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신예찬 - 라틴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5
에라스무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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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라는 말에 솔깃해서 선택한 책이다. 표지의 강렬한 그림도 흥미를 유발했다. 고전의 기역도 모르는 사람이 자신을 과대평가한 것은 아닌지 책이 도착하자 살짝 겁이 났다. 하지만 시간과 정성을 들여서 읽으면 이해하겠지 생각하고 흐뭇하게 웃어본다.




네덜란드 출신의 사상가이자 신학자인 에라스무스는 21세에 아우그스티누스 수도원에서 수도사 생활을 했다. 5년 후 가톨릭 사제로 서품을 받았다. 이 시기에 그리스 고전을 섭렵하며 비판적인 지성과 글쓰기 능력을 키웠다. 이후 영국으로 건너가 <유토피아>를 쓴 토마스 무어를 비롯한 영국의 인문주의자들과 깊은 교류를 나누었다. 이후 부패한 가톨릭교회와 어리석은 현자들의 위선을 풍자한 <우신예찬>을 출간하면서 종교개혁의 불을 댕기는 역할을 한다.

라틴어 원전을 완역하여 풍부한 주석으로 읽기 쉽게 구성되어 있다. 주석의 수가 400개가 넘으며 우신의 연설체가 돋보이는 문장으로 실려 있다. 원문에서는 제목이 붙어 있지 않지만 이 책에서는 제목에 붙어 있어 흐름과 내용을 요약하고 이해하기 편하게 되어 있다. 책의 내용은 우신이 누구인지 설명하는 것을 시작으로 일상적인 사회 현상과 가톨릭 사제와 재판관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풍자가 실려 있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을 가진 기득권들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끼며 우신의 현명하듯 우매한 연설에 집중해 본다. 그 연설의 앞자리는 내 자리다! 의욕을 갖고 시작했으나, 끝까지 갈수 있을까?


또한 이국적이며 참신한 요소가 부족하다 싶으면 케케묵은 옛 책들에서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단어들 네댓 개를 가져와 독자들의 눈앞에 알 수 없는 연막을 펼쳐놓습니다. 이 단어들의 뜻을 이해하는 사람은 자기가 어려운 것도 해독할 수 있다는 데 만족감을 느끼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이 대단한 글을 쓴 저자에게 더 큰 존경심을 갖게 하기 위해서지요.(p27)

어리석음의 신인 우신이 대중 연설가들의 위선을 꼬집으며 하는 말이다. 간혹 뉴스나 정치인들, 학자들이 하는 말들 알아듣지 못할 때가 있다. 쉬운 말이 분명 있을 텐데도 어려운 단어를 쓰거나 그들만 아는 단어, 혹은 외래어를 써서 자신이 뛰어남을 은근히 과시한다. 우신의 말처럼 이해하는 사람은 만족감을 느끼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말하는 사람에 대해 약간의 지적 우월함을 느끼게 만든다. 인간의 본성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도 자신의 우월함을 끊임없이 드러내려고 한다. 그 우월함이 낮아지려고 할 때 소위 말하는 전문용어를 쓴다. 전문용어를 쓰면 단번에 자신의 위치를 높여 놓기 때문이다. 누구나 쉽게 알아들을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말과 문장을 쓰는 것이 더 우월한 것이지만 늘 착각을 하는 것 같다. 물론 대중 연설가들의 위선도 그렇지만 이후에 이어지는 법관들도 마찬가지다. 법률 용어는 정말 한글로만 되어 있을 뿐 이해하기가 정말 어렵다. 분명 다른 나라말은 아니지만 알아듣지 못한다. 왜 그런 말을 써야 하는가? 그 말들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지배하기 위해서인가? 마치 가톨릭 사제들만이 성경을 읽었던 중세처럼.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는 위선들과 권력 유지를 위한 은밀한 통제들을 본다. 혹시 우신이 지금도 현명하게 끊임없이 활동하기 때문인가?


