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었네, 詩인 줄은한 문장 문장 한 쪽 한 쪽이이리 환상일 줄은어려서 읽은 청소년용 '백경'어른이 되어미국인들의 최애 소설임을 알고여기저기 인용돠는 몇 문장들을가끔 귀동냥은 했지만엄청난 분량과 뻔해보이는 주제소설을 별 좋아하지 않는 메마른 취향 탓에 별 관심 없다가드디어 이번 방학한 번 읽어보자 가볍게 생각하고그래도 딴 책들에 밀려폰 속에만 있다가남편 없는 며칠혼자의 여행을 어디로 갈까한참 궁리하다 결국젤 좋아하는 산책과 독서와 맛있는 음식으로 싱겁게 낙찰그래서 드디어모비딕 뚜껑을 열었다그런데오메 오메 오메나첫 장부터 이슈마엘은 나를 곧바로휙 잡아채서 모가지를 덥썩 잡고빠져나올 수 없는 늪 속으로 바다 속으로마리아나 해구 속으로 안드로메다 속으로빠뜨려버렸다!밖은 봄날처럼 따뜻하고 새는 노래하는데나는 배를 바닥에 붙이고한 장 한 장을 침흘리며 탐닉한다혼자의 정찬을 즐기러롯데타워 스페인식당내장탕에 와인 한 장 홀짝거리며그리스인 조르바 같은 퀴퀘그를 껴안고 춤을 춘다와인 한 잔 술기운을 주체 못하고포경선 선창에서 비틀거리며철학적 주제, 인생의 교훈 이런 것 말고셰잌스피어처럼 디킨스처럼 한 문장 한 문장이 아름답단 걸왜 아무도 안 가르쳐준거야?소리없이 술주정을 해대며책이 두껍다는 걸 너무도 좋아하며헤 헤 헤 행복한 미소 짓는다 #자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