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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 근대 자본주의 정신은 무엇인가 ㅣ EBS 오늘 읽는 클래식
조배준 지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EBS BOOKS / 2023년 12월
평점 :

마르크스와 베버는 공산주의와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한때 금서가 되기도 했고, 물론 금서가 아니라고 해도 읽기 쉬운 책들은 아니지만요. 프로테스탄트는 익숙하고 호감이 가는 말이죠. 루터의 종교개혁사를 간략하게나마 배운 적이 있습니다. 프로테스탄트라는 말은 성경적인 개혁을 의미했어요. 그래서 기대하는 마음으로 베버의 해명을 기꺼이 듣기로 했습니다.
저자 조배준은 서양철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여러 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어요. ‘철학’이라는 딱딱한 번역어를 쓰지 않으면서 어떻게 Philosphy의 재미를 나누고 사회적 효능을 더불어 생산할 수 있을지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스피노자와 마르크스에서 출발하는 탈근대적 지평에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화두로 삼아 사회정치철학을 연구하고 있어요. 또한 서양철학의 사대주의와 학문적 식민주의 풍토를 벗어나, 우리 시대의 문제를 우리말로 개념화하는 한국 현대철학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쓴 책으로는 <DMZ 접경 지역 기행>, <현대 정치철학의 네 가지 흐름>, <길 위의 우리 철학>, <처음 읽는 한국 현대철학>등이 있어요.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는 막스 베버의 생애와 가문에 대해서 나오고, 독일 상황과 자유주의 지식인의 문제의식이 실려 있어요. 이어서 책의 집필 배경과 그가 종교적 원천을 탐구한 이유와 자본주의 정신이라는 에토스의 실재에 대해 나옵니다. 2부는 그의 문제적 저작인 논문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읽는 방법에 대해서 나와요. 시대적 배경으로 개신교 분파들과 새로운 계층의 등장을 설명하고 자본주의에서 ‘정신’이 무엇인지 설명해요. 또 루터의 직업 개념에 대한 비판적 분석과 세속적 금욕주의의 종교적 토대들을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금욕주의와 자본주의 정신에 대해 나옵니다. 그리고 3부에서는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이해하기 위해 함께 살펴보면 좋은 책들이 소개되고 있어요. 첫 번째로 그의 저서 <직업으로서의 정치>가 나오고, 니체의 <아침놀>과 게오르그 짐멜의 <돈의 철학>, 버트런드 러셀의 <게으름에 대한 찬양>, 한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종교사회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막스 베버를 온전히 만나볼까요?

베버의 관심은 당대 자본주의 일반 체제의 전모를 청교도 윤리로 밝힐 수 있다는 것을 주장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서구 사회의 근대 자본주의가 초기에 발전할 때 ‘합리적 경제 윤리’ 또는 ‘건전한 노동(직업) 윤리’가 중요한 규범적. 종교적. 문화적 요인으로 작동했다는 점을 해명하는 데 있다. (P62)
베버는 자본주의가 마르크스주의 인식인 경제적 이해관계나 구조적 요인들의 지배 관계에 종속된 수동적 결과물이 아니라고 합니다. 마르크스가 노동을 보는 시간과 베버의 시각은 전혀 다르죠. 마르크스는 노동을 착취로 보고, 베버는 청교도 윤리가 자본주의의 정신에 기여했다고 봅니다. 그래서 노동을 거룩한 성직이자 사명으로 알고 성실하게 일하고 검소하게 생활하며 재산을 쌓는 것이 이전 시대보다 천박하게 여겨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거로 들어요. 하지만 일정 부분 청교도 윤리가 자본주의 정신에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전부라고는 말하지 않습니다. 한 사회에서 어떤 가치가 수렴되고 세워지기 위해서는 규범적이고 종교적이며 문화적으로 함께 움직여야 하죠. 한 사회나 시대를 종교가 가장 크게 지배하고 있더라도 종교만으로는 그 사회를 다 설명할 수는 없어요. 그래서 베버는 합리적 경제 윤리와 건전한 노동 윤리가 새롭게 등장하며 분파하기 시작한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고, 영향을 주었다고 본 것이죠. 우리는 지금 너무도 익숙한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물질만능 주의라고 그 폐해를 말하면서도 물질이 우선이 되는 자본주의가 당연한 시대죠. 그래서 자본주의 초기의 정신에 대해 말하는 베버의 말은 생소합니다. 자본주의라는 것이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정신이 있었다고 말해요. 그 정신은 프로테스탄트 윤리가 기초가 되었고요.

