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늘로 쓴 카피 오늘도 쓴 카피 - 모든 걸 경험할 수 없어 문장을 수집하는 카피라이터의 밑줄 사용법
이유미 지음 / 북스톤 / 2023년 4월
평점 :


고등학교 2학년 딸아이는 광고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해요. 공익광고와 기발한 cf를 찾아보는 걸 좋아하죠. 딸아이를 위해서 선택한 책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문장을 수집하는 카피라이터의 밑줄 사용법’이라는 말이 마음이 꽂혔습니다. 보물 같은 문장들 속으로 무심하게 들어가 봅니다.
밑줄 긋는 카피라이터, CJ, 네이버, 우아한 형제들, SSF, 아모레퍼시픽, 신한카드, 롯데손해보험 등 여러 기업 및 유명브랜드와 협업하는 카피라이터이자 밑줄 서점 대표입니다. 읽을거리가 넘쳐나고 쓰고자 하는 욕망이 큰 시대에 보통 사람들의이야기를 담은 생활 공감 카피를 쓰고 알려왔어요. 가장 좋아하는 것에서 문장을 수집하고 편집해 정확하고 선명한 일상의 말투로 가공하는 법을 이야기합니다. 저서로는 <카피 쓰는 법>, <요즘 사는 맛 2>, <편애하는 문장들>, <자기만의 책방>,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등이 있어요.
책은 물건에 깃든 문장과 일상에 깃든 문장, 특별한 오늘의 문장, 나만의 문장을 위한 일상 활용법으로 나뉘어 자신의 소소하고 특별한 문장과 오늘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문장을 만나면 밑줄을 긋고 싶어 손이 건질건질 하다는 저자를 만나 볼까요?
오늘에 집중할 것. 오늘의 기분에 따라 밑줄을 긋고 한마디를 쓰고, 내일은 달라질지언정 오늘의 다짐과 즐거움을 미루지 말아야 한다. (P9)
사소하고 특별할 것 없는 오늘에 집중하라고 합니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오늘을 눈을 감고 잠깐 생각해 봐요. 정말 특별할 것 없이 어제랑 비슷한 하루인데, 오늘은 다른 모양입니다. 어제와 지금과는 다른 오늘이라는 말이 보석처럼 반짝 빛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자는 오늘이라는 평범하고 소소한 시간들을 특별하게 바라보라고 합니다. 어제와 내일은 이미 내 손을 떠났어요. 내 앞에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는 오늘의 즐거움과 다짐들을 집중해 보라고 합니다. 특별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바꿔봐야겠다 다짐해요. 너무 커다란 어떤 특별함을 소소하고 작은 것으로.
물건을 파는 카피든 사적인이야기를 담는 에세이든 글이 뻔해지거나 지루해지거나 쓰나 마나한 게 되지 않기 위해선 그 뻔한 것을 다르게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그게 글의 가치를 높인다. 주위를 둘러보면 어느 것도 사소하지 않다. 한 글자도 허투루 쓸 수 없다. (P22)
글쓰기 강좌에서도 늘 선생님께서 강조하시는 부분입니다. 뻔하게 결말이 그려지는 글은 재미가 없다고요. 난생처음 개요 짜기를 배우고 그 개요에 맞춰서 글을 쓰기도 벅찬데 뻔한이야기를 다르게 바꿔보라고 합니다. 스스로에게 매 순간 실망하면서도 열심히 하고 싶다는 오기가 생기기도 해요. 저자는 노란 고무줄에 관해 사소하지만 특별한 이야기를 합니다. 약을 타월 때마다 따라오는 노란 고무줄. 누군가는 지난 명함을 묶기도 하고 버리기엔 아까운 필기도구를 묶기도 한다고 해요. 어릴 때는 노란 고무줄로 머리를 묶기도 했는데, 묶는 것은 좋지만 풀 때는 머리카락 몇 개는 뽑힐 각오를 해야 하는 했죠. 머리 묶는 끈도 흔하지 않았던 시절에 흔한 노란 고무줄로 머리를 묶고 뛰어놀 땐 정말 행복했죠. 잘 풀리지 않아 머리를 감을 때는 어김없이 비명 소리를 동반했던 노란 고무줄. 그 쓸모를 아직까지도 이어오고 있다니 생명력이 대단한 노란 고무줄입니다.
