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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중동 수업 - 세계 변화의 중심, 이슬람 세계의 모든 것
장지향 지음 / 시공사 / 2023년 10월
평점 :

“이스라엘에서 가자 지구는 어디고, 서안지역은 어디야?”
딸아이의 물음에 잠깐 침묵이 흐르고 머릿속에는 어떤 것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연일 뉴스에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나오고 있는데, 저는 잘 모릅니다. 하마스는 뭐고, 가자 지구와 서안지역의 차이도, 왜 하마스가 민간인을 납치하고 폭력을 행사하는지도요. 그래서 정말 최소한 만이라도 알고 싶어서 선택했습니다. 어렵다는 편견을 깰 수 있을지, 어려움에 빠져서 허우적거릴지 궁금해하면서요.
저자 정지향은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문학사와 정치학 석사 학위를, 미국 텍사스 오스틴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외교부 정책자문 위원, 아산서원 교수를 지냈고 현재 아산정책 연구원의 중동센터장으로 재직하면서 중동 사회의 변화를 감지하고 우리나라와의 정치. 경제. 사회적 영향과 관계성을 살피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죠. 2018년부터 <매일경제신문>에 중동 관련 칼럼을 기고하면서 중동 이슈를 전하고 대중의 이해를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대표 저서로는 <중동 독재 정권의 말로와 북한의 미래>, 클레멘트 헨리와 공편한 <아랍의 봄: 민주화로 이어질 것인가?>가 있습니다.
책은 총 4부로 이루어져 있어요. 1부는 중동의 복잡한 현실을 민족 종교와 종파가 서로 달라서 복잡해진 중동을 설명하면서 우리의 인식과 아직도 여전히 잘 모르는 중동에 대해서 나옵니다. 2부는 지정학적 위치의 중요성과 오일 머니의 풍부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의 관심을 받는 중동을 설명해요. 서로의 이익을 위해 동맹과 적국이 되는 치열한 다툼이 실려 있죠. 3부는 대체로 민주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중동의 독재자들의 몰락과 서방, 특히 미국이 아프간에서의 실패와 탈레반의 재집권을 다루고 있습니다. 4부는 중동에도 불고 있는 MZ 세대들의 등장과 이들이 테러 조직을 어떻게 변화 시켰는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복잡하게 얽힌 촘촘한 미로 속을 책을 한 줄기 빛 삼아 들어가 봅니다.

또 중동 시민이 민주주의를 향해 반감을 보인다는 통념이 있으나 이는 자기 대표를 직접 선출하는 기제가 아닌 여러 분쟁 과정에서 강대국이 민주주의를 이식하려는 시도에 대한 불만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p48)
중동 국가들은 왕정 국가와 민주주의 국가, 독재 국가 등 다양한 형태의 국가를 갖고 있습니다. 종교 지도자의 권한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높은 편이며, 국가의 법 집행력이 약한 나라들도 많습니다. 국가의 유형에는 크게 4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 제한적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대표적인 나라로는 이스라엘과 튀니지가 있어요. 국가의 개혁 정책을 추진해 혜택을 고르게 배분하며 법질서도 존중하게 때문에 제한적이나마 민주주의 국가로 보죠. 두 번째 유형은 위압적인 권위주의 국가입니다. 이집트,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 이라크, 알제리, 레바논, 튀르키에, 이란이 해당하죠. 법 집행력은 높으나 사회 화답형은 낮은 위압적인 권위 주의 국가입니다. 세 번째는 개방형 왕정 국가입니다. 사회 화답 럭은 높으나 법 집행력은 낮은 유형으로 걸프 산유 왕정 6개국과 비산유 왕정 국가인 요르단, 모로코가 속하죠. 마지막 유형은 취약한 독재 국가입니다. 법 집행력과 사회화 담력이 모두 낮은 국가로 시리아, 리비아, 예멘이 있어요. 이렇게 중동 국가들을 분류해서 보면 각 나라들의 민주화 수준이 상당히 낮다는 것과 민주화 수준이 국민들의 삶의 질과 크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도 자국의 민주주의를 중동 국가에(특히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이식하려고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쏟아부었지요. 하지만 모두가 알 듯이 아프가니스탄에서는 10여 년 만에 탈레반이 재 집권을 했고, 미국은 뼈아픈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어요. 서방 선진국들이라 불리는 나라들이 중동의 나라에 개입을 하면서 자신들의 이익과 반강제적으로 민주주의를 이식하려고 해서 국민들에게 불만이 높은 것이죠. 다른 사람을 돕는다는 것의 순수성을 생각해 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대가를 바라고 도와주는 것은 오래 가지 못하고, 진정한 관계의 발전도 어려워요. 하물며 국가 간의 도움이라는 것도 일방적이거나 힘의 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세계 질서를 지킨다는 미국이 중동 국가 국민들에게는 또 다른 침략자가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하마스는 정치적 계산에 따라 로켓을 쐈다. 정치 구호인 팔레스타인의 이슬람 국가 건설을 세상에 선전하고 존재감을 부각한다는 차갑고도 비정한 결정이었다. (p115)