결국 루터는 속세에서 떠맡게 된 자신의 ‘직업 안에서’만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신앙생활을 영위하라고 주장한다. (p139)
종교개혁의 신호탄은 루터의 ‘95개조 반박문’입니다. 그 반박문을 통해 가톨릭의 잘못을 비판했던 루터는 후에는 사회 변혁을 가로막는 역할도 해요. 시작도 하나님의 섭리였지만, 변혁을 막는 이유도 하나님의 섭리였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프로테스탄트 윤리를 말하려면 루터의 종교개혁을 빼고는 말할 수 없어요. 루터는 가톨릭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성경의 독점으로 봤습니다. 그래서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해서 누구나 읽게 했어요. 독일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직업이라는 단어를 소명을 뜻하는 단어로 번역하면서 직업이 각자의 소명으로 인식하게 했죠. 자유롭고 새로운 기독교 분파를 통해 이전에 알고 있던 물질과 직업에 대한 인식이 자연스럽게 바뀝니다. 루터로부터 시작된 프로테스탄트 윤리는 칼뱅의 예정론을 만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죠. 천대 시 하던 노동과 부자에 대한 관념이 예정론에 따라 자신의 구원을 확증하는 도구로 사용되게 됩니다. 하나님이 주신 거룩한 소명, 즉 직업을 통해서 잘 살게 되는 것은 하나님께서 복을 주신 것으로 인식되었으며, 그로 인해 구원의 확증으로까지 확장되죠. 루터의 성경 번역에서 시작된 직업으로서의 소명이 칼뱅의 예정론을 만나 확장되면서 자본주의에 영향을 주게 되었다는 것이 베버의 의견입니다.
여러 시대 상황과 종교 개혁이 맞물려서 자본주의가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근대 이전의 경제 활동은 천시되었고, 부자를 성경적이지 못하게 보는 시선이 많았어요. 하지만 종교개혁을 통해 직업이 소명으로서 인식되고,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하고 부를 축척하는 것이 하나님께 복을 받는 것이라고 인식되면서 부자들이 늘어나게 됩니다. 자본주의는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 아니라 프로테스탄트 윤리를 기초로 한 자본주의 정신에서 생겨났다는 것이 베버의 의견이죠. 세속적 금욕주의와 청교도적 생활 양식을 개신교 생활윤리로 요약했고, 세속적 금욕주의는 지극히 세속적인 세계 안에서 상업과 교역을 통해 세속적인 직업 활동을 통해 금욕주의를 실천하는 것이죠. 수도사들과 달리 세상과 자신의 직업 안에서 말이죠. 청교도들의 생활에서는 지옥의 고통이나 죽음 이후 영혼의 소멸에 대한 공포심, 그리고 그것의 반대급부인 내세의 영원한 삶에 대한 종교적 열망이 현세의 삶을 체계적으로 조직하게 만드는 일종의 ‘규제적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양상이 조직화된 세속 안에서 수행되는 세속적 금욕주의라고 요약했고요. 베버는 생활을 체계화하고 조직화하며 삶의 문법을 새롭게 써간 문화적인 특성은 소유 욕망이 아닌, 다른 어떤 정신적 가치를 지향하는 행위에서 촉발했다고 봤습니다. 그것이 프로테스탄트 윤리였고요. 상당한 분량의 책을 읽을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대충 이해했다고, 엄청난 주석을 가진 책을 덤빌 용기도 없고요. 하지만 자본주의 정신에 프로테스탄트 윤리가 영향을 줬다는 사실은 희망적이고 좋습니다. 하지만 그 본질에서 점점 멀어져 괴물이 되어 가는 자본주의를 어떻게 해야 할지는 고민으로 남아요. 김누리 교수님은 말했죠. 자본주의는 야수라고요. 야수 자본주의에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집니다. 자본주의를 읽고 삶의 방향을 고민하다니, 그래서 철학 책인가 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