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특별한 동물 친구들 - 소년 제리가 들려주는 지중해의 작은 동물들 이야기
제럴드 더럴 지음, 김석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생물을 좋아하는 소년이, 생물이 풍부한 지중해에서 보낸 5년간의 경험을 어른이 되어 회상하며 쓴 책이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거미와 전갈과 거북이, 딱정벌레와 사마귀와 갈매기가, 반딧불이와 고래와 게가 튀어나온다. 그들은 모두 저마다의 개성을 지니고 소년을 무서워하지 않고 제 성질대로 살아간다. 동물배우들만 화려한 게 아니다. 개성이 무지 강한 형과 누나, 허용적이며 담대한 과부인 어머니, 어디 연극에서 튀어나온 듯한 그리스 사람들-, 모든 페이지가 색채감 있고 화사하고 세밀하며 그러면서도 소박하고 시적이다. 

소년의 눈에는 모든 생물이 개성과 멋을 가진 인간처럼 보이는 듯하다. 그들은 말하고 노래하고 싸우고 자존심을 세우고 고집을 부리고 장난을 건다. 무너져가는 회벽, 이끼낀 자갈 밑, 바위와 파도가 섞이는 바닷가, 논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습지, 올리브나무 숲, 심지어는 자기의 침대조차 소년에게는 각각 하나의 세계가 된다. 그는 운이 좋게도 자신을 이해하고 관심을 공유할 수 있는 좋은 가정교사를 만나 학문의 세계와 동물의 세계를 연결시킬 수도 있었다. 그리고 길길이 날뛰면서도 결국은 다 받아주는 예술적 끼가 가득한 형제들과, 한없이 포용적인 방파제같은 엄마가 있었다. 그리고 직접 언급은 없지만 아마 돈도 무지 많았던 것 같다.(아주 쉽게 이사도 가고 배도 사고 생일 선물도 말 그대로 한 보따리 씩 준다. 현미경도 척척 사준다) 

저자는 결국 동물보호 운동가가 되었다는데, 이 책은 교훈이고 뭐고가  다 필요없다. 책장을 펼치면 아름다운 지중해의 4차원 세계가 펼쳐진다. 이 책 덕분에 배경이 되었던 그 섬이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지만, 나도 꼭 가보고 싶다. 유리병에 채집을 하고 보트로 탐험을 하고 물뱀과 전갈을 손으로 잡을 순 없겠지만, 누구든 무장해제시키고 어떤 일도 가능하게 만든다는 지중해의 바람을 맡으며 올리브 숲과 해안가의 동물들을 몇 가지라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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