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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바꾼 100책
EBS 독서진흥 자문위원회 지음 / EBS BOOKS / 2023년 12월
평점 :

욕심이 부름 참사입니다. 지적 허영심으로 제목을 보고 소장 가치가 높겠다고 서평단 신청을 했어요. 경쟁률이 높지는 않았지만, 기다리면서 조마조마하기도 했죠. 책을 받았을 때 당황했습니다. 5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이라 읽기가 만만치 않아 보였거든요. 그렇지만 EBS 독서진흥 자문위원회에서 선택한 역사를 바꾼 100권의 책이라니 너무 기대됩니다.

EBS 독서진흥 자문위원회는 독서율 저하에 따른 문해력 부족과 사회적 소통 단절을 해소하고자 2023년 발족한 위원회입니다. 철학. 과학. 문학. 사회학. 경제학. 예술 6개 분야의 학자 11명으로 구성되었죠. <역사를 바꾼 100책>을 선정하고 30명의 공동 집필진과 이 책을 썼습니다. 위원장은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님이시고 자문 위원으로는 김상옥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 김진엽 서울대 미학과 교수, 김헌 서울대 인문학 연구원 교수, 박만섭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교수, 이승종 연세대 철학과 교수, 이형목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전중환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조대호 연세대 철학과 교수로 10명입니다. 그들이 선정한 책을 30명의 공동 집필진과 함께 썼어요. 3000년 인류사의 전환점이 된 고전들이라는 부제로 역사의 흐름을 바꾸고 사조의 전환을 일으킨 위대한 책들이 100권 실려 있습니다. 철학 분야의 책이 우파니샤드를 시작으로 선의 굴림까지 32종, 과학 분야는 기하학 원론부터 이기적 유전자까지 19종 실려 있어요. 문학은 일리아스를 시작으로 패스트까지 19종, 사회학은 유토피아를 시작으로 오리엔탈리즘까지 10종, 경제학은 국부론에서 게임이론과 경제행위까지 9종, 예술은 취미의 기준에 대하여부터 밝은 방까지 6종, 역사는 역사, 사기, 역사 서설의 3종, 심리학은 심리학의 원리와 꿈의 해석 2종이 실려 있습니다. 여러분! 100권의 책 중 읽었거나, 제목이라도 들어본 책은 몇 권이나 되나요? 하나씩 체크하면서 책을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저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우파니샤드는 가까이 upa, 아래로 ni, 앉는다 또는 얻는다 sad는 뜻의 합성어다. 이를 조합하면 제자가 스승 아래 아주 가까이 앉아서 지혜를 건네받는다는 뜻이다. (P19)
첫 책은 인도인들이 들으며 위안과 평화를 느끼던 서사이자 시가인 우파니샤드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첫 책으로 꼽은 것이 아니라 고대 인도인들의 시가를 꼽았다는 점이 특이해요. 베다의 초기 내용을 담은 상히타의 본집과 본집을 풀이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부분으로 되어있습니다. 베다는 투시 능력을 가진 성자가 신에게 들은 우주 관련 이야기로 구전되다가 기원전 1500년 무렵 산스크리트어 기록되기 시작했죠. 상히타의 본집에는 해설서의 브라흐마나 제례의 비법을 다루는 아란야카와 철학적이고 신비적인 내용으로 가득 찬 우파니샤드가 있어요. 우파니샤드는 베다의 마지막 부분으로 이때 마지막은 순서상으로 끝이라는 뜻이 아니라 더 갈 곳이 없는 정수 또는 최고봉을 나타내죠. 이 최고봉을 선정한 이유는 뭘까요? 그것도 첫 번째 책으로. 농업과 목축업을 하던 고대인들은 우주와 전면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고, 삶의 무대가 자연 자체였죠. 우파니샤드에서 우주의 궁극적인 실재인 브라흐만과 개인의 진정한 자아인 아트만이 하나라는 범아 일여 사상으로 나타나 있고, 이런 측면은 우리에게 우파니샤드를 통해 세계와 더 깊고 더 넓은 관계를 맺는 삶을 들여다볼 수 있게 했어요. 자연 속에서 나를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라 자연과 하나 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인간을 더 깊고 넓은 관계 속으로 인도했습니다. 인간이라는 개별적 특성과 좁은 틀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우주까지 확장된 사고를 심어주었습니다. 거기에서부터 인간의 문명과 사상, 문화는 태동 되지 않았을까요?

