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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사람을 위해 우울증을 공부합니다 - 우울증 환자를 살리는 올바른 대처법
최의종 지음 / 라디오북(Radio book) / 2024년 1월
평점 :

우울증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갖는 편견이 제게도 있었습니다. 마음이 약한 사람들이 걸리는 것이고, 열심히 움직이면 낫는다는 편견이죠. 소중한 사람의 우울증을 지켜보면서, 혹은 가볍게 제가 우울증을 앓아보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아주 심각하고 외로운 병이라는 것을요. 누구도 자신의 통증을 이해하지 못하는 고립감과 외로움으로 힘들어하는 소중한 사람을 위해 저자의 경험과 지식을 빌립니다.
저자 최의종은 포항공대 컴퓨터공학과 졸업 후 현재 국내 유수의 게임회사 기술 총책임자로 일하고 있어요. 우울증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지만, 7년 전 우울증에 걸린 아내가 병원을 다녀도 상태가 점점 악화되는 것을 보고 우울증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각종 논문과 사례를 닥치는 대로 찾아 검토했고, 운동과 식단, 생활 환경 등을 아내 상태에 맞게 적용해 큰 효과를 거두었죠. 치료 과정에서 우울증은 가족이 돕지 않으면 낫기 힘들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고,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알려야겠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습니다.
책의 앞 부부인 1~3장까지는 최초 진단받은 시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담았고, 이어서 어떻게 우울증 공부를 시작했는지, 인터넷에서 논문 찾는 방법 등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4장부터는 실제 시도한 여러 치료법 중 효과가 있었던 것들을 자세히 썼습니다. 특히 습식, 수면, 운동을 통해 건강을 되찾는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는데, 그중 가장 효과가 컸던 운동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어요. 5장에서부터는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영양제를 추천하며 그 효과를 설명했고, 책 말미에는 병원 치료와 병행하면서 시도해 볼 수 있는 비약물적인 치료법을 다뤘습니다. 특히 10장에서는 효과가 좋았던 tDCS에 대해 강조하면서 사용법과 효과에 대해 자세하게 나와요. 11장과 12장은 우울증을 이기기 위한 소비법과 우울증과 싸우며 알게 된 삶의 소중함에 대해 말하고 있죠. 마지막 13장은 직접 우울증을 앓았던 아내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병원에서 말하는 것처럼 희망을 품다가 재발해서 더 고통 가운데 있는 소중한 사람을 생각하며 책을 넘기는 손길이 빨라져요.

실제로 우울증에 걸린 상태 자체가 감정이나 기분이 제대로 제어되지 않는 병적인 상태이고, 항우울제를 먹어서 회복되면 원래 감정을 되찾게 되는 것이라는 점을 설명해 주고, 그것이 환자 본인의 ‘진짜 감정’이지 항우울제로 만들어진 가짜 감정이 아니라고 알려줘야 합니다. (P75)
우울증 약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많습니다. 약을 오래 먹어서 중독되거나 약을 평생 먹는 나약한 사람이 될까 봐 우울증 환자들은 두려워하죠. 처음 약을 먹으면 효과가 바로 나타나서 금방이라도 완치가 될 것 같은 희망을 품게 됩니다. 그 희망 사이로도 자신의 감정과 상태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의식이 이어지고, 약을 먹어서 나아진 기분이 자신의 감정이 아니라 가짜 감정이라는 생각까지 하게 돼요. 이럴 때 보호자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고 합니다. 약을 먹어서 나타나는 부작용 및 효과에 대해서도 자세히 공부해서 알고 있어야 하고, 환자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자세히 알려 줘야 하죠. 우울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말로써 환자를 힘들게 하지 않도록 만남을 통제하거나 가까운 가족들에게는 우울증이 어떤 병인지를 분명히 알려줘서 이해를 돕습니다. 감정이나 기분이 제대로 제어되지 않는 병적인 상태이며, 움직이는 것이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는 것을 설명해야 합니다. 심지어 환자 본인에게도요. 그래야만 환자가 자신의 병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몸과 마음의 상태에 따라 불안해하지 않게 되죠. 약을 먹어서 일시적으로 나아진 기분이 약으로 인한 것이라고, 자신의 감정이 아니라 가짜 감정이라고 힘들어하는 아내에게 저자가 한 말은 인상적입니다. 또 책에서는 이렇게 실전 예를 들어 환자의 마음이 다치지 않는 대화법이 쉽고 자세히 설명되어 있어요. 대화들을 읽으면서 혹시나 제가 모르고 소중한 사람에게 힘든 말을 한 것은 아닌지 돌아봤습니다.

