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의 예언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권을 어떻게 읽었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가독성과 몰입도가 좋았습니다. 르네는 대학 은사인 알렉상드르와 함께 전생을 넘나들며 꿀벌의 예언을 쫓아요. 알렉상드르의 딸 멜리사와 함께 종교적으로 민감한 분쟁지역에서 유물 하나를 갖고 나와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그 유물은....


“네가 관심을 갖는 건 커플의 역사가 아니라 여성의 사회적 지위 변천사 같아 보이는데.”

(p29)

전생을 넘나들던 르네와 알렉상드르는 전생의 자신에게 예언서를 기술하게 합니다. 둘은 서로 경쟁을 하게 되고 어떤 관점에서 예언서를 기술하게 할지 고민을 하죠. 그 이야기를 듣고 멜리사가 하는 말입니다. 멜리사는 역사 속에서 여성의 역사를 단어별로 열거합니다. 강제 결혼과 지참금, 강제 이혼, 할례, 음문 꿰매기, 강간, 하렘, 전족 등의 단어를 말하면서 여성이 가축으로 취급되어 사고 팔리던 암흑기를 기술할 것이라고 말해요. 책에서는 단순히 몇 줄에 지나지 않지만, 역사 속에서 여성의 지위와 뛰어났던 인물들이 나옵니다. 이 내용을 기술하기 위해 작가는 얼마나 많은 자료 조사를 했으며, 공부를 했을까요? 역사에 관심이 많다고 했지만, 꿀벌의 예언을 읽어보면 정말 박학다식한 그를 만나게 됩니다. 르네와 알렉상드르의 예언서 기술 시합에서 승자는 누구일까요?


습격이 시작된다. 침입자들이 목표물을 향해 일제히 날아오른다.(p209)

초소형 드론을 곤충 모양에 부착해서 꿀벌 집 안과 밖에서 촬영한 내용이 이어집니다. 개미를 읽어보지 않았지만, 개미도 이런 형식으로 쓰여 있을 것 같아요. 의인화해서 눈앞에 보이듯이 묘사가 이어집니다. 점령군인 등 검은 말벌과 꿀벌의 결사항전이 펼쳐져요. 수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꿀벌은 거의 50마리의 등 검은 말벌에게 전멸당해요. 고작 50마리에게. 등 검은 말벌은 천적이 없어서 꿀벌에게 더욱 위협적이며, 번식력 또한 어마어마하다고 합니다. 소설을 읽지만 과학 잡지를 보는 것 같아요. 등 검은 말벌이 프랑스에 퍼지게 된 경위도 나오죠. 도자기 수입 수화물에 딸려와서 엄청나게 불어납니다. 고작 한 마리가. 우리가 하는 작은 행위 하나가 엄청난 일의 시작일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몰려왔어요. 별생각 없이, 늘 하던 어떤 행위가 꿀벌을 사라지게 했을 수도 있으니까요. 경제논리에 따라 질 좋은 제품을, 농산물을 저렴하게 소비하려고 했던 이기심이 지금의 지구를 만들고 있습니다. 편리하고 저렴하다고 생각 없이 소비하면 안 될 일입니다.


드디어 르네의 모험은 끝이 납니다. 이야기의 처음에 등장한 베스파 로슈푸코는 이름의 어원에 맞는 역할을 하며 이야기를 더 극적으로 만들어요. 꿀벌의 예언은 2101년까지 기술되어 있고, 그 예언은 그대로 이루어질까요? 르네의 입을 통해 작가는 묻습니다. 과연 예언을 알고 있는 것이 좋은지 그렇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이 좋은지를요. 르네가 본 전생의 삶들에서 사람들은 예언을 보기도 하고, 보지 않고 삶을 마감하기도 해요. 작가는 자신의 삶에 예언들을 묻는 것이 아니라 인류 전체에게 경고를 보내고 싶은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꿀벌이 점점 사라져 가는 지금, 무슨 일이라도 해서 꿀벌의 멸종을 막아야 한다고. 꿀벌이 사라진 미래의 참혹함을 사실감 있게 미리 보여줘서 그 미래를 막으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요?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에게 남은 시간은 4년이라는 아인슈타인의 말로 책이 시작되는 것도 그런 의미가 아닐까요? 십자군 전쟁에서 현재까지를 넘나드는 스펙터클한 모험 이야기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퇴행 최면과 꿀벌이 사라진 미래, 중간중간 나오는 유럽 역사는 흥미를 더 해 줄 겁니다. 많은 분량은 베르나르 베르베르니까 기꺼이 감수할 수 있을 겁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