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생각쓰기 - 좋은 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윌리엄 진서 지음, 이한중 옮김 / 돌베개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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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좋은 일들은 은은한 향기처럼 오고, 나쁜 일들은 휘몰아치는 태풍처럼 덮쳐 옵니다. 태풍 한가운데를 지나는 지금, 몸도 마음도 나 같지가 않아요. 그럼에도 나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가장 기본으로 돌아가 책을 읽습니다. 책이 나를 읽는 것인지, 내가 책을 읽는 것인지 헷갈리지만 글쓰기라는 제목이 저를 붙잡아 현실에 발 딛게 합니다. 어떤 생각을 써야 좋은 글이 될지 막막하지만 해답을 찾는 심정으로 책을 넘겨요.


지은이 윌리엄 진저는 저널리스트이자 편집자, 대학에서 오래 논픽션 글쓰기를 가르쳤던 ‘작가들의 작가’입니다. 1946년 <뉴욕 헤럴드 트리뷴>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으며 오랫동안 <라이프>와 <뉴욕타임스> 등에 기고하며 작가로 활동했죠. 1970년대는 모교인 예일대학에서 글쓰기를 가르쳤고, 뉴욕 뉴스쿨대학교와 컬럼비아 대학 언론대학원에서 강의했어요. 다양한 주제를 다룬 18권의 책을 저술했으며, 특히 글쓰기에 관한 책이 널리 읽혔죠.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장은 좋은 글쓰기의 원칙이라는 주제로 글쓰기의 가장 기초적인 것들이 나옵니다. 나를 발견하는 글쓰기를 통해 간소하고 군더더기를 버릴 수 있는 만큼 버리고 자신만의 문제를 갖고 누구를 위해 쓰는지가 분명한 글쓰기가 좋은 글쓰기라고 해요. 2장에서는 통일성을 지키는 방법과 시작하고 끝내는 방법에 대해 나오고 3장에서는 여러 가지 형식에 대해 나옵니다. 문학과 인터뷰, 여행기, 회고록, 과학과 기술에 대해 설명하는 글, 비즈니스에 관련된 글쓰기, 비평과 유머에 대해 나오죠. 그리고 4장에서는 글쓰기의 자세를 말합니다. 글의 목소리를 듣고 작가의 즐거움과 두려움, 자신감에 대해 말하고 최종 결과물의 횡포에 대해서 말해요. 글쓰기는 결정의 연속이라는 것과 기억을 간직하는 글쓰기에서의 자세를 말합니다. 이후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써야 한다고 말해요. 그리고 마지막 장은 영어 글쓰기를 위한 조언으로 원서에서 영어 글쓰기에 대한 것을 따로 묶어 놓은 장이 이어져요. 단어와 용법, 기타 등등을 통해 영어 글쓰기를 잘하기 위한 비법들이 자신의 쓴 글들을 예로 들면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글쓰기 책을 몇 권만 읽어도 공통으로 하는 말이 있어요.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쓰고, 간결하게 쓰라는 것이죠. 그러면서 좋은 글을 쓰려고 하기 전에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글쓰기를 열망하면서도 자주 좋은 사람이라는 말에 걸려 넘어지는 저는 첫 시작에서부터 버벅거리며 자주 책을 벗어나요. 시선을 억지로 잡아다가 보드라운 종이 질감과 새 책 냄새에 집중하며 책을 넘깁니다.


좋은 글에는 독자를 한 문단에서 다음 문단으로 계속 나아가도록 붙잡는 생생함이 있다. 이것은 자신을 꾸미는 기교의 문제가 아니다. 가장 명료하고 힘 있는 언어를 사용하는 방식의 문제다. (p30)