요컨대 옛적에 메니 포스(기원전 3세기에 활동한 철학자이자 풍자 작가)가 그랬던 것처럼 달에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펼치는 소동을 내려다볼 수 있다면, 여러분은 파리나 각다귀떼가 자기들끼리 다투고, 싸우고, 속이고, 약탈하고, 조롱하고, 난장판을 벌이며, 태어나 늙고 죽는 모습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너무나 하찮고 얼마 살지도 못하는 비천한 미물들이 이토록 엄청난 소통과 비극을 만들어낼 수 있다니 정말 믿기지 않는 일입니다.(p150)

신학을 전공한 신학자답게 책의 곳곳에서는 신학적인 관점이 흐른다. 위의 본문도 달에서 보는 것을 말하지만 읽으면서 하나님의 관점에서 보면 조금 더 쉽게 이해가 되었다.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나고 싶어서 몸살이 나던 시기가 있었다. 일등이 되지 못한 다면 최소한 저 사람보다는 한발이라도 앞 서고 싶었던 욕심으로 마음이 힘들었던 때. 누군가 내가 말했다. “하나님께서 보시면 우리는 모두 개미 같지 않을까요? 그 개미 중에서 조금이라도 더 잘 나고 싶어서 아웅 다웅해봐야 개미일 텐데...”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그랬다. 하나님의 관점에서 보면 개미보다 못한 나 일수 있었다. 그 후로 다른 사람을 이기고 싶은 마음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완전히 없어지진 않았다. 그래도 그때 생각과 관점의 변화는 내 안에 갇혀 있던 좁은 생각과 시야를 넓혀주었다. 그때의 일이 생각나면서 다시 한번 나를 다잡는 문장이 되었다. 그렇다. 모든 것을 다 가진 듯 만물의 영장이라 하지만 인간은 하찮고 비천한 미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 하찮음으로 비극을 만들지 말고 희극과 아름다움을 만들어 가자. 그러기에도 짧은 인생이지 않은가?


그들 중 대다수는 기껏해야 자신들이 정한 규율과 인간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애쓸 뿐인데도, 그들의 공로에 대한 상으로 천국 하나만 받기는 부족하다고 합니다. 나중에 그리스도가 다른 모든 것은 무시하고 오직 한 가지 명령. “사랑하라”를 실천했는지만 본다는 사실을 잊고 있기 때문입니다.(p182)

책의 상당 부분을 가톨릭 사제들과 가톨릭에 대한 비판과 풍자가 이어진다. 책을 읽어 보면 이 책이 왜 금서가 되고 종교개혁의 촉매가 되었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동전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면 연옥에 있는 사람이 구원받는다니 이런 터무니없는 말이 믿어지고 행해졌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성경을 사제들만이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지만. 성경을 모르고 있는 사람들에게 성경에 그렇게 쓰여있다고 하면 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신학을 알고 배웠던 사람들, 즉 저자나 루터 같은 사람들이 용기 있게 사실을 말했기 때문에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이다. 오직 한 가지 명령 사랑하라를 지키며 실천했던 순수했던 개신교가 여전히 그 순수함을 갖고 있는지는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겠다. 교회가 세속화되어 감을 우리는 너무 자주 많이 보게 된다. 믿음이 있다는 사람들이 행하는 말이나 행동들이 은혜가 되지 않는다. 불법과 편법 사이 교묘한 줄타기를 하면서 마치 그것이 하나님의 은혜인양 떠든다. 부끄러움에 조용히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그것이 은혜 인 양 떠드는 것은 무슨 심보인가? 저자의 말처럼 그리스도는 다른 모든 것을 무시하고 오직 한 가지 명령. 사랑하라를 실천했는지만 볼 것인데. 사랑이 그리스도의 본질이며 본체인데, 우리는 사랑을 너무 내 식으로만 이해하고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믿는 사람으로 마음이 무겁다. 쩌렁쩌렁한 우신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사랑하라”


