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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국어력 - 말과 글에 품격을 더하는 지적 어른의 필수 교양
김범준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8월
평점 :

남편이 늘 제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말을 듣는 사람이 알아듣게 말하라고요. 저는 알아듣게 말한다고 생각하는데, 늘 제 말이 어렵다고 타박이죠. 어쩌면 이 책은 약간의 반발심으로 선택한 것인지도 몰라요. 나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전문가를 통해 확인받고 싶다는. 반발심과 더불어 품격 있는 어른이 되고 싶은 욕심도 있었습니다. 책을 읽고 말과 글이 품격 있어지기를 기대해 봐요.

저자 김범준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이자 자기 계발 분야 베스트셀러 작가입니다. 고려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국내 대기업과 유수의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 및 독서법에 대한 강연을 진행했죠. 아무리 바빠도 출퇴근 및 출장길, 평일 새벽 등 시간을 내어 책을 읽고 글을 써요. 또 수년간 독서모임을 진행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서로의 생각을 교류하면서 언어 능력을 지속적으로 갈고닦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모든 관계는 말투에서 시작된다>, <오십에 읽는 장자>, <아이와의 관계는 아빠의 말투에서 시작됩니다>등이 있어요.
이 책은 20년 넘게 자기 계발을 위한 공부와 일을 쉬지 않고 치열하게 해온 사람으로서 결국 살아남고 인정받는 사람들의 남다른 무언가는 바로 그들이 말하고, 읽고, 쓰는 ‘언어’에 달려 있다는 것을 깨닫고 쓴 책입니다. 지금보다 더 즐겁게 읽고, 야무지게 글을 쓰고, 조리 있게 말하고 싶어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쓴 책이죠. 그래서 책의 시작은 읽기부터입니다. 책에서 꼭 읽어야 하는 부분과 읽고 나서의 실천 법과 완독이 아니라 발췌독에 관해서 나옵니다. 2장에서는 말하기에 대해서 나와요. 첫마디의 중요성으로 시작해서 상처 주는 사람들과 거리 두는 방법까지 자세하고 쉽게 실려있습니다. 마지막 3장에서는 글쓰기에 대해 나와요. 자신이 쓴 글이 그 사람을 보여준다는 것을 잊지 말고 글을 쓸 때도 신중하라고 합니다. 기자들의 필수 원칙인 육하원칙과 많이 채우는 것보다 비워내는 여백에 대해서 말해요. 그리고 일반인들이 쉽게 쓰는 sns도 주제에 맞게 쓰라고 일러줍니다. 글을 쓰고 나서 꼭 거쳐야 하는 퇴고도 설명하죠. 퇴고를 하는 사람만이 글쓰기 실력이 는다고 하면서 강조합니다. 그럼 저자의 친절하고 품격 있는 설명에 따라 책을 읽어 볼까요?
제법 괜찮은 국어력을 키우고 싶다면 책은 우리를 위해 ‘봉사’하는 수단이 되어야 합니다.(p33)
저자는 정독과 완독을 싫어하고 기피한다고 해요. 정독과 완독을 목표로 두면 책 읽기는 즐거움과 지식을 채워가는 것이 아니라 고역이 됩니다. 누구는 몇천 권 읽으니 세상이 달라졌다, 누구는 몇 달에 몇 권 읽었다는 내용이 온통 판을 치는 세상입니다. 그 속에서 자신만의 독서법을 꿋꿋하게 지키며 나가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저만해도 그렇습니다. 원래도 성과를 중요시하는 성향이고, 책도 해치워야 하는 일처럼 읽을 때가 많아요. 그러다 보니 고전이라고 해서 읽는데 힘들었던 책이 한두 권이 아닙니다. 읽다가 던져두고, 한참 지나서 다시 읽고를 반복하지만 아직 반도 읽지 못한 책들이 있어요.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정독이나 완독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면 크게 스트레스 받을 일은 없습니다. 내게 필요한 부분만을 골라 읽어도 책을 읽은 것이니까요. 물론 저자가 자기 계발서를 쓰는 사람이라 가능한지도 모르겠어요. 책은 장르에 따라 읽는 법이 조금씩 다르죠. 인문 고전을 발췌독으로 읽을 수는 없으니까요. 주로 인문서를 읽는 제게는 잘 맞지 않는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완독의 목표를 내려놓으면 책 읽기가 한결 수월한 것은 분명하죠. 많이 읽고, 다 읽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저자의 말처럼 책을 읽고 삶이 달라지고, 배운 것을 삶에 적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독과 완독, 정독을 내려놓기부터 시작해 봅니다.