간소한 글이 좋은 글이라고 말하는 부분입니다. 간소하다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봐요. 간소하다-간략하고 소박하다고 나오죠. 간단하다고 번역하지 않고 간소하다고 변역한 것에도 의미가 있을 겁니다. 간소하다는 것은 꼭 있어야 할 것들만 있다는 뜻이 아닐까 생각해요. 꼭 필요 없는 것들을 과감하게 버리고 꼭 필요한 것들만으로 이루어진 문장. 글쓰기 책에서 꼭 비중 있게 다루는 내용이 단문을 쓰라는 것이지요. 지나치게 화려하게 꾸미려 하다간 문장이 힘을 잃고 의미도 희미해져 간소한 문장의 생생함이 떨어지게 됩니다. 무엇인가를 말하려고 하는데, 그 무엇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은 글이 되죠. 하지만 알고 있다고 해도 말처럼 단문을 쓰는 일은 쉽지 않아요. 하나의 문장에 하나의 주어와 서술어만 쓰려고 하지만 쓰다 보면 자꾸만 길어지고, 길을 잃게 됩니다. 특히 저는 이런 제 자신의 문제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쉽게 고치지 못해요. 뭔가 화려하게 꾸민 문장이 간단한 문장보다 글을 더 잘 쓰게 보인다고 착각하는지도 모릅니다. 영어나 우리말이나 글쓰기에서 간소한 글이 좋은 글입니다. 여기까지 쓰고 다시 돌아가 보니 긴 문장이 너무 많아요. 갈 길이 멉니다.


글쓰기는 인격과 관계가 있다. 여러분의 가치가 건전하면 글도 건전할 것이다. 글은 언제나 의도를 가지고 시작한다. 먼저 자신이 무엇을 바라는지, 그것을 어떻게 하고 싶은지 알자. 그리고 인간미와 정직함으로 글을 완성하자. 그러면 팔 수 있는 것이 생길 것이다. (P304)

결국은 돌고 돌아 제자리로 온 느낌입니다. 자신만의 문체를 가질 것과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감을 갖고 쓸 것을 이야기한 작가는 글쓰기의 자세에서 말해요. 글쓰기는 인격과 관련이 있고, 자신의 건전한 가치관이 글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요. 책 쓰기를 최근 2년 가까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계속 생각만 하고 있는 이유는 내 안에서 나올 것이 거의 없다는 생각 때문이죠. 자신의 이야기를 어디까지 얼마나 공개하고 써야 하는지도 아직은 감이 오지 않아요. 생각만 할 뿐 글을 쓰지 않으니 늘지도 않고, 변명만 늘어납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감을 갖고, 누구랑 비교하지 말고 쓰라는 말이 위로도 격려도 되지만 오리려 두려움을 키우기도 해요. 평가에 민감하고 타인의 시선과 말에 크게 휘청이는 지금의 상태로는 글쓰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뭐 어쩌라고 하는 배짱을 부려봐야 시도라고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이 정도면 건전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지라고 생각하면서 뭐라도 써봐야겠습니다. 작가의 말처럼 꾸준하게 오래도록 연습하면 분명 나아지는 것이 글씨기라고 했으니, 앉기 싫어도 오늘부터는 노트북 앞에 앉아야겠어요. 정말 뭐라도 써보기 위해서요. 조금 더 나은 인격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하고 성숙하기 위해서요.


이 책을 읽고 기억에 남는 것은 자신만의 글을 자신감 있게 쓰라는 말입니다. 자신을 발견하고 그 자신을 간소하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요. 그 속에서 자신만의 문체도 나오고, 팔리는 글쓰기도 될 수가 있다고 하죠. 미국에는 작가로 인정받으려면 책이 잘 팔려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상을 받는 것이 중요한데, 미국은 경제적인 것으로 작가를 인정한다고 해요. 글쓰기를 가르치는 작가에게 자주 하는 질문이 있다고 합니다. 팔리는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서죠. 그때마다 작가는 말한다고 합니다. 팔리는 글을 쓰려고 하지 말고 자신의 이야기를 간소하게 쓰라고요. 글쓰기도 일정 부분 연마되는 것이니 꾸준하게 계속 쓰고, 고쳐 쓰는 것을 힘들어하거나 귀찮아하지 말라고 조언하죠. 아무리 뛰어난 작가라도 단 한 번에 글을 완성할 수는 없다고요. 고쳐 쓸 때는 자신이 쓴 글을 소리 내어 읽어보고 거슬리는 부분을 고쳐 쓰라고 합니다. 고쳐 쓰는 일도, 자주 글을 쓰지도 않으면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만 하는 저를 발견해요. 노력은 하기 싫고, 못 쓴 글을 보이고 싶지도 않으니 글을 쓰지 않는 악순환을 계속하고 있는 저를요. 살아낸다는 일은 매 순간 선택의 연속이고,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지금 여기 고상하게 책을 읽는다는 허울 좋은 이유 말고, 내 안의 깊은 곳 까지 가닿을 용기와 선택이 필요합니다. 분명 글쓰기 책을 읽었는데, 지금 현재의 나를 발견합니다. 간소하게 뭐라도 쓰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과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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