저자는 신학자이면서 철학자이다. 방대한 인문 지식들이 책의 곳곳에 빼곡하게 흩어져 있다. 그 자취를 주석을 의지하여 힘겹게 한걸음 한 걸음을 옮기며 따라갔다. 이름도 생소하고 낯선 그리스 로마신화의 가계부터 신들의 특징, 인문학자들의 비유와 책의 문장들을 저자는 자유자재로 사용하지만 따라가는 나는 숨이 찼다. 몇 번을 넘겨서 주석을 다시 읽어야 했고, 주석을 읽느라 글의 흐름을 놓치기도 했다. 중반쯤 읽었을 때는 뒤에 해제를 먼저 읽고 올까 하는 유혹에 흔들리기도 했다. 지금 읽어도 시대 상황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풍자들을 읽으면서 사람 사는 곳은 어느 시대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고전이 되는 것이겠지만. 또 이 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것과 금서로 지정되었다는 것은 공감되지 않는다. 풍자나 비평이 그렇게 날카로운 것 같지 않고, 보편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시대를 생각해 본다. 그 시대에 저자 말고는 누구도 가톨릭을 이렇게 비판하거나 풍자한 사람이 없었다는 것. 누구도 쉽게 말하지 못할 때 용기를 가지고 자신의 신념을 믿음으로 말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저자의 이런 어려움은 뒤에 실린 친구에게 쓴 편지를 통해서도 잘 나타난다. 자신이 좋아하는 친구에게 비판받는 것과 이해받지 못하는 것을 저자는 견디기 힘들어한다. 조심스럽고 겸손한 마음을 담은 편지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졌다. 우신을 등장시켜 사회 기득권의 부패와 위선을 말하던 저자는 실제 생활과 관계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인다. 한 번의 이야기, 책으로 끝나는 일이라면 누구나 개혁가나 풍자가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 말, 그 책 이후에도 그는 그 사회에서 살아가야 한다. 이전과는 다른 삶으로. 자신의 삶에 더 무거운 책임을 지면서. 자신의 말과 글에 사람들의 시선과 비난, 때로는 조롱까지도 견디며 살아야 내야 하는 것이다. 기꺼이 감당해 준 저자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누군가의 시작이 있어서 종교개혁은 시작되었고, 그 혜택은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으니. 또한 번역을 한 박문재님께도 감사한 마음이다. 정말 상세하고 자세한 주석을 보며 에라스무스 못지않은 해박함에 감탄했다. 도장 깨기 같은 마음으로 도전했다가 오래 고생했다. 하지만 좋은 책과의 만남에 힘겨운 독서도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누구? 저처럼 힘겨운 독서를 행복한 만남으로 만드실 분 있으신가요? 손드세요~ 저만 혼자 고생할 수는 없잖아요. 혹시 당신은 힘들지 않을 수도 있어요. 용기 내서 도전해 보세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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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지만 타인입니다 - 조금 멀찍이 떨어져 마침내, 상처의 고리를 끊어낸 마음 치유기
원정미 지음 / 서사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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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의 내면 아이를 아프고 무겁게 인지하고 한 걸음 나갈수 있게 용기를 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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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지만 타인입니다 - 조금 멀찍이 떨어져 마침내, 상처의 고리를 끊어낸 마음 치유기
원정미 지음 / 서사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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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강렬함에 끌렸다. 가족과 타인이라는 단어에 시선이 붙잡혀서 책을 선택했다. 가족이지만 타인이 되고 싶은 내 숨은 마음을 들여다본다. 마음이 움찔하지만 도전하고 연습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 어렵고 힘든 길을 가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아프게 하지 않기 위해.


저자 원정미는 지독히 구시대적이고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들이 아니라는 이유로, 재능이 없다는 이유로 철저히 외면당했던 소심한 어린아이는 상처받은 줄도 모르고 성인이 되었다. 나이만 먹으면 자연스럽게 엄마 노릇, 아내 노릇을 할 줄 알았지만 잘되지 않았다. 미국에서 미술치료와 상담 심리를 공부하고 애 셋을 낳고 기르며 상처받은 내면 아이를 마주하게 되었다. 인간 내면을 탐구하며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찾고 치유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상처 입은 어린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건강한 가정을 세우는 일을 하며 기쁨과 소명을 느낀다. 캘리포니아에서 한국 이민자를 대상으로 상담 교육, 부모교육, 마음 수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

책은 저자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한다.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이 솔직하게 이어진다. 저자의 성장 과정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흐름으로 이후에는 미국에서의 새로운 시작과 결혼과 육아를 통해 자신의 내면 아이를 들여다본다. 아직도 여전히 공부하고 애쓰며 노력하는 중이라는 나답게 살기 위한 저자의 이야기들이 책의 마지막에 쓰여 있다. 모두가 고만 고만하게 가난하고 비슷하게 살았던 우리의 어린 시절 속으로 저자와 함께 손잡고 가 본다.


