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삶을 사랑할 수 있는가 EBS 오늘 읽는 클래식
한상원 지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EBS BOOKS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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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를 만나기 위한 마중물 같은 책. 니체의 생애와 사상, 그의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는 법과 참고 도서까지 친절하게 소개된 책이다. 흑백 논리처럼 명쾌하지 않은 니체의 사상을 한결 쉽게 이해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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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삶을 사랑할 수 있는가 EBS 오늘 읽는 클래식
한상원 지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EBS BOOKS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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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무모하다 싶은 도전을 하고 싶을 때가 있어요. 지금처럼! 어렵다고 소문난 책을 읽으려고 도전을 하거나 꼭 읽겠다고 미리 사기도 하죠. 몇 달 전에 사서 침대 옆자리를 지키고 있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보기만 하고 읽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서평단에 올라온 책을 보고 바로 신청했어요. 서평단으로 신청하면 기한 내 읽어야 하고 서평도 써야 하니 강제로 읽게 됩니다. 약간 긴장했지만 생각보다 부피가 두껍지 않아 안심하면서 연두색의 표시를 슬쩍 넘겨 봐요.


저자 한상원은 서울 시립대학교 철학과에서 마르크스의 물신주의와 이데올로기 개념 연구로 석사 학위를, 독일 베를린 홈 볼트 대학교에서 아도르노의 정치철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어요. 저서로는 <앙겔루스 노부스의 시선: 아우구스티누스, 맑스, 벤아민. 역사철학과 세속화에 관한 성찰>, <계몽의 변증법 함께 읽기>가 있습니다. 변역서 와 공저로 현대 사회. 정치철학의 여러 주제들을 연구하고 있으며 현재 충북대학교 철학과에 재직 중이에요.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은 근대의 차라투스트라로 불리는 니체에 나와요. 생애와 사상과 현재를 사는 우리가 니체를 어떻게 읽고 적용해야 하는가가 나옵니다. 2장은 그의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는 법에 대해 나와요. 그 책의 1부터 4부까지를 요약정리하고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설명합니다. 3장은 다른 책들과 철학자들을 통해 니체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법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죠. 저자는 서문에서 말해요. 니체를 통해 이 시대의 삶을 반추해 보는 것이 말하고자 하는 강조점이라고요. 니체를 이름만이라도 알면 다행이라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문장을 천천히 읽습니다. 그 말이 그 말 같은 문장들을.


결국 니체 철학의 핵심은 그와 같은 고뇌 속에서 내가 ‘지금보다 더 나은 존재’로 거듭날 수 있는가를 묻는 것이다. (P35)

니체의 생애를 간단히 설명하고 그의 철학을 현재에 어떻게 적용하고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야 하는지를 말합니다. 니체 철학의 핵심을 한 문장으로 정리해서 보여주니 이해는 쉬워요. 이해한 것과 그것을 삶으로 살아내는 것은 별개의 것이라, 어떻게 지금보다 더 나은 존재로 거듭날 것인가를 끊임없이 물어야 합니다. 그것은 이제 니체의 몫이 아니라 읽는 독자의 몫이 되고, 내 삶의 주인인 내가 돼요. 종속적이고 명령에 순종적인 낙타의 삶에서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사자의 삶으로, 다시 순수 긍정의 힘을 통해 기존의 가치와는 완전히 구별되는 새로운 긍정의 가치를 만들어 내는 아이로 거듭나야 합니다. 시키는 일을 하면서 책임과 의무에만 매인 삶에서 어떻게 사자로 거듭나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법은 자세히 나오지 않아요. 어쩌면 자세히 설명되고 알려주는 것에 익숙해져서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고 알아가는 방법을 잊어버린 것인지도 모릅니다. 수학 문제를 친절히 풀어주는 해설집을 찾듯이 철학 책을 읽으려고 했던 저의 부족함과 미숙함을 느껴요. 지금보다 더 나은 존재를 향한 열망을 놓치지 않으면서 차근차근 니체를 알아가면 되지 않을까요?


