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진심 - 명화 속에 표현된 화가의 진심을 알고 내 삶을 스스로 위로하기
김태현 지음 / 교육과실천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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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전하는 진심이라는 말에 끌렸습니다. 내 진심 나도 모르는데, 그림을 보면 알게 될까 생각했지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때 책에서 길을 물었던 것처럼, 진심을 알기 위해 그림을 선택합니다. 온 마음을 다한 작가들의 마음이 내게도 잔잔한 울림을 주기를 바라며 표지의 그림을 오래도록 봅니다. 모네의 <푸르빌 절벽의 산책>이라는 작품을요.


수업 코칭 전문가로 활약하며 선생님들의 수업을 돕는 사역을 10년 가까이하면서 소진도 많이 되었다고 합니다. 처음 시작은 지적인 허영심으로 시작했지만, 어느샌가 그림이 자신을 위로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저자는 말해요. 수업 코칭을 하면서 교사들의 무너진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예술 감성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소소한 책방>을 만들어 시, 명화, 글쓰기로 선생님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작업을 시작했죠. 저서로는 <교사, 수업에서 나를 만나다>, <교사의 시선>등이 있어요. <교사의 시선>은 교육 분야의 최장기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책은 자신이 경험한 그림의 힘과 유익을 학생들과 나누기 위해 시작한 방과후 수업의 기억으로 시작합니다. 그때 나누었던 마음들과 이해, 위로들을 그림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지요. 그림과 함께 작가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고, 더불어 자신의 마음도 더 잘 읽게 되었다고 합니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책에서는 그림을 만나게 된 계기라 볼 수 있는 1장, 그림이 건네는 위로로 시작됩니다. 특별히 위대하지 않아도, 좌절과 실패 가운데 있어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토닥이는 힘을 그림에서 얻었다고 하죠. 2장은 그림에게 다가서다는 제목으로 그림을 더 깊이 알아 가는 과정이 나옵니다. 느낌대로 보고 질문하고 스토리로 보고 비교하면서 그림을 보죠. 3장에서는 그림이 말을 걸다는 주제로 서양 미술사가 자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신고전주의, 낭만주의, 인상주의, 입체파, 야수파에 대해서도 간략하지만 이해하기 쉽게 그림과 함께 설명되어 있죠. 5장에서는 그림으로 나답게 살기라는 제목으로 그림이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을 시작으로 자신의 단어 찾기와 메시지 찾기, 길 찾기 등이 실려 있어요. 똑같은 그림이라고 할지라도 그린 작가의 주제의식에 따라 전혀 다른 그림이 되기도 합니다. 그림이 질문하는 수준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그냥 잘 보고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바람 부는 푸르빌 절벽으로 가봅니다.


곧 질문은 어떤 대상과 만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작업입니다. (p93)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대상을 슬쩍 봐서는 안 됩니다. 대상과 만나기 위해서는 잠깐 보고, 대충 봐서는 어떤 대상과의 만남에 이를 수 없다는 것이죠. 자세히 보고 오래 보려면, 일단 그 대상에 머물러야 합니다. 그림을 알기를 바란다면서 꼭 시험 점수는 높기를 바라고 공부는 하지 않는 학생처럼 그림을 대합니다. 그림을 알고 싶다고 하면서, 교양 있는 척은 하고 싶으면서 그림에 머물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죠. 고흐의 그림이 좋다고 하면 그냥 그렇네 정도로는 고흐를 만날 수 없습니다. 시간을 들여 고흐의 그림에 머물고 그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하죠. 책에서는 간단한 질문 예시들이 있어요. 자신의 자화상 중 왜 고통스러운 모습을 그렸는지, 많은 색들 중에서 왜 하늘색을 주로 사용했는지, 배경 질감을 왜 거칠게 표현하려고 했는지 등을 물어요. 질문을 읽고서야 비로소 생각합니다. ‘그렇네’라고요. 질문이 주어지지 않으면 그냥 눈으로 글자들을 쫓으며 읽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이 질문들로 인해 고흐의 자화상을 만나는 경험을 해요. 그냥 잘 그린 그림?, 굉장히 날카롭고 우울해 보이는 느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조금 더 깊이 고흐의 마음을 만납니다. 질문을 만들면서 그림과 만나기 위해 기꺼이 시간을 들일 정성이 있는지는 온전히 독자의 몫이겠지요.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깨닫게 된다. 하나의 메시지에 집중하면서 단순하게 사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삶이라는 것을 말이다. (p325)