건강한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는 부모님은 나와 오빠를 제대로 사랑하지 못했다. 생존이 곧 사랑이었던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기에 나는 너무 어렸다. (p29)

저자의 나이 또래의 사람들은 거의 비슷한 가정환경이었지 않을까? 부모님들은 전쟁 이후에 태어나 먹고사는 것에 모든 신경을 쏟았던 세대다. 사랑이라는 것은 자식들을 먹고 입히고 공부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분들이다. 마음이 불편하지만 어떻게 표현하는지도, 자식을 어떻게 사랑하는지도 배운 적도 본적도 없는 분들이 최선을 다해 자기 식대로 자녀들을 사랑했다. 그 사랑은 때론 상처가 되고, 불화가 되었다. 시간이 지난 후 부모님을 이해하기 위해 애쓰는 마음으로 돌아보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진다. 문득 나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본다. 그러면서 저자의 말을 이해한다. 모두 비슷비슷한 환경이었던 것을. 유독 많이 싸웠던 저자의 집이라고 했지만 우리 집도 그에 못지않았다.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할아버지와 할머니, 삼촌들까지 대식구가 사는 집에서 어머니는 가족의 모든 식사를 책임지셨다. 식사뿐 만 아니라 농사일까지. 어머니가 편안히 집에서 쉬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 어머니가 어린 내 눈에도 안되어 보여서 나는 착한 딸이 되었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착한 딸이 되기로 선택했던 것이다. 지금도 어머니와 가까이 살면서 서로의 필요를 채우지만 우리는 아직도 분리가 되지 않은 것 같다. 숙제가 무겁다.


아무리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더라도 자신을 믿어주고 지지하고 진정으로 사랑하는 한 사람만 있으면 사람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쩌면 인간의 인생은 그 ‘한 사람’을 찾아 헤매는 여정일지도 모른다.(p76)

저자는 대학 공부를 하면서 자신의 부모님들과 자신에 대해 조금씩 알아갔다고 한다. 이후 미국으로 유학을 가게 되고,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한다. 그 결혼을 통해 저자는 자신의 한 사람을 찾았다고 말한다. 믿어주고 지지하고 진정으로 사랑해 주는 한 사람을 만난 것이다. 그녀가 만난 한 사람이 무지 부럽다. 하지만 그녀는 책에서 말한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을 멈추자 행복해지기 시작했다고. 그러나 나는 이제 시작이다. 첫 걸음마를 시작하는 사람이 욕심으로 무리하면 안 된다. 그리고 그녀는 또 말했지. 자신의 감정을 잘 들여다보고 인정해 주어야 한다고. 그것부터 시작한다. ‘그래. 나는 부러웠구나. 그럴 수 있지.’ 이렇게 하나씩 인정하고 알아봐 주고 나를 챙기다 보면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그 한 사람이 되어주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본다. 아이들에게 그 한 사람으로 신뢰를 주고 있는지 돌아보면서 한발씩 앞으로 나가야지. 마음을 다잡는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한 사람일수 있으므로.


자존심과 자존감의 가장 큰 차이는 ‘개인의 판단과 기준 그리고 목표가 어디에 있느냐’다. 자존심은 타인에게 존중받고 싶은 마음이다. 따라서 자존심이 센 사람들의 기준은 대부분 외부의 평가 그리고 타인의 시선에 있다. (p107)

