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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
마이클 셔머 지음, 류운 옮김 / 바다출판사 / 2007년 11월
평점 :
이 책은 누구보다도 과학교사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셔머는 회의주의 학회(Skeptics Society)의 설립자, Skeptics(저녈)의 편집장이다.(그런 단체와 그런 저널이 있다는 것을 안 것 하나만으로도 이 책은 살 가치가 있다) 굴드가 서문을 썼는데, 그는 ‘조직적인 비합리주의에 맞서는 이성의 선봉이 바로 회의주의이며, 따라서 인간의 사회적 시민적 품위에 이르도록 해주는 열쇠의 하나도 회의주의’라고 말한다. 내 과학수업의 두 가지 목표 중 하나도 바로 이것이다. (다른 하나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과학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것)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왜 사람들이 이상한 것을 믿을까에 대한 답은 마지막 5부에 나와 있다. 1부는 과학이란 무엇인가, 과학과 사이비과학의 차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내용인데, 이 1부를 몽땅 떼내어 몇 시간 정도의 과학수업 교재로 삼고 싶을 정도다. 특정 지식이나 소재가 아니라 ‘방법’이 바로 과학과 비과학을 가르는 구분점이라는 것, 그리고 그 방법의 가장 핵심은 검증가능성, 그리고 언제든지 오류임을 인정할 수 있는 열린 자세라는 것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나머지 2, 3, 4부는 사례들로, 초능력, 외계인, 창조론, 그리고 홀로코스트 부정론 등을 다루고 있다.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을까? 셔머는 그 이유가, 불확실한 삶 속에서 사람들은 뭔가 기대고 위로받을 수 있는 것을 원하는데 사이비과학이 바로 그것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게다가 그것들은 과학과 달리, ‘머리를 쓰는’ 노동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말하자면 배고플 때 싼 값으로 바로 사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 식품, 영양과 깊은 맛은 전혀 없지만 엄청난 조미료와 지방으로 혀와 위장을 순간적으로 마비시키는 정크푸드라는 것이다. 이제까지 ‘희망’이라는 말은 누구에게나 기쁨을 주는 요술지팡이처럼 여겨져 왔지만, 이미 이 세계는 그 희망을 값싼 상품으로 팔아치우고, 그럼으로써 스스로의 마음 속에서 진짜 희망을 찾는 일(끝없이 생각하고 연구하고 알아나가는 것)을 할 능력 자체를 마비시킨다는 것이다. ‘과학은 차갑기만 하고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따뜻한 것은 과학 밖에 있다’ 라는 주문을 계속 걸면서 말이다. (굴드 역시, 종교나 윤리가 없으면 인간의 존엄함이 사라지는가, 오히려 그런 것들에 기대지 않고도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에 인간의 존엄함이 있는 개 아닌가하고 말한 적이 있다-여기서의 종교나 윤리는, 영성이나 개인적인 믿음이 아니라, 어떤 ‘형식’-의례, 특정한 종교적 내용, 특정한 윤리 규범-을 얘기한 것일 게다)
사람들이, 자기가 믿고 싶어 하는 것만을 믿는다는 것은, 내 수업에서도 분명히 나타난다. 학생들이 가진 오개념이 쉽게 고쳐지지 않는 이유는, 어떤 사실이 자기의 오개념과 충돌하는 경우, 그 오개념을 더욱 융통성있게 개선하거나, 아니면 사실 자체를 왜곡해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패러다임처럼) 셔머의 책에 나온 사람들과 내 학생들의 공통점은, 그렇게 자기가 믿고 싶은 것을 믿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온 사람들은 그것 말고도 한 가지 특징이 있다. 바로 ‘이야기(서사)’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신경전달물질, 착시, 몸의 반사작용, 분자들의 결합, 확률보다는 신, 외계인, 창조가 훨씬 더 서사적이다.
내 생각엔, 바로 이것이 사이비과학을 판치게 하는 두 번째 요소인 것 같다. 과학자들은 반복가능성, 통제된 실험, 확률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사이비과학자들은 일화, 우연, 드라마틱함을 강조한다. 전자는 복잡하고 재미없고 훈련을 받아야 가능하지만, 후자는 단순하고 재미있고 쉽다. 일단 어려우면, 매력도 떨어지고 위로의 역할도 제대로 할 수 없지 않은가? 과학적 방법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보다는, 이야기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 훨씬 많지 않은가? 요새 읽고 있는 ‘즐거움, 진화가 준 최고의 선물’을 보면, 인간 뿐만 아니라 많은 다른 동물들도 여러 가지 즐거움을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성적 흥분, 장난, 맛, 접촉의 즐거움 뿐 아니라 취하기, 미의식, 유머까지도!) 싼 값에 쉽게 위로를 주고 게다가 즐거움까지 준다면, 사람들이 사이비과학에 빠지지 않은 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겠는가? 좀 과장해서 비유해보자면, 손에 햄버거와 콜라를 들고 쇼파에 앉아 연속극을 볼 것이냐, 아니면 시간과 돈을 들여 직접 준비한 밥을 먹으며 책을 읽을 것이냐의 차이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