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작으면서도 광활하고, 복잡하고도 단순하며, 매우 괴상하면서도 독특하지만, 그렇다고 주변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내일은 결국 올 것이고, 우리는 이번에도 능히 대처할 것이다.(p145)
우리 자신 돌보기라는 제목으로 이어지는 레시피 중의 하나다. 이 설명으로 무슨 레시피인지 알 수 있을까? 조금 더 힌트를 주면 내일이 힘든 날이 될 것을 예상하고 스스로에게 힘을 주는 레시피다. 무엇일까? 레몬 생강차의 레시피와 함께 실린 글이다. 이 책의 큰 특징 중 하나. 레시피 하나에 글 하나이다. 요리법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지만 실린 글을 읽는 재미와 감동이 있다. 혹은 깨달음이. 함께 실린 그림도 아름답게 어울린다. 다양하게 많이 나오는 요리법 중 하나는 정말 해봐야겠다고 다짐했고, 가장 무난하고 쉬운 것을 찾았다. 바로 레몬 생강차. 마침 아침저녁 일교차가 큰 환절기다 보니 딱 맞는 레시피다. 그 레시피에 어울리는 작가의 격려의 말. 우리는 평범하면서 평범하지 않지만 결국은 내일의 일을 능히 대처할 것이다. 그렇다. 이 간단한 차를 만들면서 자신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본다. 분주하고 바쁘지만 결국은 주어진 일들을 다 해낼 자신을 믿는다. 향긋한 레몬향과 톡 쏘는 생강처럼 일들이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할지라도 능히 대처할 것이다. 나라는 사람은. 작고 광활하고 복잡한 나는. 심지어 괴상하기까지 한 나는.
앞으로 우리는 음식과 대화 메뉴 두 가지 모두를 가지고 식사에 임해야 한다.(p354)
마지막 장 대화에 나오는 말이다. 대화를 마지막 장에 서술하면서 전체 요리가 나오듯 대화도 코스에 따라 배열하여 보여 준다. 그리고 저자는 책에서 자주 말한다. 음식에는 많은 신경을 쓰고 시간과 정성을 들이면서 왜 음식을 먹으며 나누는 대화에는 큰 비중을 두지 않느냐고. 너무 당연해서 생각해 보지 못한 부분이다. 음식을 맛있게 하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쓰면서도 대화를 한쪽으로 너무 밀어 두었다. 대화는 약간의 양념이 아니다. 대화 자체가 음식과 함께 주메뉴인 것이다. 그래서 음식과 함께 어우러지는 대화는 저자의 말처럼 식탁을 단순한 식탁 이상으로 만든다. 바로 사유 식탁이다. 어떤 대화들이 감정들이 음식과 함께 나누어지고, 기억되는지도 중요한 것이다. 대화들도 음식을 준비하는 심정과 정성으로 상대를 향해 열려 있어야 한다. 상대를 향한 질문과 배려들이 대화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단순히 그날의 일들이나 자신의 과시를 위한 대화는 아무리 근사한 식탁이라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 음식은 혼자 먹기 위해 만드는 것보다 누군가를 먹이기 위해 준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배려와 섬김이 대화에서도 그대로 이어져야 한다. 그래서 대화와 음식을 통해 자신의 약점이 부끄럽지 않게 되고, 짝사랑이 치유되기도 하며, 미루 두었던 일들을 해낼 용기를 얻게 된다. 그것은 단순한 음식만으로는 힘들 수도 있다. 음식이 단순히 먹고 생명을 유지하는 수단을 넘어서서 이제는 사유하고 관계를 개선하는 일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맛깔난 음식 사진을 원하는 것처럼 빛나고 사랑이 있는 대화도 준비하자. 상대를 향한 마음을 온전히 보여 줄 수 있는.
책에는 132가지의 레시피가 나온다. 방대한 양도 양이지만 적재적소의 음식들이 더 행복감을 더해준다. 간혹 이어지는 맛깔스러운 사진과 그림, 주제별로 색깔이 다른 종이까지 이 책은 볼거리가 많다. 단순히 볼거리가 많은 것이 아니고 무심하듯 툭툭 던지는 말들이 생각을 자극한다.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요리책을 읽으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우정을 생각하며, 우울을 달래고, 자신이 싫어질 때도 견디는 힘을 얻는다는 것을.
상대를 배려하는 대화의 중요성도 새롭게 배운다. 낯설고 생소한 이국의 요리에서 따뜻함이 느껴지고, 먹어 보고 싶다는 의욕이 일어난다. 레시피에서 알아듣지 못하는 단어들과 수량들을 검색한다. 그들에게는 익숙한 식재료와 양념들이 우리에게는 맘먹고준비해야 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그래도 요리를 좀 더 즐겁게, 행복하게 해 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했다. 또 책에 실린 대로 대화를 전체 요리처럼 구성하여 해보는 것도 시도해 봐야겠다. 밑줄과 색인들이 책의 색깔과 어울려 숲을 이룬다. 많은 부분 밑줄을 그었고, 감탄했으며, 고개를 끄덕이면서 음식을 향을 맡듯이 책을 읽었다. 정갈한 음식 사진에서 김이 모락 모락 나는 느낌이 들고, 향기롭고 감미로운 음식 향이 코를 자극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렇게 색다른 요리책을 만날 수 있어 행복했다. 자기 자신과 화해하는 법을 모르거나 관계가 어려울 때 저자의 레시피 속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요리가 힘겨움이나 지겨움이 아니라 누군가를 향한 완전한 사랑임을 깨닫는 선물을 줄 것이다. 그의 사유 식탁에 당신을 초대한다. 당신은 열린 마음과 미소만 가지고 오면 된다. 모든 것은 우리가 준비할 테니.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