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봄 우리나라 좋은동화 우리나라 좋은동화
김재복 외 지음 / 열림원어린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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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부터 초등 1학년들과 프로그램이 있어요. 함께 마음을 나누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했는데, 초등 1학년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을지 감을 잡을 수 없어 신청한 책입니다. 어린이가 보는 동화를 보면 마음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강아지를 안고 약간은 겁에 질린 듯한 표정의 소녀가 있는 책 표지를 보며 기대합니다.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 있을까 하고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선정해서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입니다. 엉터리 산신령의 보라 작가, 엄마의 뚜껑에 윤동희 작가, 손님 찾기의 박혜선 작가, 안녕을 말하는 시간의 김현경 작가, 착한 아이 학교의 성현정 작가, 눈싸움의 은경 작가, 부우의 쉬는 시간의 이지은 작가, 루나와 미오의 정연혜 작가, 사라진 몸의 경린 작가, 마녀 포포포의 이반디 작가님의 아름다운 동화 열 편이 실려 있어요. 모두 쟁쟁한 실력을 갖고 있으며 수상 경력도 다수입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들이 느껴지는 이야기 속으로 함께 가 보실까요?


주스 뚜껑, 박카스 뚜껑, 땅콩 믹스 뚜껑, 넓적한 딸기 잼 뚜껑, 여러 가지 뚜껑들이 엄마의 가슴 위를 덮었다. 꼭 크리스마스 장식처럼 반짝였다. 나는 뚜껑에 그려진 화살표대로 뚜껑들을 천천히 돌려 보았다. (p43- 엄마의 뚜껑 중에서)

뚜껑이 자주 열려서 화를 내고 자신을 때리는 엄마 보며 엄마는 뚜껑을 잃어버렸거나 고장 났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2년 전 아버지가 아파트 살 돈을 벌어오겠다고 집을 나간 후부터였는지 정확하지 않다고 말해요. 하지만 늦게 집에 돌아가면 널브러진 술병들 사이로 매섭게 노려보는 엄마가 있죠. 그래도 집에서만 그러면 다행인데 어느 날은 학교까지 찾아와 나를 못살게 굴고 친구들 앞에서 머리채를 잡아끌고 나갔어요. 친구들 보기가 너무 창피했고, 자신에게 도움을 주려고 묻는 담임 선생님께 엄마의 상태를 정확히 말하지 않습니다. 엄마를 이상한 사람 취급하거나 정신 병원에 보낼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죠. 뚜껑이 자주 열리는 엄마 때문인지 나는 뚜껑을 보면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가방 가득 각종 뚜껑들이 들어 있었죠. 오늘도 술에 취해 잠든 엄마에게 다가가 자신의 가방에 들어 있던 뚜껑들을 엄마의 가슴 위에 올려놓습니다. 이중 어느 것이라도 맞기를 바라는 마음에 하나씩 돌려서 잠그는 시늉을 하면서요. 하나씩 잠글 때마다 엄마가 뚜껑이 열리지 않았던 때의 추억이 떠오르고 나는 마음이 따뜻해지고 미소가 번져요. 집에는 뚜껑이 자주 열리는 엄마와 나밖에 없습니다. 뚜껑이 열려서 폭력적이 되는 엄마가 밉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지만 나를 돌봐 주고 사랑해 줄 사람은 엄마밖에 없어요. 엄마가 원래 대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에 뚜껑들을 모으고 엄마가 잠든 사이 뚜껑들을 잠가요. 다시는 엄마의 뚜껑이 열리지 않기를 바라면서요. 그 장면이 눈앞에 그려져서 한참을 머뭇거렸어요. 마음이 아프고, 먹먹해서요. 푸르른 5월처럼 마음도 몸도 건강한 어린이들이 많아지기를 조용히 기도하는 마음이 됩니다.


“나쁜 말을 하면 모두 자신에게 돌아오게 돼.”

(p102. 착한 아이 학교 중에서)