중세 미술의 변천사를 더듬어 마지막 장에 이르러서는 작가들의 마지막 작품을 말합니다. 미켈란젤로의 마지막 조각을 예로 들어 설명하죠. 어려서부터 천재 조각가로 명성을 떨쳤던 미켈란젤로가 70대에 남긴 작품을 보여줍니다. 20대의 섬세하고 화려한 기술들은 모두 사라지고 단순하고 선명한 형태로 조각을 해요. 처음 20대에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 억울해서 작품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지만 마지막에는 자신의 늙은 모습을 작품에 남기죠. 20대의 조각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면 70대의 조각은 자신을 위로하기 위한 것이죠. 자신의 본질을 작품 속에서 보여주고 있다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을 받아요. 그래서 노년의 미켈란젤로의 작품에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이는 것이겠지요? 삶의 한가운데를 자신만의 모습으로 살아낸 작가는 작품에서 묻고 있습니다. 당신은 어떤 삶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냐고요. 거창하지 않아도, 나를 나답게 만드는 그 질문을 시작해 볼 때입니다. 더 늦기 전에요.


책은 자신에게 그림이 주었던 의미와 위로부터 시작해서 서양미술사를 명쾌하게 설명하듯 펼쳐집니다. 미술은 신성을 표현하는 도구이기도 했다가, 권력자를 찬양하는 도구도 되고, 자신의 재력을 자랑하는 도구로 쓰이기도 하죠. 그렇게 의뢰자를 위해 철저히 수동적인 그림에서 작가들의 생각과 감정을 담는 그림으로 발전해 옵니다. 사진을 찍는 것처럼 자세한 묘사와 아름다움을 자랑하던 그림은 사진기를 발명 이후 다른 길을 걷게 되죠. 감정이 배제된 마네킹 같은 그림에서 중세로 넘어오면 감정이 실린 그림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작가들은 그림에 자신의 얼굴을 그려 넣기도 하고, 주위 사람들의 표정이나 색감을 통해서 성경의 한 장면도 감정을 넣어 생동감 있게 그립니다. 원근감을 이용하여 입체적으로 그리기도 하고 성화라고 할지라도 자신만의 해석을 넣게 됩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미켈란젤로의 <천지 창조>입니다. 워낙 유명하고 걸작이라 다른 천지 창조를 생각할 수도 없을 정도가 되었지요. 하지만 미켈란젤로의 천지 창조는 그의 해석에 의한 것입니다. 아담과 하나님이 천지 창조의 순간에 손가락 끝을 맞닿을 듯 붙이는 장면이 그 대표적인 것이죠. 원근감뿐만 아니라 색을 통해서 그림의 효과를 주었던 작가로는 렘브란트가 있죠. 빛의 화가라 불리는 렘브란트는 빛을 자유 자재로 사용하며 그림에 진심을 담았어요. 화려한 장식이 특징인 바로크 미술을 거쳐 일상을 담는 화가들도 등장합니다. 대표적인 작가로는 달빛의 작가 밀레가 있어요. 밀레는 이후의 많은 화가들에게 영향을 미칠 정도로 영향력이 대단했습니다. 이후에는 형식을 깨트리는 인상주의가 등장합니다. 입체적이며, 사실적이었던 그림이 평면적이 되고, 색감도 작가의 해석에 따라 다양해집니다. 점묘법 등 다양한 시도로 고흐의 화풍도 이들에게 영향을 받았지요. 형태와 색을 해방한 입체파와 야수파로 이어지고, 이제 그림은 눈으로 보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게 되죠. 더 깊이 색과 형태를 파괴한 추상화로 이어지지만 왠지 모르게 그림이 주는 힘은 여전합니다.

피카소와 마티스로 이어지는 현대미술까지 오면 큰 흐름을 읽은 것 같아요. 그럼 여기서부터는 이제 독자의 몫이 됩니다. 자신의 취향에 따라 그림에 머무를 시간을 갖는 것, 그림과 대화하고 질문하면서 그림의 진심에 귀 기울이는 것은 모두 독자의 몫이 됩니다. 그림을 통해 작가들의 자신의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지금 여기서 그림이 묻습니다. 당신은 어떤 사람이고, 무슨 이야기가 있고,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느냐고. 가만히 벗어둔 고흐의 구두 그림이 주인을 말해 주듯 오늘 걸어온 내 발자취가 나입니다.

당신은 어디로 가고 있나요? 당신으로 온전히 존재하고 있나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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