글은 구체성과 일상성을 확보해야 한다. 내 삶을 통과한 언어를 쓴다. 고민 없이 그저 관성적으로 쓰는 글은 읽는 사람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P83)
‘구체성과 일상성으로 내 삶을 통과한 언어를 써야 한다’ 단 한 문장이지만 실천하기는 얼마나 어려운지 배우고 있습니다. 일상성과 구체성을 갖고 있으되 뻔하지 않아야 해요. 문장과 문장 사이, 행간을 이해하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 됩니다. 구체성으로 내 삶을 통과한 언어라? 더 많이 읽고 써야 함을 깨달아요. 부족함을 매일 깨닫고, 성에 차지 않는 부족한 실력으로 매일 실망하지만 더 고민해야겠습니다. 고스란히 전해지는데 저는 무슨 배짱으로 큰 고민 없이 이 많은 글자들을 썼던 걸까요? 더 알고 싶지 않다는 감정과 더 열심히 하고 싶다는 양가의 감정으로 혼란스럽습니다.
매력적인 글은 솔직한 글이다. 글을 쓸 때 쉽게 빠지는 함정은 실제 나보다 더 나은 나로 보이고 싶어 포장하는 것이다. (P135)
매력이라는 말에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들어요. 자꾸만 더 괜찮고 좋은 나로 포장하고 싶은 욕구가 글자들보다 먼저 나옵니다. 쓰다 보면 신파가 되기도 하고(더 많이 아프고, 더 많이 기쁘고) 과장은 애교 수준에 가깝게 나를 포장해요. 다 쓰고 나서는 나조차도 읽기 싫은 이상한 글이 됩니다. 그런데도 자꾸만 쓰려고 하는 것은 욕심이지요. 아무에게도, 심지어 나조차도 공감하지 못하는 글을 글이라고 쓰고 있으니 답답합니다. 실력이 향상되려면 배운 대로 정직하게 실천하는 수밖에 없어요. 건너뛰거나 요령 부리지 않고 성실하게 하나하나 계단을 밟듯이 나아가야 합니다. 솔직함으로 나를 온전히 보일 용기 또한 있어야겠지요. 그 용기는 나를 사랑하고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일 테고요. 온통 빨간 줄 투성이인 글이라도 사랑하기로 합니다. 그게 나이니까요.
책에는 문장 수집으로 탄생한 카피들이 실려 있어요. 또 자신이 수집한 문장으로 어떻게 사고를 확장 시켜 카피가 되는 지도 실려 있습니다. 더하기도 하고 빼기도 하고 전혀 다르게 보기도 하면서요. 하지만 그 중심에는 사소한 오늘이 있습니다. 어제와 다르지 않다고 그냥 넘기기 쉬운 오늘들이 특별한 문장이 되죠. 어둠을 덮은 방, 믹스커피를 타듯 쉬워지는 일들, 낯선 사람과 이야기 나누기 딱 알맞은 커피 자판기의 커피 양. 한껏 뒤로 누운 해가 창으로 드는 오후 4시. 나열하자면 끝도 없이 이어집니다. 이런 것도 글이 되고 카피가 된다고 싶은 이야기들이 나와요. 하지만 역시라는 말과 함께 작고 소소한 것들이 반짝 반짝이는 보물이 됩니다. ‘이렇게 쓰면 정말 물건을 사고 싶겠는걸’이런 감탄을 하면서 책을 읽었어요. 솔직하게 쓰되 자신의 삶을 관통한 언어를 관성적이지 않게 써야 합니다. 구체성과 일상성을 가지고, 고민하면서요. 그 고민들과 수고가 싫다면 글을 쓰지 말아야 합니다. 그냥 지금처럼 살면 되니까요. 하지만 오늘을 보물처럼 찾고 싶다면 꼭 읽어 볼 일입니다. 소설을 읽고 밑줄을 긋고 싶어지고, 매일 반복되는 오늘을 다르고 특별하게 보는 법을 가르쳐 줄 거예요. 읽고 나서 글쓰기의 부담은 미루어두고서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