병원은 의료진의 자세, 대기실 분위기, 진료 대기 시간이나 병원 위치, 처방약을 받는 동선 같은 세세한 요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현재 다니는 곳이 여의치 않으면 과감하게 바꾸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 환자들의 진료 후기 등을 참고하고 그래도 갈 곳이 마땅치 않으면 상급 병원을 선택합니다. (p158)
책을 읽는 내내 드는 생각은 남편의 지극한 사랑입니다. 아픈 아내를 위해 모든 것을 배려하고 먼저 실천해 보는 모습이 그냥 사랑이라고 표현하기도 어려울 정도의 극진한 사랑이죠. 병원에서 의사로부터 듣는 부정적인 피드백은 치명적일 수 있어서 진료를 늘 함께 따라다니며 상처가 되는 말들을 차단했다고 해요. 그래도 100% 차단하기는 어려워 아내도 의사의 말에 힘들어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병원을 바꿔보기 위해 먼저 병원을 방문해서 대기실의 분위기와 진료 대기 시간 등을 알아봤다고 해요. 그냥 옮기는 것이 아니라 신중하게 먼저 경험하고 아내를 위한 최적의 선택을 해 나갑니다. 의료진의 자세와 처방약을 받는 동선까지도 생각하고 고려해서 병원을 선택했죠. 집에서 가까운 병원에 진료실에서는 몇 마디 말도 나누지 못하고, 혼자 진료 보고 약을 받아 돌아오는 소중한 사람이 떠올라 마음이 먹먹했습니다. 가까이 살지 않으니 매번 도와줄 수도 없고, 병원을 다녀왔느냐고 전화로만 묻는 형편이 생각나서요. 그래도 소중한 사람은 씩씩하게 버텨내고 있습니다. 혼자 많이 외로웠겠다는 말 한마디에도 힘이 난다고 오히려 저를 위로하면서요. 역지사지가 어려운 것인지는 알지만, 그래도 왠지 의사 선생님들께는 높은 기대를 갖게 됩니다. 그만큼 절박하기도 하고, 기댈 곳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죠. 한 사람의 환자, 내 수입으로만 보지 말고(물론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그렇지 않지만) 한 사람으로, 그것도 마음이 많이 아픈 한 사람으로 봐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가족 중 누군가라고 생각하고 말 한마디 한마디에도 진심을 담았으면 좋겠어요. 우울증 환자들도 병원을 신뢰하고, 의사 선생님을 신뢰하고, 긴 어둠의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책은 이게 가능하다고 싶을 정도로 자세하고 정성이 넘칩니다. 아픈 아내를 향한 세심하고 다정한 배려가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져요. 아픈 아내가 신경 쓰지 않게 하려고 로봇 청소기를 2대나 사서 돌리고,(소음을 힘들어하는 아내를 위해 2대를 동시에 돌려 시간을 짧게 하기 위해) 음식물을 버려주고, 생필품이 떨어지지 않게 늘 채워둡니다. 아이들의 숙제나 준비물도 꼼꼼히 챙겨주고, 아내가 대충 먹지 않도록 식단에도 각별한 신경을 써요. 체온조절이 힘든 아내를 위해 여름에는 에어컨과 보일러를 동시에 돌려 항상 실내 온도를 26도에 맞춥니다. 전기 요금이 60만 원이나 나왔다고 하지만, 아내가 조금은 편안히 여름을 보낼 수 있어 좋았다고 해요. 온갖 통증에 시달리는 아내를 위해 안마 의자를 사고, 집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홈트레이닝 기구들을 장만합니다. 경제적인 것뿐만 아니라 아내를 위해 영양제를 먼저 먹고 안전성을 검토하고, 식단도 먼저 먹어보고 아내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 천천히 바꿔 나가요. 또 tDCS를 직구로 구입해서 실제로 자신의 이마에 머리에 붙여 효과를 검증합니다. 이런 노력이 아내가 우울증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며 싸울 수 있는 힘을 줬어요. 말 한마디도 아내를 생각해서 조심하고 어떤 의심이나 불안을 조성할 수 있는 환경들은 차단하기 위해 애씁니다. 부정적인 뉴스가 많았던 시절에는 미담 기사만을 뽑아 읽어주는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하고, 약 먹는 것을 자주 잊어버리는 아내를 위해 약이 나오는 기구를 직구로 주문해서 사용하게 했죠. 그런 지극 정성에도 아내는 쉽게 약을 끊었다가 재발해서 더 힘든 시간과 고통을 겪게 됩니다. 힘들어하는 아내를 데리고 응급실에 가서 빈 베드 하나를 달라고 무릎 꿇고 울면서 빌었던 적도 있다고 해요. 꾸준한 운동과 식습관과 생활 습관 관리로 아내는 많이 나아졌습니다. 섣부르게 끊었던 약의 부작용과 재발을 알게 되어 항우울제를 보약처럼 먹고 있다고 해요. 마음의 감기라고 우울증을 얘기했던 사람들은, 우울증을 심각하게 여겨 병을 키우지 말라는 뜻에서 한 말이겠지만, 우울증은 감기 정도가 아닙니다. 수시로 자살 충동과 공황, 무기력, 전신 통증까지 동반하는 무서운 병이죠. 피가 나지 않는다고 해서, 눈에 보이는 외상이 없다고 해서 가벼운 것이 절대 아닙니다. 소중한 사람이 우울증으로 힘들어하고 있다면, 책의 저자처럼 모든 것을 환자 중심으로 세심하게, 다정하게 관리하며 이겨내야 해요. 어떠한 상황에도 환자가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도록 지극한 사랑을 보여주면서, 약물치료든, 운동이든, 식습관과 생활 습관 관리를 해야 합니다. 이 책이 그 길에 다정한 길라잡이가 되어 줄 거예요. 비록 경제적인 부분이 약간(많이) 동떨어진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