<신곡>은 내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나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천국도 지옥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을 알려주며,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때 진정한 희망의 찬란한 빛으로 가득한 천국과 같은 삶을 살 수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P152)
27번째 책은 단테 알리기에리의 <신곡>입니다. 신곡은 모두 3권으로 되어있어요. 그 구조는 사후 세계의 구조와 연결돼요. 지옥으로 들어선 후 연옥으로 오르고, 마침내 천국에 이르는 상승과 구원의 체험을 하는데, 이는 기독교적인 세계관을 따른 사후 세계죠. 단테는 지옥문을 통과해서 최고의 지성인 베르길리우스를 만나고, 호메로스도 만나요. 이들의 만남을 그린 것이 라파엘로의 <파르나소스산>입니다. 또 자신이 정치적으로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웠던 교황 보니파키우스 8세와 여러 사람들을 목격했다고 써요. 소설을 통해서 자신의 정적들에게 복수하기도 하고 자신을 지옥을 넘어 연옥을 거쳐 천국에 이르는 순례자로 그립니다. 천국에서는 살아있는 동한 한을 풀지 못한 사랑을 만나죠. 그가 평생을 사랑한 베아트리체는 일생 동안 두 번 스치듯이 만났지만 평생을 사랑한 여인입니다. 다른 사람과 결혼하고 자식도 낳았지만 유일한 여인으로 남아 신곡을 쓰게 한 무사 여신과 같은 존재였죠. 작품을 통해서라도 만나고 싶어 했던 단테의 간절함이 역사적인 고전 <신곡>을 만들어 냈다고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없다면 지옥일지도 모르겠어요. 평생 식지 않는 사랑을 가진 단테도 있지만 우리 평범한 사람들은 지금 함께 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천국처럼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 여기서 가질 수도 누릴 수도 없는 것들을 헛되게 품으면서 곁에 있는 사람을 외롭게, 힘들게 하지 않는 것이 더 좋아 보입니다. 단테처럼 운명적인 하나의 사랑이 누구에게나 허락된 것은 아니니까요.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시나요? 그 사람을 아끼고 소중히 대해서 여기서 천국을 누리는 것이 좋다는 것을 신곡을 보며 깨닫습니다.
100권 중 읽어 본 책은 거의 없습니다. 책에 대한 책 말고 이제는 고전을 만나야 할 때임을 깨닫는 시간이었죠. 문해력을 위해 쉽게 쓰셨을 텐데도 잘 이해하지 못하고 글자들을 꾸역꾸역 집어넣는 것처럼 읽기도 했어요. 혹시나 조금이라도 아는 책이 나오면 반갑기도 하고 이해가 조금은 되기도 했습니다. 끝까지 다 읽고 나서 분명한 것은 읽어봐야겠다고 표시한 책과 이건 읽지 말아야지 하는 책이 구별되었다는 거예요. 교수님들도 어렵다고 한 책이 몇 권 있었는데, 그것들은 일단 패스하기로 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분야별로 제 취향을 깨달았어요. 그나마 문학과 철학 책들은 괜찮았고 좋았지만, 경제학이라든가 과학 분야는 정말 힘들게 읽었습니다. 이름도 몰랐던 책을 만나고, 그 작가들의 이름을 온전히 만나는 시간은 좋았습니다. 교수님들의 짧지만 핵심적인 책 소개 내용도 좋았지요. <1984>, <침묵의 봄>, <이기적 유전자>등의 비교적 최근작이 실린 것과 6개 분야(철학, 과학, 문학, 사회학, 경제학, 예술)로 나뉘어서 책을 선정한 것도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자 특징 같아요. 아직은 잘 이해하지 못해서 독서보다는 소장에 더 무게를 두는 책이 되었지만, 천천히 하나씩 만나볼 예정입니다. 정말 저자들이 말하는 대로 역사를 바꿀 만한 책이었는지 직접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힘들겠지만, 여러분도 함께 도전해 보실래요?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