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양장 에디션) - 나를 위해 톨스토이가 남긴 삶의 지혜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상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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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제까지 살아온 날들이 남은 날들보다 많아지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남은 시간들은 이전과는 다르게 좀 더 나답게 후회 없이 살아보고 싶어 선택한 책이죠. 띠지의 박웅현 작가님의 말이 더 시선을 사로잡았고요.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위해 어떤 공부가 필요할까요? 너무 많을까 봐 조금은 걱정하면서 책을 넘깁니다.


레프 톨스토이는 1828년 러시아 남부 야스나야 폴랴 나의 톨스토이 백작 집안의 넷째 아들로 태어났으나 어린 시절 부모를 여의고 고모들 손에 자랐어요. 16세가 되던 1844년 카잔 대학교 도양어 대학 아랍. 터키어과에 입학했으나 사교계 출입으로 방탕한 생활을 일삼다 자퇴하고 1847년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1851년 맏형이 있는 캅카스에서 군인으로 복무했지요. 1852년 문학지 <동시대인>에 자전적 소설 <유년 시절>을 발표해 투르게네프로부터 문학성을 인정받았고, <소년 시절>, <청년 시절>을 잇달아 발표합니다. 1853년 크림전쟁이 일어나자 전쟁에 참여했고, 당시 전쟁 경험이 훗날 그의 비폭력주의에 영향을 미쳤어요. 크림전쟁에 참전한 경험을 토대로 <세바스토폴 이야기>를 써서 작자로서 명성을 확고히 했죠. 1862년 결혼한 후 문학에 전념해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등의 대작을 집필하여 작가로서 명성을 누렸습니다. 톨스토이는 고귀한 이생 성찰로 러시아 문학과 정치, 종교관에 놀라운 영향을 미쳤고, 인간 내면과 삶의 진리를 담은 걸작을 많이 남겨 지금도 러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대문호로 존경받고 있어요.

책은 말년의 생각들을 집필한 것으로 짧은 문장으로 이루어진 시와 산문이 러시아의 숲을 연상하게 합니다. 마지막까지 그가 붙들고 있었던 생각과 남기고자 했던 사상과 당부는 무엇이었을까요? 후루룩 먹어치우는 인스턴트가 아니라 눈으로 입으로 즐기는 파인 다이닝의 음식처럼 책장을 조심스럽게 넘깁니다.


혀끝까지 나온 나쁜 말을 내뱉지 않고 삼켜버리는 것,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음료다.(p22, 좋은 음료 중에서)

혀끝까지 나온 나쁜 말을 삼켜 본 적이 있나요? 생각보다 삼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나의 의를 드러내고 싶어서 머리는 분주하게 다음 말들을 자연스럽게 끌어오기 위해 고민하죠. 상대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기어이 그 나쁜 말을 꺼내요. 다른 사람의 허물을, 잘못을요. 그러면서 은근히 자신이 우위라는 것을 슬쩍 깔아놓고 이런 말은 정말 하지 않으려고 했다는 말까지 더하면 비로소 완성됩니다. 괜찮은 사람인척하면서 다른 사람 흉보기 가요. 내 속에 더러운 것들이 쏟아져 나올까 봐 사람들을 잘 만나지 않았던 시간이 있었죠. 무슨 말을 해도 억울한 내 감정, 분한 마음, 용서할 수 없는 타인의 행동들이 튀어나와서 힘들었습니다. 그렇게 말을 쏟아놓고 돌아보면 쓰나미처럼 후회가 몰려와 밤잠을 방해했고요. 그래서 제가 내린 처방은 사람들을 만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만나서 좋은 이야기가 나올 것 같지 않으니 아예 만남 자체를 멀리 한 거죠. 몸에 좋은 것들을 찾아먹으려는 분주한 움직임 사이로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음료를 준비합니다. 혀끝까지 나온 나쁜 말을 내뱉지 않고 삼켜버리는 것! 오늘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음료 몇 잔이나 마셨나요?


식물의 부드럽고 섬세한 뿌리는

단단한 흙을 뚫고 바위까지 가른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사랑을 억누를 수 있는 것은 없다.

모두를 사랑해야 한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 추악한 사람

가릴 것 없이 말이다.

선한 사랑은 죽거나 바라는 법이 없다. (p214, 선한 사랑 중에서)

작가가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지금 이 순간과 사랑입니다. 사랑하라는 말을 자주 반복적으로 하고 있죠.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과거와 미래가 아니라 현재, 바로 지금이라고 말해요. 당연한 듯한 말을 그렇구나 깨달으면서 읽습니다. 식물의 부드럽고 섬세한 뿌리가 단단한 흙을 뚫고 바위까지 가릅니다. 사랑이 그렇다고 해요. 사랑이 가장 강하다고 하지만 실제로 강한 사랑을 하기란 쉽지 않죠. 죽거나 바라는 것 없이 선한 사랑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랑이라고 말하면 아주 크고 포괄적인 개념입니다. 나만의 소소한 사랑을 찾고 만들어가야 해요. 큰 사랑에 묻히지 않는 작지만 확실한 사랑으로 오늘을 살아냅니다. 햄버거를 먹고 싶다는 딸아이를 위해 마트를 다녀오고, 양배추를 채칼에 잘게 썰어 준비해요. 식빵은 바삭하게 구워 소스를 바릅니다. 치즈를 얹고, 양념된 닭 가슴살까지 넣으면 완벽합니다. 맛있다고 웃으면서 먹는 딸아이를 보는 것. 행복이자 사랑입니다. 오늘 치의!


직장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이력서를 내고, 면접에서 자꾸만 거절당해서 상심이 컸어요. 아무것도 하기 싫고, 식욕도 거의 없죠. 그런데 독감까지 앓고 나니 몸에 힘이 거의 없습니다. 침대랑 한 몸처럼 지내는 제게 책의 문장들이 꽂힙니다. 나태하지 마라,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사랑하라 등의 문장들이요. 문장들을 지팡이 삼아 무거운 몸을 일으키고 계단 오르기를 하고 돌아와 책을 마저 읽습니다. 조금은 뿌듯한 마음으로요. 책을 읽는 자신의 모습을 즐기면서 문장들을 톨스토이가 내게 말을 하듯 새깁니다. 언제라도 튀어나올 가장 좋은 음료가 되도록 꾹 눌러 담아요. 문장을 살아낸 작가의 말은 힘이 있습니다. 직접 몸을 움직여서 농작물을 가꾸고, 금욕적인 생활도 실천하죠. 아내랑은 사유재산과 저작권 포기 문제로 다투다가 집을 나와 아스타 토역 역장의 관사에서 눈을 감았어요. 마지막까지 자신이 생각한 대로 살려고 했던 모습이 책에서도 죽음에서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살아갈 날들을 위해 이제까지 살아왔던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도전해 봐도 좋을 것 같아요. 거슬리는 것들이 많다면 이 책을 길잡이 삼아서 톨스토이처럼 뚜벅뚜벅 걸어볼 일입니다. 어제와 미래가 아니라 바로 지금 사랑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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