우리는 한낮의 태양을 거쳐야만 아침에서 저녁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 ‘위대한 정오’를 기다리는 일, 그 뜨거운 한낮을 거쳐 나의 존재를 위버멘쉬를 향해 초극하는 자세로 가꿔내는 일. 그것이 차라투스트라가 우리에게 전달하는 가르침이다. (P59)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위버멘쉬(초인)과 영원회귀입니다. 물론 처음 접하는 저는 어렵고 잘 모르겠어요. 저자는 니체의 난해함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해 쉽게 쓴 느낌입니다. 위버멘쉬는 넘어 선 자라는 뜻으로 자신을 넘어선 자라는 의미예요. 자신을 부정한 자만이 위버멘쉬에 다가갈 수 있다고 하는데요. 건강한 자기 경멸을 말하죠. 자신을 비참한 존재로 여겨 스스로 헤어 나올 수 없는 격한 멜랑꼴리 속에서 고통받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자기 경멸을 말합니다. 진정한 자기 긍정은 자기 자신의 현재 모습에 대한 철저한 반성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죠. 철저한 자기반성이 건강한 자기 경멸 속에서 현재의 모습을 극복하기로 마음먹고 창조적 도전 정신으로 위버멘쉬에 이르게 한다고 합니다. 후회가 아니라 반성을 통해 자신을 더 나은 존재로 이끌어가는 것. 그것이 니체가 말하는 수동적이고 종속적인 낙타의 삶에서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사자의 삶으로 나가는 길이죠. 그리고 끝내는 순수한 아이의 상태까지 가는 것이 니체가 말한 초인. 즉 위버멘쉬입니다. 자기반성은 하지만 자기 연민은 하지 않는 것, 그래서 자신을 더 나은 존재로 이끌어가기 위해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이 니체가 말한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는 법(아모르파티)가 아닐까요? 조심스럽게 저만의 이해로 작은 주머니 속에 니체를 담아 봅니다.


책은 니체를 처음 읽는 사람들에게 아주 친절하게 니체를 알려줘요. 니체의 생애와 철학에 대해서 개요처럼 시작하고 그의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를 설명하죠. 마지막으로 니체를 알아가기 위해서 단계별로 참고 도서와 사상가들이 나옵니다. 2장에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는 법을 배웠으니 400쪽이 넘고, 어렵다고 소문난 책을 읽어 볼 용기가 생겨요. 이번에 안되면 다시 도전하고, 이 작은 책을 참고서 삼아서 책을 읽어봐야겠습니다. 조금씩 천천히 낙타의 삶에서 사자의 삶으로 내 머리로 생각하고 방법들을 찾아가면서요. 신학을 전공했지만, 신학에서 돌아서 조르아트교의 교주를 빌려와 크리스트교의 경전처럼 저술한 사람.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고, 영원회귀를 말하면서 자신을 건강하게 경멸하라는 사람. 그래서 논란과 논쟁의 중심이 되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 사람이었죠. 양면성이 있다는 것, 철학은 명료하지 않다는 것, 즉 흑백논리로 맞고 틀린 것으로 구별할 수 없는 것이 철학이라는 것을 배웁니다. 뇌세포 하나하나까지 끌어모아 이해한 니체입니다. 힘들고 어려워서(솔직히 이 책은 많이 어렵지는 않습니다. 읽히기는 하니까요)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래서 더 니체를 알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이 책을 길잡이 삼아 니체를 오래 친구로 두고 싶습니다. 읽어야 할 책들이 많이 쌓여가지만, 낙타를 두드려 깨는 니체의 망치를 들고 뚜벅뚜벅 걸어가 볼 거예요. 함께 하실래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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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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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상처 받고 자발적으로 은둔과 고요를 선택했던 작가가 천번의 별이 지는 시간 동안 자연으로부터 회복되고 힘을 얻어 예루살렘으로 순례를 떠난다. 성지 예루살렘에서 마주하는 자신과 성인들의 삶을 묵상하며 다시 세상으로 나오기까지의 여정이 실려 있다. 다시 외로워질지라도 사랑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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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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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공지영이라는 이름은 책을 선택하기 충분합니다. 글 잘 쓰고, 생각 있는 작가이니까요. 고등학생 때 읽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여성으로 살아가는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이후 다른 작품을 제목으로만 만나다가 시간을 건너온 나와 그녀를 다시 만나요. 외로움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작가 공지영은 1963년에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어요. 1988년 <창작과 비평>에 구치소 수감 중 집필한 단편 <동트는 새벽>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했습니다. 1989년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1993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통해 여성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억압의 문제를 다뤄 새로운 여성문학, 여성주의의 문을 열었죠. 이후 <고등어>, <인간에 대한 예의>가 잇달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독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대한민국 대표 작가가 되었습니다. 대표작으로 <봉순이 언니>, <착한 여자 1,2>,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즐거운 나의 집>, <도가니>, <높고 푸른 사다리>등이 있고, 소설집으로 <인간에 대한 예의>,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 <별들의 들판>,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가 있어요. 산문집으로 <상처 없는 영혼>,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1,2>,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딸에게 주는 레시피>등이 있습니다.

