 1인칭 관점에서 서술하는 경우는 별로 못 봤던 것 같다. 기억나는 작품이 있다면 1인칭 관점으로 유명한 아가사 크리스티의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정도? 어쨌든 1인칭 주인공의 관점에서 범인의 실체를 추리해 나가기 때문에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우리가 그 추리 과정에 꽤 자세히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적 탐정이 아닌 이상 주인공은 이 가설이 옳은가? 저 가설이 옳은가?를 고민하고 때로는 범인을 헛짚기도 하고, 독자가 여러가지 추리를 통해 이런 저런 가능성을 생각해보면서 그것을 주인공의 생각과 비교해보며 읽는 재미가 있다. 게다가 마치 내가 주인공인것 마냥 정체가 탄로나는게 아닐까 두근 두근하기도 하고. (이건 스포일러성 발언이 아니다. 앞에 몇 장만 읽으면 나오는 얘기이니.) 

  물론! 그렇다고 해서 주인공이 모든 정보를 아낌없이 공개해주는 건 아니다. 어느 추리소설이나 그렇듯이 주인공 역시 중요한 정보를 숨기고 있었으니... 하지만 그래도 그건 다른 소설과 비교하여 비교적 높은 정보공유도를 생각하며, 그리고 반전을 위해서 필요하니 사알짝 애교로 보고 넘겨주자.  

  그리고 반전. 이 반전이 있기에 실상은 많은 추리소설에 있을 법한 얘기가 그래도 좀 더 다르게 느껴지는게 아닐까? 어쩌면 '누가'가 중요한게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결과'가 아니라 여러가지 의미에서 '과정'이 중요했던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결론은 사필귀정인가? 아냐, 그보다도 이건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를 떠올리는게 더 적절할지도 모를 결말이다. (사실 그녀, 너무나 안타깝고 가여웠지만 후반에 거침없는 단호한 행동을 보였을 때 조금 무섭기도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