처음 자존심의 뜻을 알았을 때가 생각난다. 중학교 때였던 것 같다. 자존심-자신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는 마음이라는 뜻. 얼마나 멋진가? 자신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는 마음이라니. 그때부터 나는 자존심이란 단어에 빠졌다. 원래도 약한 척하지 않았고, 남들 앞에서 우는 것을 자존심 상하게 생각했던 나는 오래도록 자존심에 빠져 있었다. 자존심은 나를 지키는 마음이라기보다는 휘둘리는 마음이 되었다. 다른 사람들의 평가나 반응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내 기분도 그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졌다. 그 자존심이 자존감이랑 다르다는 것을 아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저자처럼 결혼을 하고 육아를 하면서 부딪히는 상황과 일들, 관계 안에서 부단히 배우고 깨달았다. 지금도 타인의 시선에 온 신경이 곤두서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를 들여다본다. 내 마음 어딘가 불편한 것이 있는지, 어떤 상황이 나를 힘들게 하거나 기분 나쁘게 하는지를 살핀다. 마음의 주도권을 타인의 손에 쥐여주지 않기 위해 애쓴다. 진정으로 나를 사랑하는 마음들을 높이기 위해 천천히 자신을 향해 괜찮다고 말해준다. 특별하지 않아도, 건강하지 않아도, 예쁘지 않아도, 가진 것이 많지 않아도 괜찮다고. 나여서 괜찮다고. 그리고 저자처럼 그때 어린 내면 아이를 안아준다. 그때 할아버지와 어머니, 동생들 사이에서 혼자 애쓰고 마음 썼던 어린 나를 가여운 마음으로 안아준다. 그때 너는 최선을 다했다고. 어느 것도 너의 잘못은 아니었다고. 이게 뭐라고 눈시울이 붉어진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무거웠다. 술에 취해 삼촌들과 싸우시던 할아버지, 밤낮으로 일만 하시는데 좋은 소리 한번, 인정 한번 받지 못하시던 어머니. 마음 둘 곳 없는 어머니가 도망갈까 봐 장롱 속에서 어머니의 가방을 지키며 잠들었던 동생들... 그 동생 중 유독 예민하고 불안감이 높았던 여동생은 지금 마음이 많이 아프다. 동생의 상처들과 힘겨움이 여과 없이 느껴졌다. 나로 인해 원하지 않지만 정서적 학대가 대물림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읽을 때는 두려움이 느껴졌다. 살기 위해 한 일들이, 사랑해서 했던 행동과 말들이 아이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은 아프고 무거웠다. 하지만 그 무거움을 넘어서는 저자의 힘을 느낀다. 거기서 멈춰 서거나 후퇴할 수 없는 엄마라는 자리, 아내라는 이름으로 힘을 낸다. 저자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그렇게 힘들게 어렵게 노력하고 배우고 실천했던 것처럼. 나도 늦었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나와 잘 지내기 위해 나를 더 들여다보기로 한다. 가족이지만 타인이고 싶었던 마음은 책을 모두 읽고 나자 제목을 온전히 이해하게 되었다. 가족이지만 하나의 개인으로 타인으로 온전히 서야 가족으로 관계가 아름답고 사랑이 있는 것이다. 가족이지만 타인으로 지내고, 모른 척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고 그 시작은 자기 자신과의 화해와 잘 지내는 일이다. 자신을 잘 알아야 화해도 하고 잘 지내기도 한다고. 결혼이라는 것은 혼자(자기 자신) 잘 지내는 사람이 해야 하는 것이라는 말을 이해한다. 나는 혼자 잘 지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편안하게 안일하게 생각하며 힘겨운 자리에서 또 다른 자리로 회피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 회피 또한 자신의 선택이므로 저자처럼 공부하고 실천하기로 결심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진심으로 잘 지내고 싶음 마음이므로. 그녀의 가정에 웃음소리가 넘쳐 나듯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들에게 상처가 치유되고 행복한 미소가 이어지기를 기도한다. 모두 사랑으로 최선을 다했으므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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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 식탁 - 양장, 영혼의 허기를 달래는 알랭 드 보통의 132가지 레시피 오렌지디 인생학교
알랭 드 보통.인생학교 지음, 이용재 옮김 / 오렌지디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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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와 요리의 품격을 높이고, 대화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멋진 책. 식탁 위에 항상 두고 참고해야 할 책. 다소 낯선 요리는 도전해보고 싶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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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 식탁 - 양장, 영혼의 허기를 달래는 알랭 드 보통의 132가지 레시피 오렌지디 인생학교
알랭 드 보통.인생학교 지음, 이용재 옮김 / 오렌지디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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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머리 교육이 한창 유행일 때가 있었다. 간혹 의욕이 넘치는 선생님들께서는 그날 아침 부모님과 밥상머리에서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써오라고 하기도 하셨다. 의욕을 가지고 좋은 말들로 아이들을 교육하고 싶었지만 현실은 늘 시간과의 전쟁이었다. 좋은 말보다는 늘 빨리빨리라는 말이 먼저 튀어나왔고, 어쩌다가 여유가 있으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시간을 그냥 보내기도 했다. 그런 기억들이 책을 보자 떠올랐다. 그때 이 책이 있었더라면. 아쉬움을 접으며 알랭 드 보통의 사유 식탁으로 들어가 본다.


