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평전 - 음악, 사랑, 자유에 바치다
이채훈 지음 / 혜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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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삶을 알기에 평전보다 좋은 것은 없습니다. 음악도 모르고, 모차르트는 더더욱 모르지만 용기를 낸 것은 저자가 우리나라 사람이기 때문이었죠. 외국인이 쓴 것이 아니니 그나마 나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 생각은 책이 배송되어 오자 염려로 바뀌었습니다. 무려 800페이지(주석 포함)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두께 때문이었죠. 다 읽을 수 있을까요?


저자 이채훈은 음악을 전공하고 싶었으나 여의치 않아 서울대 철학과를 다녔어요. 키르케고르와 도스토옙스키에 미쳐서 대학 시절을 보냈고, MBC 다큐멘터리 PD로 입사했습니다. 노조 활동을 열심히 하며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중 ‘제주 4.3’, ‘여수 14연대 반란’, ‘보도연맹-잊힌 대학살’편을 만들었죠. 클래식 다큐멘터리 <MBC 스페셜 모차르트> ‘천 번의 입맞춤’, <정상의 음악 가족 정트리오>, <21세기 음악의 주역,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등을 만들었습니다. “음악이 없는 삶은 오류”라는 니체의 말에 공감하며, 인간과 음악을 관통하는 글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있죠. 저서로는 <내가 사랑하는 모차르트>, <우리들의 현대 침묵사>, <클래식, 마음을 어루만지다>, <클래식 400년 산책>, <모차르트와 베토벤>등이 있습니다.


책은 모차르트의 일대기를 작품과 함께 시간 순서대로 싣고 있어요. 270여 년 전에 태어난 모차르트지만 평전을 쓸 정도의 자료가 있다는 것이 놀랍게 다가왔습니다. 어린 모차르트는 음악가인 아버지의 교육과 영향으로 타고난 음악적 재능이 있었죠. 어릴 적부터 작곡과 피아노를 쳤고, 재능이 남다르다는 것을 알아본 아버지는 어린 아들을 데리고 그랜드 투어에 나섭니다. 다른 오락거리가 없던 시설에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던 음악이었으나 음악가들의 지위나 처우는 형편없었죠. 아버지 레오폴트는 어린 아들 모차르트의 모든 것을 관리합니다. 모차르트는 작곡과 연주 외에 모든 것은 아버지에게 맡기면서 성장해요. 아버지 레오폴트는 궁정 음악 관리였습니다. 레오폴트의 오랜 부재를 못마땅하게 여긴 주교로 인해 모차르트는 어머니와 연주 여행을 하게 되고, 어머니는 연주 여행 중 사망하게 되죠. 모든 것을 아버지가 관리했던 모차르트는 어머니와 함께 여행하면서 아버지와 자주 편지를 주고받아요. 그 편지들이 남아서 이번 책이 나오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천재로 태어나서 천재로 머물러 있지 않고 나날이 발전하고 성숙했던 모차르트. 주위에 시기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귀족들보다는 시민들 편에서 오페라를 만들죠. 아버지와는 내내 사이가 좋았고, 멘토로서 아버지를 존경했지만 결혼으로 인해 한동안 뜸하게 됩니다. 하지만 모차르트의 한결같은 사랑과 존경으로 아버지와 화해를 하게 되고, 명작 <피가로의 결혼>을 만들어서 초연하게 됩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힘들어하기도 했지만, 음악으로 승화 시키며 명성도 이어가죠.

프라하를 위한 오페라 <돈 조반니>를 만들고, 이후 세계정세는 급변하게 되고 모차르트도 경제난에 휘말립니다. <마술피리>의 성공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던 중 의뢰받은 <레퀴엠>을 완성하지 못하고 의문의 죽음을 맞이합니다. 모차르트의 죽음과 시신의 행방에 관해서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의문들이 많다고 해요. 35년 생애 동안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방대한 양과 섬세한 곡들로 음악계의 흐름을 바꾼 모차르트! 완성하지 못한 마지막 곡 <레퀴엠>을 틀어 놓고 책을 펼칩니다.


책은 음악 용어 설명으로 시작됩니다. 음악을 잘 모르는데, 저는 모차르트를 음악을 빼고 사람만 읽은 것 같아요. C단조, 장조,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오보에를 위한 협주곡, 클라리넷 등 악기 등도 이름만 알지 아름다움을 잘 모릅니다. 그러니 작가가 찬탄해 마지않는 곡들을 일일이 찾아보며 읽어야 하지만, 시간이 촉박하고 들어도 무슨 내용인지 잘 몰라요. 그러니 모차르트의 불꽃같은 삶을 위주로 읽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친절하게도 저자는 너무 어렵지 않도록 난이도를 조절했고, 오페라의 내용을 따로 설명하는 모습도 보여줬죠. 그래서 엄청난 분량도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과 찬사를 받은 모차르트지만 왠지 애정 결핍이 느껴졌어요. 아버지에게 집착하는 모습으로 보낸 편지라던가, 아내와 떨어져 지내는 시간을 유독 힘들어하면서 아내의 의견을 일일이 구하는 모습에서요. 하지만 책임감은 있는 가장이었던 같아요. 생계를 위해 의뢰인의 요구를 들어주고, 궁정 음악가로 취직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도 자주 나옵니다. 모차르트의 가장 위대한 점은 연주자에 맞춘 작곡이라고 해요. 그런 면을 통해서 모차르트의 세심한 배려심과 공감 능력 등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맞춤 옷 같은 작곡이라니, 천재가 아니라면 어렵겠죠?

모차르트의 음악과 삶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한마디는 이것입니다.

“가장 끔찍한 상황에서도 음악은 귀에 거슬려서는 안 되고, 어디까지나 음악으로 남아야 합니다”

모차르트는 이런 마음으로 음악에 임했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에도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었던 것은 아닐까요? 엄청난 분량의 책이 끝났지만, 이후 더 바빠질 것 같습니다. 저자의 모차르트 다큐도 틈틈이 챙겨 봐야 하고, 오페라도 유명한 것부터 하나씩 들어봐야 할 것 같아요. 이제야 비로소 만난 모차르트와 친해지기 위해서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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