하마스는 가자 지구 무장 정파입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과 충돌하는 양상은 매년 비슷한 시나리오를 갖고 있어요. 서안 지역과 가자 지구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주민 또는 이스라엘 내 아랍계 이스라엘 시민과 동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계 거주자가 이스라엘 군경과 충돌합니다. 이를 빌미로 가자 지구 무장 정파인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로켓을 발사하는 식이었죠. 하지만 이번에는 하마스가 대규모 민간인 축제 현장을 덮쳐 사상자를 내고 인질을 사로잡아갔습니다. 그러니 이스라엘로서는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노릇이었죠. 이번 기회에 하마스와의 질진 전쟁의 종지부를 찍고 싶은 마음과 자국민의 생명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는 정당성이 충분히 설득력을 가집니다. 하지만 병원과 민간인 주거 지역을 공습경보도 주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폭격하고 있어요. 국제 사회의 비난이 이어지자 전쟁은 원래 그런 것이라고 대변인은 말하면서 며칠 전부터 이동을 명령했다고 합니다. 갈 곳 없는 난민 수준의 사람들을 떠나라고 했다고 면죄부가 주어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전투력의 상당한 우위에 있는 이스라엘이 어떤 식으로 전쟁을 풀어 갈지 염려가 커요. 또한 자신들의 정치적 계산에 따라 자국민의 안전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하마스도 문제입니다. 인질을 잡아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인질 석방을 대가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어냈던 하마스가 이번에는 왜 다른 선택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념의 이데올로기가 사라진 요즘은 풍부한 자원인 석유를 둘러싼 이권 경쟁 때문에 세계가 빠르게 헤쳐모이고 있는 중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전쟁의 참상이 날마다 뉴스를 장식하는데, 누군가의 고통을 구경하는 수준으로 무덤덤해지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두렵기도 합니다.
최소한이라는 말에 속았습니다. 최소한이라고 하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았어요. 이 정도가 최소한이라면 최소한도 모르고 잘 살아온 것을 감사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입에 붙지 않는 지명, 이름, 종파들이 많아서 미로 같았어요. 하지만 선명하게 다가온 두려움은 인간의 탐욕과 거대한 오일머니입니다. 인간의 한없는 탐욕이 마르지 않는 원천 같은 오일 머니를 만났을 때 독재와 부정부패가 심각해졌어요. 아프가니스탄의 오랜 내전과 시리아 내전도 결국은 자국의 이익을 우선에 둔 선진국과 그 나라 지도자들의 탐욕이 맞부딪힌 결과죠. 쿠데타를 통해서 새로운 정권을 창출한 초기 지도자들은 빠른 개혁과 복지 정책으로 국민들의 환심을 삽니다. 하지만 재선부터는 자신의 장기 집권을 위해 자신의 사람들을 주위에 포진 시키고 언론을 탄압하며 헌법을 개헌해서 장기 집권의 토대를 다져요. 언론은 탄압되어 국민들의 진짜 민심은 수면 아래로 고요히 가라앉아 위에서는 알기 어려운 상태가 됩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혁명은 일어나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게. 중동의 정치 상황과 여건들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정치를 생각했습니다. 언론이 탄압되고, 언론에서는 정확한 민심이 나오지 않습니다. 여론조사는 견고하고 국민들은 아무 불만이 없는 것처럼 나오죠. 물가는 나날이 올라가고, 서민들은 병원 가기도 살기도 힘들어지는데 정치인들은 자기들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선거 한철을 국민의 머슴으로 살겠다는 정치인들인 국회만 들어가면 딴 사람이 되는 것도 중동의 지도자들과 다르지 않아 보였어요. 시리아의 내전이나 하마스와 파타흐도 결국은 나라 안의 세력 다툼이 원인이죠. 서로 다투느라 국민들이 죽고 삶이 허물어지는데도 자신들의 정치 목적과 이익만을 생각하니 가장 약하고 힘없는 어린이와 여성들이 큰 피해를 봐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정학적 위치뿐만 아니라 원유 생산국의 거대한 자본이 국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우리는 어떤 외교를 펼쳐야 할지 정말 중요한 길목에 서 있는 것 같습니다. 정치 리더들에게만 맞기고 무관심한 것이 아니라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정확하게 중동을 알아서 불필요한 편견으로 난민 수용에 반대하지 않는 것도 미래를 위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는 단일 민족으로만 살수 없는 인구증가율을 갖게 되었어요. 보다 폭넓은 시야를 가지고, 중동을 품고 세계로 나아가는 우리나라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