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속으로 - 젊은 생태학자의 7년 아프리카 오지생활
델리아 오웬스.마크 오웬스 지음, 이경아 옮김, 최재천 감수 / 상상의숲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젊은 생물학도 부부가 달랑 텐트하나와 6000달러를 들고, 그 전까지 아무도 살지 않던 칼라하리의 마른 계곡으로 들어가서, 오트밀가루와 분유가로로만 버티며 7년 동안 사자와 하이에나를 연구한 이야기. (원제; Cry of the Kalahari)   

아프리카의 야생생태학자들은 당연히 오아시스 옆에 살 줄 알았다. 그건 그야말로 생존의 '기본'이라고 생각했으므로. 그런데 이들은 자기들이 살기 편한아니라 연구대상(하이에나)을 가장 잘 관찰할 수 있는 곳을 골라 물에서 300Km나 떨어진 곳을 집으로 정했다. 이 책을 읽고 가장 놀란 건 바로 이것이었다.  두 번째로 끔찍한 건 쥐들이 몸 위에서 잠을  잔다는 이야기였다. 매일 똑같은 음식(가루)만 먹어야 하고(보관도 쉽지 않고, 무엇보다 돈이 없어서), 야행성동물들을 뒤쫗느라 늘 잠부족에 시달린다는 것도 그 전엔 몰랐다. 어쩌다 한 번(몇 달에 한 번) 마을에 나와 말벗을 찾아도, 이미 정서가 너무 다른 보통사람들 사이에서는 더욱 외로움을 느낀다는 것, 무전기 하나, 마취총 하나 살 돈이 없어서 여기저기에 연구비를 구걸해야 한다는 것, 태풍이나 산불이 와도 아무데도 피할 곳이 없어 그야말로 몸으로 트럭과 텐트 끝을 붙잡고 버텨야한다는 것 등, 그 전까지 막연히 동경하고 있었던 '야생생태학자들의 낭만'이라는 개념을, 이 책은 여지없이 부숴주었다. 이들의 가장 힘든 점은 당연히도, 여기 도시 사람들과 똑같이 '돈'이었다!  

그럼, 그 고생의 댓가로 그들은 무얼 얻었을까? 그들은 사자와 갈색하이에나의 생태에 대해 그 동안 몰랐던 것을 알게 되었다. 외톨이로 살아갈 거라고만 알려져있었던 갈색하이에나들이 탁아소에서 공동육아를 하고, 하이에나들은 아빠가 누군지를 잘 알기어렵고(암컷이 이 무리 저 무리를 상당히 개방적으로 옮겨다님), 하이에나는 떠돌이생활을 하기도 하지만 먹이가 있을 때는 같이 먹는다는 것 등을 밝혀냈다. 또 사자 같은 상위포식자들은 건기가 되면 먹이가 부족해져서 활동반경이 우기에 비해 4배 이상 넓어지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배고픔에 허덕이며 그럴 때는 아주 작은 생물(쥐라든지)도 가리지 않고 잡아먹으며, 건기 때는 8개월 이상을 물을 먹지 않고도 버틸 수 있다는 것. 경쟁에서 진 수컷은 죽을 수 있으며(상처로 사냥이 힘들어) 심지어는 사자도 굶주려 죽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객관적 성과보다도 더 좋았던 건, 이들이 그 곳 동물들에게 받아들여졌다는 사실이 아닐까?  사자와 하이에나들은 텐트울타리에 툭하면 오줌을 갈겨 영역표시를 하고, 부엌을 제 집 뒤지듯 뒤지고, 트럭 타이어를 씹어대고, 때로는 손 내밀면 닿을 거리에서 같이 앉아 밤을 보내기도 했다. 맘만 먹었으면 이들을 공격하거나 심지어는 먹이로 삼을 수 있었을 텐데, 다행히도 그러지 않았고, 새끼들 근처에서 이들이 장시간 있는 것도 허용했고, 무방비삳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그렇다고 이들 인간들이 절대 안전했다거나 그들 무리의 구성원으로 인정받았다는 말은 아니다) 책을 읽다보면, 사자나 하이에나들이 이 연구자들을 자기네들과 별 관계없는(먹이사슬 대상이 아닌) 그냥 덤덤한 이웃으로 인정했음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것은 결코 아무나 맛볼 수 있는 혜택이 아니다!

머리말에서 이들은, 그 동안 자기네들이 알아냈던 가장 중요한 것은, '동물을 보호할 방법을 찾은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건기에 엄청난 누 떼가 물을 찾아 이동하는데, 그들은 목 말라 죽기 바로 전에야 간신히 물에 도착할 수 있다. 그런데,- 바로 거기에 인간이 만든 장벽이 물을 막고 있는 것이다! 구제역 방지를 위해 쳐놓은 울타리인데, 이 울타리를 우회하면서 수많은 누들이 목마름과 피곤에 지쳐 죽어버린다. 그리고 가까스로 도달한 물웅덩이는- 거긴 야생보호구역이 아니기 때문에- 사냥꾼들에 의해 살육의 축제장이 되어버린다! 그걸 보고 이 생물학자들은, 야생동물을 살리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그들의 땅(건기에 물을 마실 수 있는 충분한 땅)을 우리 인간이 침범하지 않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수많은 죽음을 바로 눈앞에서 보면서 말이다.  

자기들이 직접 목걸이를 달아주고 이름을 붙여 몇 년간 연구했던, 아니 몇 년을 이웃으로서 같이 살았던  사자가, 관광객들의 사냥총에 한 장의 가죽 전리품이 되어버린 광경을 본 이들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그리고 그게 끝이 아니라 다른 어떤 동물들도 언제라도 똑같은 일을 당할 수 있음을 너무 잘 알는 그들이 다시 아프리카로 돌아가 '오웬스야생보호기금'을 통해 전세계 자연보호를 위해 일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고 나서 WWF회원이 되려고 사이트를 찾아보았다. 우리나라 지부는 없나보다. 후원회원이 되려고 약정을 하고 돈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찾았다. Pay Pal을 통해 가능한 것 같다.   

생물학자가 되려는 학생들, 또 동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동물의 왕국 한 장면을 건지기 위해 그 뒤에서 수십, 수 백 시간을 기다렸을 스텝들의 노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하지만, 동물의 왕국에 안 나오는 동물들,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못하는 동물들이 훨씬 더 많으며, 그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생존의 위협 앞에 무방비일 수밖에 없다. 나는 그들과도 같은 행성에 살고 싶다. 비록 내가 직접 보지 못하고 만지지 못해도, 그들 역시 이 지구의 공기를 마시며 같은 하늘 아래 잠자고 있어야 내가 더 행복할 것이다. 난 최대한 많은 다른 생물들과 같이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우선은 이 책을 널리 권하는 일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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