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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전쟁 - 종교에 미래는 있는가?
신재식 외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09년 6월
평점 :
제목도 표지도 다소 선정적이다. 하지만 내용은 ‘전쟁’이 아니라 조용한 ‘성찰’ 쪽에 가깝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종교에 대한 입장이 각각 다른 세 저자지만, 현재 우리나라 기독교의 근본주의에 대해선 확실히 전쟁이 일어나길 바라는 점에서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는 거다. 장대익은 생물철학자, 김윤성은 종교학자, 신재식은 목사다. 세 사람의 공통점은 진화생물학 및 인지과학 관련에 대해 박식하고, 서로 다른 가치를 인정할 줄 아는 열린 마음과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러면 다른 점은?
장대익은 신경과학 등 ‘정신’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많이 진전된 지금 종교의 역할이 과연 남아있을까, 있어도 혹 부정적인 것은 아닐까 라는 입장, 김윤식은 종교는 내용 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경제적 맥락 역시 중요하므로 종교의 역할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종교가 다른 사회현상에 비해 특별한 점을 가지지는 않는다는 입장, 그리고 신재식은 다른 문화현상과는 다른 종교만의 고유한 역할이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종교를 형식적 제도가 아니라 ‘종교적인 것(영성)’으로 한정시키면 뒤의 두 사람은 같은 입장, 즉 영성은 지속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사실 두 사람의 차이점이 명확히 와닿지 않는다)
김윤석과 신재식은, 과학이나 소위 ‘합리적 사고’라는 것이 과연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인가, 그렇게 주장하는 것은 과거(중세) 종교의 자리에 과학을 대신 앉힌 것과 무엇이 다른가 하고 묻는다. 그럼 여기에 대한 과학자들의 대답은 무엇일까? 그건 물론 ‘우리는 그렇게 주장한 적 없다’이다. 그리고 가치와 사실을 분리해야 한다는 흄의 공리다.
모든 종교인들이 다 근본주의가 아니고 스펙트럼이 다양하듯 과학자들 또한 마찬가지다. 김윤석과 신재식이 그런 식의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은 가령 생물학 중심의 통섭을 주장하는 윌슨이나 사회생물학 등 과학자 중 일부의 목소리(하지만 선정적인)가 크게 들렸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에 더 근본적인 이유는 현재 과학계의 주류 패러다임인 ‘환원주의’에 대한 반감이 아닐까 한다. 과학자들은 최소한의 언어로 최대한의 것을 설명해내려고 한다. 물리학자들이 만물이론을 찾거나 생물학자들이 유전자를 가지고 뭐든 설명하려고 시도하는 것 등 말이다. 그런 환원주의가 물리적 세계에 머물러 있을 때는 다른 학자들(인문학자들)도 별 불만이 없었지만, 이젠 그걸 가지고 인간 세계까지도 설명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품는 것 같다. 가령 장대익이 종교를 ‘밈’으로 생각하며 종교와 생물의 번식을 똑같이 ‘일반복제자 이론’으로 설명하는 것에 대해, 두 사람은 그런 설명 방식의 의의가 무엇인가, 나름대로 쓸모 있을지도 모르지만(가치를 떠나 객관적으로 서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로 역시 그 이유 때문에 (인간이라는 주체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므로)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거나 아니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설명방식이 될 수 있지 않느냐고 말한다. 나는 뒤 두 사람의 견해에 찬성한다. 종교를 밈으로 생각하여 설명하는 것은, 어차피 사후에야 가능한 설명이고, 그래서 어떻다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