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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리처드 플래너건 지음, 김승욱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월
평점 :
읽기가 너무 힘들었다
왜 하필 이 책을 시작했을까 후화막급
즐거운 추석 연휴인데
책장을 펼치면 고통이 시작됐다
안 좋은 기분을 끝내려면은
빨리 다 읽어버리는 것 밖엔
무엇보다도
하이쿠가 많이 나온다는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감각적인 표현을 좋아하지만
작가의 글솜씨가 너무 굉장하기에
그리고 그 감각이
너무 고통스럽고 너무 생생한 것이어서
나에게도 트라우마가 생길 것 같은 불안
전쟁을 경험해보지 못한 후대로서
역사를 직시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만
겨우 읽어낼 수 있었다
조국이니 충성이니 하는 것들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과 인물들
극한의 상황에서
그런 것들이 과연 자신을 지탱해주는 걸까?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은 동의하지만
전쟁이 한참 끝나고
노인이 되어서도 당시의 일을
자랑스럽개 여겨야만 살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자기 보호의 본능으로
가치체계가 바뀌어 버리는 걸까?
반면 그 지옥 속에서도
노래를 부르고 농담을 하고
옆 사람을 붙잡아주고 자기 밥을 나눠먹고
동물운 할 수 없고 오직 인간만이 가능한
그런 행동들이 인간으로서의 삶을
지탱하게 해 준다는 것
그걸 훨씬 받아들이기 쉬운 건
내가 그 상황에 결코 있어 보지 못해서일까?
책은 냄새도 없고 소리도 없어
겨우 읽을 수 있었지만
만약 영화라면 도저히 못 볼 것 같다
남은 휴일은
밝고 가볍고 행복한 것으로
꽉꽉 채우자
살아 있는 매 순간이 너무 소중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