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회 일본 문화 - 동경대 특별 강좌
이토 아비토 지음, 임경택 옮김 / 소와당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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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우리나라보다 중앙집권화가 늦게 되어서인지, 일본에서는 모두가 똑같은 농부로 사는 게 아니라 산촌에서는 산촌대로, 떠돌이 어부는 떠돌이 어부대로 다르게 삶을 살았고, 그런 다른 모습들이 '비정상'이 아니라 삶의 다양한 방식으로 인정받았다고 한다. 조직문화, 튀면 안 된다고 흔히 말해지는 것들도, 이에(家)의 문화라는 점에서 보면 좀 달라 보인다. 개인보다 이에가 우선한 것은 사실이나, 그 이에는 우리나라의 집안처럼 폐쇄적이고 불변인 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외부 사람이 대를 이을 수도, 아들이 아니라 딸이 이을 수도 있는 것이었다. 즉, 자기가 그 이에의 문화가 맘에 안 들면 나가면 되는 것이다. 속을 알 수 없는 입에 발린 소리? 그건 다시 보자면 상대방에게 무안을 주지 않고 체면을 살려주는  매너일 수도 있다.  

일본은 말이 아니라 물건을 중요시하는 사회라 한다. 말로 고맙다는 건 쓸데없고 물건을 주어야 한다는 말이다.(말은 오히려 적을수록 좋다) 기술을 익히는 것도, 말은 필요없이 실제 행동 하나하나를 아주 세밀히 배워야 한다. 그러다보니 추상적인 개념 같은 게 들어설 여지가 없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말로 다 해먹는다'(좀 나쁘게 말하자면) 미안함을 표시할 때도, 그 미안함의 원인을 고치는 게 아니라 말로 다 때운다. 고통받는 사람들이 물건(집, 음식, 돈)이 없는 것은 모른 척하고 '선진 한국'이니 '경제 부국'이니 하는 아무 쓸데없는 구호로 다 덮어버린다. 또 일본은 사람이 아닌 다른 생물을 인간과 크게 다르다고 보지 않았다고 하는데 요즘말로 하자면 전일적 관점, 시스템적인 사고다. 그래서 나무 한 그루를 베면 반드시 어린 한 그루를 다시 심는다든지 물길이나 돌길을 이유없이 함부로 바꾸지 않았다고 하는데, 자세히는 모르겠으나 정말로 그런 분위기라면 우리나라의 4대강 같은 무리한 계획은 아마 나오기 힘들 것이다. 

라이프사이클에 대해 얘기하면서, 우리나라는 가령 교수들이 환갑을 넘으면 스스로 나이를 의식해 학문적 활동에 소극적이 되거나 그냥 노인취급을 받는 반면(겉으로는 노인을 공경한다면서 속으로는 쓸모없는 귀챦은 대상으로 여기는) 일본은 노인이 되어서도 일을 계속하는 경우가 많다는 대목에서도 부끄러웠다. (실제로 이번 오사카 여행에서도 느꼈던 바다. 머리 하얀 운전사, 머리 하얀 주방장, 머리 하얀 역무원, 머리 하얀 카페주인, 머리 하얀 청소원 등 어딜 가나 일하는 노인이 많았다. 노인들의 태도도 당당하고 활기찼다.)     

다원주의의 존중, 말보다는 물건(행동), 공적, 법적인 라이프사이클에 많이 구애받지 않는 것, 모두가 부러운 문화다. 어쩐지 점점 일본 사대주의자가 되어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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