이 책은 많은 시련으로 절필까지 생각했던 저자가 3년 만에 출간한 산문집입니다. 지리산 자락에 자리 잡고 스스로 고요하고 외로움 가운데 자신을 유배시키면서 회복되고, 다시 사랑하기까지의 이야기죠. 다시 외로워지더라도 기꺼이 사랑하기를 선택할 수 있게 해준 성모 마리아님과 예루살렘을 순례하듯 걸으면서 쓴 산문입니다. 거의 20년이 지난 수도원 기행의 후속편이라고 볼 수도 있고, 수도원 기행의 완결 편이라고도 볼 수 있어요. 환갑의 여성이 혼자서 위험지역인 예루살렘에서 외로움과 고난을 따라 걷는 순례길이죠. 지리산에서 예루살렘으로 가기 위해 결심하고 떠나는 것에서 예루살렘 기행과 다시 고요하고 적막한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그녀를 3년 만에 다시 쓰게 한 것은 무엇일까요? 함께 따라가 봐요.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삼갈 일이 많다는 거구나. 아기를 재운 엄마가 아무리 나쁜 놈이 와도 큰 소리로 싸우기를 주저하듯이, 함부로 움직이지도 소리 내지도 못하는 거구나. 그래서 많은 사랑하는 사람은 삼가야 할 일이 많고 헤아려줄 일이 많고 그래서 많이 약해 보이는 것이었구나. (P41)

지리산 중턱에서 섬진강을 굽어보면서 자리 잡은 집에 살고 있는 작가. 서울살이를 정리하고 온전히 자신만의 고요 속으로 들어가죠. 다시는 글을 쓰지 않겠다는 다짐도 들고서요. 하지만 천 번의 별이 지는 시간 동안, 아름답고 역동적인 생명력의 자연으로 인해 조금씩 회복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시작할 수도 있게 되었지요. 고요를 깨고 새벽 기도 촛불을 밝히고 기도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텃밭을 가꾸고, 조용히 살기 위해 애씁니다. 하지만 자신의 눈에 띈 동백이를(자신의 집으로 데려온 강아지) 외면하지 못해서 또 갈등과 고소 속으로 들어가요. 강아지 동백이는 말 위에서 하루 종일 먹지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하고, 배설도 하지 못하고 앉아 있던 강아지예요. 주인이 관광객들의 시선을 잡기 위해 동백이를 학대하고 있었던 거죠. 몇 번은 그냥 지나치다가 참지 못한 작가는 주인에게 묻습니다. 저 강아지를 왜 저기에 올려놓았냐고요. 강아지는 조금만 높이 올라가도 두려움으로 힘들어하는데, 왜 올려놓았냐고 물었죠. 그랬더니 주인은 다짜고짜 욕설을 날리고 그녀의 머리채를 잡았습니다.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그들이 112에 신고하고, 경찰서에 가서 합의를 해 주고(마을에서 조용히 살려면 합의하는 게 좋다는 경찰의 의견에 따라) 받아 온 강아지 동백이. 자신의 집 주위에 30여 그루 있는 동백을 따라 자연스럽게 이름도 동백이가 되었습니다. 동백이는 배설의 문제로 인해 먹지 못하다가(하루 종일 말 위에 앉아 있어 배설이 힘들었고, 그래서 주인이 먹이를 주지 않음) 작가의 집에 와서 사료를 7그릇이나 먹어요. 물도 4그릇이나 먹고요. 뱃속에 있는 심장 사상충을 치료하기 위해 사경을 헤맬 정도로 앓는 동백이를 보면서 작가는 생각해요. 사랑하는 사람들이 약한 이유를요. 그렇습니다. 당당하고 자신 있고 강하고 싶은데, 늘 약자가 됩니다. 세상에서, 사람들에게서. 그렇게 약한 제가 싫어서 바꿔보려고 애쓰기도 하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모진 말들도 연습하지만 하지 못해요. 예수님의 사랑을 입었고, 알았으면서도 왜라고 자주 물었습니다. 왜 악한 자들이 승리하는지, 왜 주님의 사람들은 약하기만 하고 당하기만 하는지를요. 그럴 때마다 주님은 침묵하셨고, 제게는 주님의 주권을 인정하도록 하셨죠. 이 글을 읽다가 깨닫습니다. 주님이 세상을 그냥 두신 이유, 누구보다 자신의 자녀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조심스럽고 삼가야 한다는 것을요.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정말 약한 것이 아닙니다. 세상이 그렇게 보고 정의했을 뿐, 주님께는 가장 강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입니다. 약하고 조심스러운 나를 관대하게 보기로 합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니까요.