어른의 말 하기란 상대방의 방문을 똑똑 두드린 뒤에 ‘들어오세요’라는 허락을 받았을 때 비로소 문을 천천히 밀고 들어가는 것과 같습니다. (p82)
2장은 말하기입니다. 부제가 < 말을 할 거라면 그 말은 침묵보다 나아야 한다>예요. 얼마나 멋진 말입니까? 침묵보다 나은 말들을 하고 있는지 2장을 시작하기 전에 한참을 생각해 봤어요. 침묵보다 못한 말, 아니 그보다 훨씬 더 못한 말들을 얼마나 자주 많이 했던지요. 상대방이 허락했을 때 비로소 문을 열고 그것도 천천히 들어가는 것이 어른의 말 하기라고 합니다. 상대방이 문을 열 의사가 없을 때도 벌컥벌컥 문을 열고 일방적인 말들을 쏟아 놓기도 해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사랑한다고 하면서 얼마나 많은 말들로 상처를 주었는지 돌아보니 섬뜩합니다. 침묵보다 나은 말을 상대를 배려하고 허락받아서 천천히 조심스럽게 하는 습관을 들여야겠어요. 그리고 서로의 간격을 유지하는 법도 잊지 않으면서요. 타인의 공간을 침범하는 것은 무례입니다. 품격 있는 어른의 말 하기는 타인의 공간을 인정하고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는 것이죠. 당신과 나 사이 바람이 불어야 사랑이 생긴다고 했던가요? 바람도 통하지 않는 친밀함을 사랑이라 우기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유명한 저자나 명사처럼 멋진 작품을 쓰려고 하기 전에 ‘써야 할 것’부터 쓰십시오.(p179)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사람들이 정해진 형식대로 잘 쓰지 않는다고 지적해요. 자신이 대학교 논문 쓰는 수업을 듣고 실제로 논문을 썼던 경험을 예로 들면서요. 교수님이 지루할 정도로 반복해서 논문의 형식을 말씀해 주셨는데, 자신의 생각대로 쓴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고 합니다. 대체로 글에는 형식이 있기 마련입니다. 어떤 글을 쓰던지 그 형식에 맞추는 것이 우선이죠. 그런 다음에야 글의 내용이 비로소 더 잘 읽히게 됩니다. 저자는 회사에서 보고서를 쓰는 것에 맞추어서 말해요.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중구난방 이어지는 글들은 읽는 이에게도 힘겨움을 준다고 하면서요. 글을 쓸 때 잘 쓰려고 하기 보다 먼저 써야 할 것들을 생각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지금 무엇을 쓰려고 하고, 그 형식은 어떻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고 써야 해요. 좋은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심에 앞서서 맞춤법이나 비문들을 남발하곤 합니다. 이제 찬찬히 제 글을 읽고, 퇴고랑 친해지면서 써야 할 것들을 빼먹지 않도록 해야겠어요. 혹시 아나요. 글 솜씨가 눈에 띄에 늘어날지.
책은 독서부터 시작해서 말하기, 글쓰기까지 꼼꼼하고 쉽게 쓰여있어요. 저자는 마지막에 글을 쓰는 사람들이 문해력이 낮은 사람들을 비난하지 말고 그들을 위한 글을 써보는 건 어떨까 제안합니다.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저자의 책이 쉽게 잘 읽히는 이유를 발견해요. 읽는 사람이 잘 읽고 이해하기 쉽도록 신경을 많이 쓰고, 배려하면서 썼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우리는 말귀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통 나무라죠. 하지만 이제는 말을 하는 사람이, 글을 쓰는 사람이 상대방을 더 배려 할 때가 아닐까요? 그럼 저의 말 하기도 새로 톺아봐야 합니다. 나무라는 남편을 뭐라 하기 전에 제 언어 습관부터 돌아봐야 하는 것이죠. 쉽지 않아요. 책을 읽고 깨달은 대로 삶에 적용하는 것도, 말을 상대방을 배려해서 하는 것도, 글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전하는 것도요. 어느 것하나 쉬운 것은 없지만 저는 어른입니다. 부족하면 인정하고 배우려고 하는 성숙한 어른이죠. 그러니 하나하나 어렵다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어렵지만, 그래서 더 열심히 하려고 해야 하는 겁니다. 어른이라는 말은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포함하고 있어 무게가 무겁거든요. 나이만 많다고 어른이 아닙니다. 주위에 어린 어른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하지만 그 사람들에게 읽으라고 손가락질하기보다는 제가 먼저 읽어야 할 책입니다. 힘들어도 어른으로 살아가기를 기꺼이 선택하고 노력하는 당신도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