알랭 드 보통은 1969년 스위스에서 태어나 영국 런던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이자 철학자. 1993년 첫 소설집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발표하며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저작 활동과 함께 2008년부터는 인생 학교를 설립하고 학생을 가르치며 책을 펴내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알랭 드 보통이 주축이 되어 만든 인생 학교는 ‘배움을 다시 삶의 한가운데로’라는 모토 아래 암스테르담, 베를린, 파리, 상파울루 등에 분교가 있다. 삶의 본질과 연결된 다양한 질문을 묻고 토론한다.

책은 크게 3부로 나뉘어 있으며 식탁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레시피가 책의 대부분의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음식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을 확장하는 1장은 서문으로 보면 좋을 듯하다. 2장부터는 본격적인 레시피가 나온다. 음식의 재료들을 좋은 개인의 덕목으로 비유하여 요리법과 함께 실려 있고, 이후에는 자신을 돌보는 레시피, 친구들과 함께하는 요리, 여러 관계에 어울리는 요리들과 자신을 즐기는 요리가 실려 있다. 3장은 음식만큼이나 중요한 대화에 대해서 싣고 있다. 형형색색의 다양한 음식과 낯선 이방의 식탁으로 살며시 가서 앉는다.



식재료와 요리가 어떤 생각과 감정을 일깨우고, 어떻게 현재의 문제에 직면할 태도를 갖추도록 돕는지를, 음식이야말로 생각을 떠올리거나 저장하고, 추억을 전달하는 방식으로서 우리 삶에 더없이 중요한 것이라고 믿는다.(p15)

이 책의 주요 목적 정도 되겠다. 음식이 단순한 음식이 아님을. 먹는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일깨우며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을 준다고 말한다. 음식이 어떤 의미 인지를 생각해 본다. 저자의 탁월한 비유와 폭넓은 사유를 다 따라가지는 못하지만 음식에 대한 나만의 의미는 있지 않을까? 음식을 먹으면서 언제 행복했었나를 기억해 본다. 많은 것들이 부족했던 어린 시절 산골의 식사는 늘 초라하고 부족했다. 그 부족함을 채워주던 감자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맛이 입김과 함께 살아난다. 동생들과 사이좋게 나눠 먹으며 별말 없이도 웃음으로 채웠던 시간들이 흑백영화처럼 느리게 지나간다. 그 감자로 우린 놀이를 이어갈 힘을 얻었고, 나눠먹는 즐거움을 알았다. 손가락이 문고리에 쩍쩍 붙던 겨울밤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몽글몽글한 순두부는 음식이 아니라 풍경이다. 그 겨울의 한옥 집과 동생들과 추위와 어머니의 분주한 몸놀림으로 기억되는 풍경. 그 풍경으로 오늘을 버티고 견디며 사는 것인지도.



우리는 작으면서도 광활하고, 복잡하고도 단순하며, 매우 괴상하면서도 독특하지만, 그렇다고 주변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내일은 결국 올 것이고, 우리는 이번에도 능히 대처할 것이다.(p145)

우리 자신 돌보기라는 제목으로 이어지는 레시피 중의 하나다. 이 설명으로 무슨 레시피인지 알 수 있을까? 조금 더 힌트를 주면 내일이 힘든 날이 될 것을 예상하고 스스로에게 힘을 주는 레시피다. 무엇일까? 레몬 생강차의 레시피와 함께 실린 글이다. 이 책의 큰 특징 중 하나. 레시피 하나에 글 하나이다. 요리법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지만 실린 글을 읽는 재미와 감동이 있다. 혹은 깨달음이. 함께 실린 그림도 아름답게 어울린다. 다양하게 많이 나오는 요리법 중 하나는 정말 해봐야겠다고 다짐했고, 가장 무난하고 쉬운 것을 찾았다. 바로 레몬 생강차. 마침 아침저녁 일교차가 큰 환절기다 보니 딱 맞는 레시피다. 그 레시피에 어울리는 작가의 격려의 말. 우리는 평범하면서 평범하지 않지만 결국은 내일의 일을 능히 대처할 것이다. 그렇다. 이 간단한 차를 만들면서 자신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본다. 분주하고 바쁘지만 결국은 주어진 일들을 다 해낼 자신을 믿는다. 향긋한 레몬향과 톡 쏘는 생강처럼 일들이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할지라도 능히 대처할 것이다. 나라는 사람은. 작고 광활하고 복잡한 나는. 심지어 괴상하기까지 한 나는.


