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군주론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9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김용준 옮김 / 미래와사람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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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들었으나 내용은 모르는 고전을 읽으려면 용기가 필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좋다는 이유를 혼자만 찾지 못할 수도 있고, 어려워서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요.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 판’이라는 부제에 용기 내어 도전한 책입니다. 이제는 어디 가서 군주론을 읽었다고 어깨에 힘 좀 줄 수 있을까요?


마키아벨리는 15세기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 공화국의 외교관이며 정치 학자이자 역사가, 극작가입니다. 1469년 귀족 가문 출신 법학자인 아버지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어요. 유명한 가문 출신은 아니었지만 뛰어난 인문학적 소양으로 메디치 가문이 몰락할 무렵인 1494년에 피렌체 공화국 10인 위원회의 서기장이 되었습니다. 외교사절을 통한 경험으로 독자적인 정치적 견해를 갖추었고, 1498년부터 1512년까지 피렌체 공화국 제2 서기장을 역임했어요. 피렌체 공화국의 몰락과 함께 메디치 가문의 재집권으로 공직에서 박탈당했습니다. 이후 공직에 다시 나가기 위해 애를 쓰면서 메디치 가문의 새로운 군주에게 군주론을 헌정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다시 공직으로 나가지는 못하고 저술 활동을 하다가 급성 복막염으로 58세에 생을 마감해요. 저서로는 <군주론>, <로마사 논고>, <전술론>, <피렌체 사>등이 있습니다.

책은 26장으로 구성된 군주론의 시작에 앞서 대략적인 마키아벨리의 생애가 설명되어 있어요. 청소년기와 공직자로 있었던 시기, 이후 저술 활동을 하면서 공직에 복귀하기 위해 애쓰는 시기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군주론은 총 26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장~11장은 군주국의 종류 및 특징과 통치 방법, 12장~14장은 군대와 군주의 관계 및 군주가 지켜야 할 것, 15장~23장은 군주가 갖춰야 할 덕목, 24장~26장은 결론으로 군주가 운명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기술하고 있죠. 이후에 실린 <카스트루초 카스트라카니의 생애>는 마키아 벨 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군주에 대하여 쓰인 허구가 가미된 이야기입니다. 마키아벨리는 카스트루초라는 실존 인물을 영웅화시킴으로써, 자신이 생각하는 진정한 군주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죠. 군주가 사라진 시대, 아니 어쩌면 모두가 군주인 시대에 어떤 군주가 되어야 하는 걸까요?


지나친 자비로 살인이나 강도가 만연하는 무질서한 상황을 유발하는 것보다는 무질서를 야기한 소수에게 본보기를 보이는 것이 더 자비롭기 때문입니다. (p123)

군주론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이유가 이 문장 때문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근대 이탈리아 민족주의의 아버지”와 “악의 교사”라는 평가 말이죠.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의 정치철학은 이후 토마스 홉스, 존 로크, 장 자크 루소의 사상과 더불어 근현대 정치학의 계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이라고 합니다. 다시 문장으로 돌아와서 정말 그럴까요? 간혹 뉴스를 보면서 처벌이 너무 무르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음주 운전으로 사망 사고를 내도 징역 몇 년이고, 스토킹으로 살아있는 동안 엄청나게 괴롭히다가 살인을 저질러도 죽음으로 갚지는 않아요. 물론 죽음을 죽음으로 갚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법이라는 것이 너무 가해자 위주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생각과 같이 해서 이런 지도자가 현재에 있다면 어떤 평가와 지지를 받을까 궁금해요.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상당한 지지를 받지 않을까 싶습니다. 경제 성장이라는 결과만을 위해 독재를 기꺼이 허용하고 지지했던 우리였으니까요. 소수에게 본보기를 보이는 것을 통해 정치를 하는 것은 얼마나 쉽고 효율적인가요? 그 효율성에 넋 놓고 있다가 얼마나 큰 대가를 치렀는지 우리 현대사는 말해 주고 있습니다. 부족한 저의 생각으로는 동의할 수 없는 문장입니다.


고전이 고전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다만 그 고전을 이해하고 지혜 삼지 못하는 부족한 제가 있을 뿐이죠. 누군가는 필사를 하기도 한다는데, 저는 거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어디가 그렇게 좋다는 것인지. 쉽게 풀어썼지만, 서양 역사를 모르는 제게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어요. 이 책을 읽고 서양 역사를 공부해 봐야겠다는 마음이 생긴 것은 큰 소득이지만, 어디 가서 군주론을 읽었다는 소리는 못하는 실력을 인정해야 했습니다. 아직은 저와 만날 때가 아닌 모양입니다. 책 꽂이에 장식처럼 꽂아놨다가 어느 날 문득 읽고 싶어질 때 다시 도전해 봐야겠어요. 그때는 조금이라도 다르게 말을 걸어올지도 모르니까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히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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