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의 실천이성비판 -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EBS 오늘 읽는 클래식
박정하 지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EBS BOOKS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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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신이 견딜 수 없어서, 서평단에 신청한 책입니다. 그것도 마감일 날에 급하게요. 철학을 일상에서 하고 싶다는 멋모르는 욕심을 품고 읽었던 EBSBOOKS에서 나온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고서 용기를 냈죠. 손에 잡히는 아담한 사이즈의 연한 연두색 책을 만났을 때 기뻤습니다. 책을 덮을 때까지 기쁨이 유지될까요?


저자 박정하는 서울대학교에서 칸트 철학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어요. 현재 성균관대학교 학부대학교수로서 <학술적 글쓰기>, <고전 명저 북클럽>등을 가르치면서 한국교양교육 학회, 한국사 고와 표현 학회 회장을 역임하는 교양교육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비판적 사고 교육에 관심을 두어 청소년에게 철학을 가르치는 일에 고민하면서 그 작업의 일환으로 고등학교 논술교육에 적극 참여하여 EBS 논술 연구소 부소장을 지냈고 고등학교 논술 교과서의 책임 필자 역할도 했죠. 시민 철학교육도 철학 대중화의 주요 영역으로 여겨 (사) 철학아카데미에 20년 이상 핵심 운영진으로 참여하면서 일반 시민에게 철학을 강의하고 전파하는 역할을 해 왔습니다.

책은 칸트의 3비평 서중 하나인 실천이성비판을 어떻게 읽고 이해해야 하는지를 서술하고 있습니다. 총 3부의 구성으로 1부는 근대 이성의 완성자라고 불린 칸트의 간략한 생애와 이론 이성과 실천 이성을 설명하고, 실천이성비판의 과제와 성격에 대해 설명해요. 현대 윤리의 3개의 큰 틀인 공리주의와 덕 윤리, 의무 주의를 설명하죠. 2부는 본격적으로 실천이성비판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설명합니다. 도덕법칙의 설명부터 행복이 도덕의 토대가 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고 도덕의 토대인 자유와 최고선, 실천 이성의 요청으로 이어져요. 3부에서는 칸트의 실천이성비판을 이해하기 위해서 참고할 서적들이 소개됩니다. 칸트의 다른 책인 <윤리형이상학 정초>, <칸트의 역사철학>, <영구평화론>과 백종현의 <인간이란 무엇인가>와 존 스튜어트 밀의 <공리주의>까지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어요. 이름만 들어본 칸트의 생애와 이성을 알기 위해 큰 숨을 쉰 후 조심스럽게 칸트의 문을 두드립니다.


<실천이성비판>은 바로 이성의 실천적 사용에 접근함으로써 어떻게 실천 이성이 의지를 규정하여 우리가 의무를 지키게 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고자 한다. 달리 말해 실천 이성이 어떻게 우리를 도덕적 존재가 되게 하여 자기에게 불리하더라도 지킬 것은 무조건 지키게 하는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P37)

칸트는 동프로이센의 쾨니히스베르크에서 궁핍한 마구 직공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마구 제작자였고, 어머니는 독일 여성으로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타고난 지성과 인품 때문에 유명했다고 해요. 칸트는 8세 때 어떤 현명하고 마음씨 좋은 목사의 눈에 띄어 그 목사가 운영하던 경건주의 학교에 들어가게 되고, 8년 반 동안의 교육으로 일생에 라틴어 고전을 좋아하게 됩니다. 전반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생활을 이어왔으며 친구들의 도움으로 대학에서 학위를 마치고 대학의 사강사 생활을 시작했어요. 학문에 대한 열정으로 연구를 계속 해왔고, 결혼도 하지 않았죠. 몸이 약해서 평생을 철저한 루틴을 지킨 것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그의 3비판서는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 비판입니다. 그는 순수이성비판을 통해 드러난 부족한 점을 두 번째 비판서인 실천이성비판에서 다뤄요. 실천이성비판은 이성의 실천적 사용에 대해 접근합니다. 실천이성이 어떻게 우리를 도덕적 존재가 되게 하여 자기에게 불리하더라도 지킬 것은 무조건 지키게 하는지를 설명하는 거죠. 한마디로 정리된 실천이성비판에 대한 설명입니다. 하지만 이 한마디를 풀어쓴 이후의 내용이 과연 이해가 될까 하는 염려되었어요. 이성이라는 것을 깊이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에게 이성을 둘로 나눈 칸트는 특별한 사람 같기도 합니다. 순수이성과 실천이성? 쉽게 쓴 거라고 그랬는데 나만 어려운 건가요?