앞으로 우리는 음식과 대화 메뉴 두 가지 모두를 가지고 식사에 임해야 한다.(p354)

마지막 장 대화에 나오는 말이다. 대화를 마지막 장에 서술하면서 전체 요리가 나오듯 대화도 코스에 따라 배열하여 보여 준다. 그리고 저자는 책에서 자주 말한다. 음식에는 많은 신경을 쓰고 시간과 정성을 들이면서 왜 음식을 먹으며 나누는 대화에는 큰 비중을 두지 않느냐고. 너무 당연해서 생각해 보지 못한 부분이다. 음식을 맛있게 하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쓰면서도 대화를 한쪽으로 너무 밀어 두었다. 대화는 약간의 양념이 아니다. 대화 자체가 음식과 함께 주메뉴인 것이다. 그래서 음식과 함께 어우러지는 대화는 저자의 말처럼 식탁을 단순한 식탁 이상으로 만든다. 바로 사유 식탁이다. 어떤 대화들이 감정들이 음식과 함께 나누어지고, 기억되는지도 중요한 것이다. 대화들도 음식을 준비하는 심정과 정성으로 상대를 향해 열려 있어야 한다. 상대를 향한 질문과 배려들이 대화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단순히 그날의 일들이나 자신의 과시를 위한 대화는 아무리 근사한 식탁이라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 음식은 혼자 먹기 위해 만드는 것보다 누군가를 먹이기 위해 준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배려와 섬김이 대화에서도 그대로 이어져야 한다. 그래서 대화와 음식을 통해 자신의 약점이 부끄럽지 않게 되고, 짝사랑이 치유되기도 하며, 미루 두었던 일들을 해낼 용기를 얻게 된다. 그것은 단순한 음식만으로는 힘들 수도 있다. 음식이 단순히 먹고 생명을 유지하는 수단을 넘어서서 이제는 사유하고 관계를 개선하는 일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맛깔난 음식 사진을 원하는 것처럼 빛나고 사랑이 있는 대화도 준비하자. 상대를 향한 마음을 온전히 보여 줄 수 있는.


책에는 132가지의 레시피가 나온다. 방대한 양도 양이지만 적재적소의 음식들이 더 행복감을 더해준다. 간혹 이어지는 맛깔스러운 사진과 그림, 주제별로 색깔이 다른 종이까지 이 책은 볼거리가 많다. 단순히 볼거리가 많은 것이 아니고 무심하듯 툭툭 던지는 말들이 생각을 자극한다.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요리책을 읽으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우정을 생각하며, 우울을 달래고, 자신이 싫어질 때도 견디는 힘을 얻는다는 것을.

상대를 배려하는 대화의 중요성도 새롭게 배운다. 낯설고 생소한 이국의 요리에서 따뜻함이 느껴지고, 먹어 보고 싶다는 의욕이 일어난다. 레시피에서 알아듣지 못하는 단어들과 수량들을 검색한다. 그들에게는 익숙한 식재료와 양념들이 우리에게는 맘먹고준비해야 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그래도 요리를 좀 더 즐겁게, 행복하게 해 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했다. 또 책에 실린 대로 대화를 전체 요리처럼 구성하여 해보는 것도 시도해 봐야겠다. 밑줄과 색인들이 책의 색깔과 어울려 숲을 이룬다. 많은 부분 밑줄을 그었고, 감탄했으며, 고개를 끄덕이면서 음식을 향을 맡듯이 책을 읽었다. 정갈한 음식 사진에서 김이 모락 모락 나는 느낌이 들고, 향기롭고 감미로운 음식 향이 코를 자극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렇게 색다른 요리책을 만날 수 있어 행복했다. 자기 자신과 화해하는 법을 모르거나 관계가 어려울 때 저자의 레시피 속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요리가 힘겨움이나 지겨움이 아니라 누군가를 향한 완전한 사랑임을 깨닫는 선물을 줄 것이다. 그의 사유 식탁에 당신을 초대한다. 당신은 열린 마음과 미소만 가지고 오면 된다. 모든 것은 우리가 준비할 테니.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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