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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칼로레아 철학 수업 - 논리적 사고를 위한 프랑스식 인문학 공부
사카모토 타카시 지음, 곽현아 옮김 / 현익출판 / 2024년 3월
평점 :

몰라서 자꾸만 도전하는 걸까요? 철학이라는 말에 서평단에 신청하고 책을 받았습니다. 책이 두껍지 않아 다행이에요. 200년 전통의 프랑스 바칼로레아 철학 수업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나는 영광을 누립니다. 만남에 큰 의미를 두면서 이해는 잠시 내려놓고 책을 펼쳐요.
저자 사카모토 타카시는 교토 약학대학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교토대학 문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 연구 박사과정 연구 지도를 받았고, 프랑스의 보르도 제3대학 대학원에서 철학 박사 과정을 밟았죠. 전공은 ‘20세기 프랑스 사상사(미셸 푸코) 및 철학 교육’입니다. 바칼로레아 및 철학적 사고에 관한 저서를 다수 집필했어요.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은 프랑스 철학 교육과 바칼로레아 철학 시험에 대해 소개해요. 2장은 바칼로레아 철학 시험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사고의 틀을 전체적으로 살펴봐요. 3장은 사고의 틀을 구성하는 요소, 즉 문제의 주제, 형식 식별, 영어 정의, 가능한 담안 열거, 질문 분석, 구성안 작성 등을 상세하게 설명합니다. 4장은 서두에서 언급한 세 가지 문제에 답하는데 필요한 철학자들의 핵심적인 주장을 소개하죠. 5장에서는 제시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예시로 삼아, 실제로 사고의 틀을 사용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요. 마지막 6장은 응용 편으로, 철학 이외의 분야에 사고의 틀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살핍니다. 마치 바칼로레아 시험을 치는 수험생이 된 기분으로 책을 넘겨요.

철학 교육은 어떤 능력을 기르기 위한 것일까요? 최종 목적은 ‘의문을 품고, 진리를 탐구하기 위해 배려심과 분석력, 자립적인 사고’를 키우는 것입니다. (P40)
프랑스에서 철학 교육을 하는 목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프랑스뿐만 아니라 모두 해당되는 말이죠. 철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이자 목적입니다. 철학은 어쩌다가 어렵다는 말을 듣게 되었을까요? 어렵게 생각하면 철학뿐만 아니라 모든 것들이 어렵죠. 그냥 일상을 살아가는 나만의 가치, 방식들이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접근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의문을 품고 진리를 탐구하기 위해 배려심이 필요하다는 부분은 조금 생소합니다. 의문을 품고 진리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배려심이 어떻게 필요한지를 잘 몰라서요. 품은 의문을 질문으로 해결하려면 배려심이 있어야겠죠. 배려심 없이 무턱대고 무례하게 질문할 수는 없으니까요. 철학교육을 통해 배려심까지 키울 수 있다니, 철학이 어려운 이유가 있었구나 싶습니다. 배려심만 너무 키워서 질문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늘 의문을 품는 자세가 먼저겠죠?

의무를 인정하는 것은 자유를 단념하는 것인가?
-의무란 무엇인가?
-자유란 무엇인가?
-의무를 인정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자유를 단념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자유를 단념하는 것은 허용되는가?
-어떻게 자유를 단념할 수 있는가?
-왜 의무를 인정하면 자유를 단념해야만 하는가?
-의무와 자유는 어떤 관계인가?
-자유를 단념하는 것과 제한하는 것의 차이는 무엇인가?
-의무를 인정한다고 해도 자유를 단념하지 않아도 된다면, 그것은 어떤 조건일 때 가능한가?(p80)
실제 바칼로레아 시험에서 나온 문제입니다. 의무를 인정하는 것은 자유를 단념하는 것인가라는 문제에 질문을 이렇게 풀어서 만들고, 이 질문에 답하는 구성안을 작성해요. 질문을 하나하나 답하면서 네, 아니오의 답에 해당 근거들을 들어 설명하는 것이죠. 네라는 명확한 답이 있더라도 반대편의 의견과 뒷받침하는 내용들을 들어 사고의 확장을 돕습니다. 흑백 논리처럼 어느 한쪽만 맞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수업 시간에 훈련하고 연습해요. 이 책에서 많은 내용들이 있었지만, 하나의 문제에 이렇게 많은 질문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개념부터 시작해서 방법론까지 확장되는 질문으로 사고도 확장되고 논리적이 되는 것이죠. 바칼로레아 시험이 4시간이고, 모두 주관식이라는 것이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이렇게 질문을 만들어서 하나하나 반대 의견까지 세세하게 따져봐야 하니까 시간이 길 수밖에요. 보통 4시간의 시험 시간 중, 문제를 풀어 질문하고 구성안을 작성하는데 1시간 30분에서 2시간가량 쓴다고 합니다. 단단하게 구성된 구성안을 가지고 실제로 쓰는 시간은 길지 않다고 해요. 구성안을 바탕으로 마지막 소논문을 작성할 때는 구성안에서 말한 논제가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자신의 생각대로 막 쓰는 것이 아니라 구성안을 토대로 논리적으로 써야 하기 때문이죠. 많은 좋은 방법들이 있지만, 문제를 질문으로 이렇게 풀어보는 연습만 해도 사고의 폭이 넓어질 것 같습니다. 여기서 질문! 서평 쓰기는 독서 능력을 키울 수 있는가? 자~ 문제를 풀어서 질문해 볼까요? 우선 5개 정도?
프랑스에서 직접 유학하며 바칼로레아 수업을 배운 저자는 바칼로레아 수업의 장점을 자신의 수업에서 실현하고자 노력합니다.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학생들에게 개선점들을 받아서 개선해 나가면서 오늘에 이르러렀다고 해요. 바칼로레아 수업 자체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철학 수업을 일정한 사고의 틀에 맞춰 논리적으로 훈련하는 것은 부럽다고 합니다. 프랑스 학생들도 바칼로레아 수업에서 점수를 잘 받지 못하고, 어려워한다고 하면서도 프랑스는 철학이라는 학문을 높게 쳐주는 분위기가 있다고 해요. 그래서 저자가 철학을 오래 공부하면서도 견딜 수 있었다고 합니다. 프랑스는 철학은 어렵지만 중요하다는 공통적인 이해가 저변에 깔려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해요. 우리도 철학이 어렵지만 중요하다는 공통적인 이해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비단 제 딸이 철학을 전공해서가 아니라요. 철학뿐만 아니라 책을 읽는 것도 그렇습니다. 요즘 책을 읽는다는 사람들을 보면(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 자기 계발서가 아니면 경제 관련 책들입니다. 돈 버는 법과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을 갖는 것에 관해서만 관심이 있는 것 같아요. 어쩌다가 시집을 읽는다거나 소설을 읽으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 취급을 받습니다. 이 바쁜 세상에 돈도 안되는 그런 책을 읽는다고요. 하지만 저는 철학 책을 읽으며(어럽지만, 정말 어렵지만) 철학에 관련된 책을 읽습니다. 저 같은 사람도 있어야 세상이 다양한 색깔로 물들지 않을까요? 프랑스 철학 수업을 읽다가 갑자기 자기변명을 합니다.
“여러분! 철학 책을 읽읍시다! 철학적 사고를 배웁시다! 바칼로레아 같은 수업을 만들어주세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