기발한 상상력에 깜짝 놀란 동화입니다. 메타버스 안에 복제된 아이들이 마음이 다친 아이를 위해 치료해 주는 곳이죠. 친구들과 가족들(특히 할머니)에게 심한 말과 욕설을 마구 하는 보람이가 착한 아이 학교에 전학을 옵니다. 첫날부터 친구들의 친절한 모습에 당황하면서 자신이 늘 해 오던 대로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해요. 하지만 이 학교에서는 자신이 말한 대로 이루어지죠. 다음날 도담이는 아주 놀라 등교를 하고 되고 점점 마음을 열게 됩니다. 이 말은 친구들이 보람이를 위로하면서 하는 말이에요. 나쁜 말을 하면 그 말을 하는 사람이 3번 그 말을 듣게 된다는 말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나쁜 생각을 하면서 한번, 그 말을 하면 더 한번, 그 말을 자신이 들으면서 한번. 이렇게 총 세 번에 걸쳐 자신이 가장 많이 듣게 됩니다. 상대를 향한 말이라고 할지라도요. 나쁜 말이 자신에게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니 우리는 참지 못하고 나쁜 말들을 하면서도 잘 살아갑니다. 설마 그 말이 돌고 돌아 나에게 오리라 생각하지 않으면서요. 하지만 시간이 걸릴 뿐이지 그 말은 자신에게 돌아옵니다. 말을 조심하고 살리는 말, 세우는 말을 해야겠다고 짧은 동화를 읽으면서 다짐했어요. 가장 까가이 가족들에게서부터.


“만약 인간들이 우리를 아끼고 사랑해서 그러는 거라면, 왜 우리를 방해하는 거지?”

(P142 부우의 쉬는 시간 중에서)

천연기념물인 칡부엉이 부우는 사냥 실력이 뛰어납니다. 그래서 친구들을 대신해서 사냥을 나가요. 하지만 거짓 미끼에 속아서 허탕을 치기 일쑤입니다. 사냥을 할 때를 기다려 사진 찍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플래시 세례에 엉뚱하게도 작은 햄스터 덕순이를 잡아오게 돼요. 사냥은 점점 어려워지고, 야행성인 부우는 카메라 플래시에 눈이 바늘로 찌르는 것 같은 고통을 느끼게 됩니다. 소나무 숲에서 쉬고 있으면 사람들이 찾아와서 시끄럽게 해서 쉬는 시간도 편하지 않아요. 도대체 사람들이 왜 그런지를 모르겠다고 하소연하자 햄스터 덕순이가 인간에 대해 일러 줍니다. 자신이 인간이랑 일 년 정도 살았기 때문에 잘 안다고 하면서요. 천연기념물로 지정해서 아끼고 보호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인간의 입장에서의 보호에요. 부우는 원하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아끼고 사랑한다는 이유로 우리는 동물뿐 아니라 많은 것들을 원래의 모습을 잃게 하고 있습니다. 진정 아끼고 사랑한다면 그 원래의 모습으로 존재하게 하는 것이 맞을 텐데, 사랑해서라고 말하면서 아이들을 공붓벌레로 만들고 있죠. 그 공부는 실상 아이들을 위한 것이 아닐 텐데도 사랑한다고 합니다. 내가 사랑한다고 하는 것이 상대를 힘들게 하지는 않은지 돌아봐야겠어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멍에를 지우면 안 되니까요. 아 참! 부우와 덕순이는 인간들의 위협을 어떻게 이겨냈을까요?


동화는 기발하고 따뜻합니다. 몸과 머리가 완벽하게 분리되는 기술을 구사하는 어린이도 나오고, 엉터리 산신령의 둔갑술도 나옵니다. 운동회 날 엄마 대신 등장한 염소도 있고, 엄마를 떠나보내고 아빠랑 둘이 사는 준서와 아빠의 눈싸움도 나와요. 복제견 루나와 미오 씨 이야기는 한참을 앞서간 미래입니다. 모든 어른들은 어린이들에게 존댓말을 써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그건 조만간 실현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지요. 어린이들과 한참을 동떨어져 생활하다 보니 새롭게 다가오는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발달하고, 복제견이 생겨 죽음이 미루어졌다고 해도 사람 사이에는 따뜻함이 있어야 함을 배워요. 외뿔이를 향한 담이의 사랑, 복제견 루나를 향한 사랑, 어린 산신령에게 엄마를 만나고 싶다고 소원을 비는 소년의 모습이 모두 따뜻하고 아름답게 다가옵니다. 많이 가졌다고 마음까지도 부자는 아니라는 것 또한 배워요. 작지만 소중한 가치들을 가르치지 않고 전해주는 동화가 있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가치들을 교실에서 가르쳐야 한다면 얼마나 딱딱한 수업이 되었을까요? 일상에서 아름다운 동화를 통해 부모님에게 배우는 모습들이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이 작은 책이 그 시작이 되기를 바랍니다. 뚜껑 열린 부모님으로 인해 마음 다치는 아이들에게도 그 뚜껑을 조용히 꽉 닫는 이야기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제는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닌 많은 어른들에게도 꼭 읽어 볼 것을 권합니다. 단순한 이야기 너머의 감동과 따뜻함을 전해 줄 겁니다. 단 5분의 시간으로도 충분합니다. 바쁘다는 핑계 대신, 휴대폰을 잠시 내려놓고 짧지만 마음이 하늘하늘 풀어지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는 것은 어떨까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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