인간은 곧 그의 자유와 자율의 힘으로 신성한 도덕 법칙의 주체가 된다. 이성적 존재자는 도덕 법칙에 어긋나는 어떠한 의도에도 복종하지 않을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한낱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동시에 그 자신이 목적으로 인정된다. (P145)

칸트의 생애로부터 시작된 책은 근대 이성의 윤리 3가지인 공리주의와 덕, 의무 주의를 지나 본격적으로 칸트의 실천이성비판 읽기로 접어듭니다. 실천이성비판의 첫 번째로 다루는 것은 도덕법칙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죠. 행복과 도덕의 관계, 자유, 최고선을 언급해요. 도덕은 어떤 조건을 갖지 않는 정언 명령으로 설명합니다. 정언 명령은 절대적인 명령이죠. 정언 명령으로서 도덕은 다른 사람의 존엄과 권리를 해치지 않는 원칙만이 법칙이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칸트의 그 유명한 정언 명령이 탄생합니다. “인간을 목적으로 대우하고, 단지 수단으로서만 대우하지는 말라."라는 칸트를 몰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정언 명령이죠. 최고선과 도덕의 토대가 되는 자유에 대한 설명은 어려워요. 분명히 쉽게 설명을 하고 있는데,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이성을 설명하고 논증하는 것이라 더 어렵게 느꼈죠. 그래도 이것만 기억하면 된 거 아닌가 하고 위로를 합니다. 인간을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목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 인간은 자유와 자율의 힘으로 신성한 도덕 법칙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 말이죠. 자유와 자율의 힘이 결국은 칸트가 말한 순수이성과 실천이성이지 않을까 짐작해 봅니다. 인간은 수단이 될 수 없다는 큰 정언 명령만 기억하기로 해요. 복잡한 설명들은 잊고서요.


분명 EBSBOOKS에서 나온 책은 쉽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렵기로 소문난 니체도 대충 이해를 했으니 자신감을 가졌죠. 그런데 아니었어요. 정언명령은 중학교 윤리 시간에 배운 것 같고, 칸트는 임마누엘 칸트라는 이름만 알고 있었으니 욕심이 과했습니다. 왠지 성이랑 잘 어울리는 이름이 입에 딱 붙기도 했고, 임마누엘 칸트라고 말하면 유식해 보이기도 했으니까요. 칸트의 철학을 너무 접해 본 적이 없어서 더 힘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니체는 워낙 유명해서 다른 책에서 이름이라도 자주 접했던 것이고, 칸트는 정말 처음이었죠. 하지만 어렵게 설명해도 인간은 수단이 될 수 없고, 이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 이해합니다. 사리 분별과 도덕을 갖고 있는 인간이라는 존재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없는 존엄한 존재라는 것을요. 특별히 도덕을 이성을 가르치지 않아도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철학자는 당연한 것을 의심하고 질문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어요. 인간은 왜 이성을 갖고 있고, 도덕을 갖고 있는 거야라고 질문하지 않는 사람은 평범한 사람이고, 그걸 질문하고 연구하는 사람은 철학자가 됩니다. 본격적인 철학서도 아니고, 철학서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 길잡이 책을 읽고서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나를 깨달아요. 철학자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상의 철학이라는 무모하고 헛된 욕심이 불러온 결과죠. 오랜만에 느낍니다. ‘내가 한글을 모르나?’라고. 분명 읽지만 무슨 내용인지를 몰라요. 몇 번을 다시 돌아가서 읽어도 모르겠습니다. 집중력은 흩어지고, 거실의 TV 소리는 정말 잘 들리는데, 글자들은 의미를 전해주지 않아요. 꾸역꾸역 집어넣으면서 읽었다는 것에 위로를 삼습니다. 정언 명령인 도덕법칙은 인간은 그 자체로 목적이라는 것과 최고선은 도덕과 행복이 일치하는 것이죠. 정언 명령이 도덕 법칙이 될 수 있는 것도 어떤 조건도 붙지 않는 법칙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 책의 책의 제목 <칸트의 실천이성비판>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를 조금 이해하게 되죠. 실천 이성은 우리의 행동을 통해 인간이 목적이 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요. 실천이성이 있으므로 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하게 됩니다. 여기까지가 한글을 겨우 깨친 것처럼 읽은 저의 이해입니다. 여러분 어떤 해석을 하실지 기대됩니다. EBSBOOKS를 믿고 과감하게 도전해 보셔요. 어느 쪽으로든지 유익한 독서가 될 겁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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