약간 깨달은 것 가지고는 삶은 바뀌지 않는다. 대개는 약간 더 괴로워질 뿐이다. 삶은 존재를 쪼개는 듯한 고통 끝에서야 바뀐다. 결국 이렇게, 이러다 죽는구나 하는 고통 말이다. 변화는 그렇게나 어렵다. (P189)

광야와 시내산을 거쳐서 외곽을 둘러보던 작가는 이제 예루살렘에 본격적으로 입성합니다. 3000 연간의 미친듯한 전쟁에서 과연 누가 옳다고, 나쁘다고 판단할 수 있는가를 물어요. 세례자 요한의 광야 수도원에서 프란치스코에 대해 생각합니다. 성 프란치스코는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방탕한 생활을 즐겼죠. 하지만 이웃 나라와의 전쟁에서 포로가 되어 1년 동안 감옥 생활하고 바뀌기 시작합니다. 약간 깨달은 것이 아니라 존재를 쪼개는 듯한 고통 끝에서요. 약간 깨달은 것 가지고는 삶이 바뀌지 않는다는 말이 마음을 울려요. 약간 깨닫는 일은 쉬운 일입니다. 책을 읽어도, 성경을 읽어도, 설교 말씀을 듣고도 약간 깨닫기는 쉬워요. 하지만 변화하지 않으니 대부분 그녀의 말처럼 약간 더 괴롭습니다. 알고 있기 때문에 괴롭고, 바뀌지 않는 자신이 견디기 힘들어서 괴롭죠. 그러면 쉽게 모르던 때로 돌아가고 싶은 유혹도 느끼지만, 불가능합니다. 이미 약간이라도 깨달았으니까요. 조금이라도 변화하려면 고통의 이유를 물어야 합니다. 그 고통을 통해 삶이 내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니 절대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요. 고통 가운데 그저 지나가게 해달라는 울부짖음이 아니라 조금은 객관적이고 냉철할 정도로 감정을 걷어내고 주님께 물어야 합니다. 고통을 온전히 통과하고 조금이라고 변화하기 위해서요. 말로만 주님 닮기를 원합니다가 아니라 삶이 변화하기 위해서, 위험하지만 성장을 위해서 고통과 마주해야 합니다.


제가 보는 성경과 이름들이 다르고 지명들이 조금씩 다릅니다. 개신교와 가톨릭의 차이로 인한 것이죠. 하지만 말씀을 붙들고 성지를 둘러보며 묵상하는 모습들은 좋아요. 글 잘 쓰고, 생각이(전적으로 주관적이지만) 반듯한 작가가 믿음과 신앙에 대해(본격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말하고 쓰는 것이니까요. 그러다가 깨닫습니다.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요. 누군가의 생각을 읽고, 약간 깨닫고 책을 덮습니다. 서평을 쓴다고 숙제처럼 약간의 생각을 짜내지만, 쓰고 나면 기억에서 사라져요. 십자가를 억지로 대신 졌던 구레네 시몬 이야기를 그냥 읽습니다. 한 번도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저자는 억지로 진 십자가의 노예성을 말해요. 자발성이 빠진 십자가 대신 짐은 노예의 수고라고 합니다. 노예의 마음으로 하느님 아들의 십자가를 대신 져도, 하나님의 아들과 나란히 걸어도 그것은 헛되다고 말해요. 저는 교회에서 그렇게 배우지 않았거든요. ‘억지로 진 십자가도 영광이다’라고 배웠습니다. 그래서 하기 싫고 부담 되어도 해야만 하는 것이라고요. 결국은 자기 머리로 생각하고 답을 찾아야 하는 일입니다. 저는 쉽게 교회에서 하는 말을 믿었고, 그 사람들에게 나의 결정권을 맡겼지요. 내 머리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생각하고 주님께 묻고 기도하면서 나만의 답을 찾은 과정을 회피했습니다. 힘들고 귀찮다는 이유로요. 그러니 약간 깨달아도 변화하지 않은 삶이 더 나은 쪽으로 변화했을 리 없어요. 가볍고 쉽게 글자들을 읽다가 책이 무거워집니다. 내 삶의 주체적인 주인공으로 내가 살아가고 있는지 묻고 있는 것 같아서요. 그녀는 순례의 일정을 끝내고 다시 고요하고 적막한 자신의 집으로 돌아옵니다. 동백이가 기다리는 집으로요. 악의를 품은 누군가의 말에 미워하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다시 외로워지더라도 사랑하기를 선택합니다. 예수님을 닮은 사랑, 마리아를 닮은 사랑을 성지에서만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소란하고 악의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실천하기로요. 한 번 세수하면 다시 더러워집니다. 밥을 먹고 나면 또 배가 고픈 시간이 옵니다. 다시 더러워질 것을 알면서, 다시 배고파질 줄 알면서 우리는 씻고 먹어요. 다시 외로워질 것이라고 해도 기꺼이 외롭기를, 사랑하기를 선택하는 당신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보냅니다. 다시 외로워져도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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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되는 독서모임, 이렇게 합니다 - 10년 차 독서모임 리더의 이토록 다정한 안내서
김지영 지음 / 미다스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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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차 독서모임 운영자가 알려주는 잘되는 독서 모임의 모든 것. 이토록 다정하게 모든 것을 알려주고 부록으로 책 목록까지 실려 있다. 독서모임을 통해 성장하는 회원들의 인터뷰와 한 장의 마무리 요점 정리까지. 정말 자세하고 친절하다. 이제 시작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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