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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이야기를 쓰는 법 -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저자 은유 추천
낸시 슬로님 애러니 지음, 방진이 옮김 / 돌베개 / 2023년 3월
평점 :


요즘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글쓰기입니다. 도서관에서 하는 글쓰기 수업을 들으면서 첨삭도 받았지요. 조금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서 선택한 책입니다. 신생 출판사도 아니고 돌베개에서 나온 책이라 더 믿음이 지요. 그냐의 삶이 아니라 내 삶의 이야기를 쓰는 법을 찾아 책을 펼칩니다.
저자 낸시 슬로님 에러니는 메리 워싱턴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습니다. 자신이 거주하는 마서스비니어드 섬에서 칠마크 글쓰기 워크숍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칠마크 글쓰기 워크숍을 대표하는 프로그램 ‘마음으로부터 글쓰기’워크숍 강사이기도 하죠. 라디오와 신문 잡지 등에 칼럼을 게재했고, 하버드 대학교에서 가르친 3년간 매해 최우수 강의상을 받았습니다. 최근에는 컬럼비아대학교 의학대학원에서 의학 프로그램에서 글쓰기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죠.
책은 저자의 경험을 담은 자전적 에세이 쓰는 법이 자세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자신이 직접 쓴 글을 예시로 보여주기도 하고, 길잡이도 제시고 있어요. 글쓰기의 시작부터 책으로 출판하는 것까지 자세한 주제에 맞추어 내용들이 이어지고 있죠. 제목들을 한번 훑어보며 왠지 자신감이 생깁니다. 어쩌면 내 이야기를 쓸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 하서 눈에 힘을 줍니다.
몸에 깃든 슬픔을 몸 밖으로 끄집어내서 글로 쓰세요. 안 그러면 그 슬픔이 당신 안으로 더 깊이 파고들 거예요. 고통스러운 부분을 건너뛸 수는 없습니다. (p2 )
저자가 글쓰기 워크숍에서 늘 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아들 덴의 죽음 이후 저자는 그 말을 자신에게 적용해야 했다고 해요. 말로 가르치는 것과 실제 경험하는 것은 상당히 다릅니다. 경험 이후의 가르침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죠. 그것이 어떤 것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경험했으니까요. 이 문장을 읽고 나서 가장 슬프고 힘들었던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조금 용기를 냈습니다. 거기서부터 진짜 제 삶이 시작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죠. 아프고 힘들고, 슬펐던 이야기를 이제 몸 밖으로 꺼내서 보내주어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지난 3년간의 투병생활을요. 많이 사랑했던 사람들을 떠나보내는 일을 시작해야겠어요.
깨끗한 싱크대로는 세상 사람들을 치유할 수 없다. 그러나 당신이 쓴 책으로는 그것이 가능할 수도 있다. (길잡이) 당신은 글을 쓰는 대신 무엇을 하는가? 그것에 대해 쓰라 (p39)
이 문장을 읽고 혼자 크게 웃습니다. 글을 쓰지도 않는데 싱크대는 지저분합니다.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요? 하지만 이내 위로받아요. 집이 깨끗하지 못하고, 옷장은 항상 계절과 맞지 않아도 괜찮다고요. 책을 읽고 글쓰기 비슷한 것을 하다 보면 완벽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위로합니다. 주 3일 일을 하지만, 일을 하면서 건강도 관리하고, 집안일도 하는 것이 쉽지 않아요. 전보다 책 읽기를 줄이고, 운동도 규칙적으로 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모두 다 잘 할 수는 없는 없어요. 조금씩 저도 훈련이 필요합니다. 지저분한 집을 참고, 텅 빈 냉장고도 견디면서 글을 써야 합니다. 일단은 글을 쓰지 않으면서 하는 일들에 대해 쓰는 것부터 시작해야겠어요. 글을 쓰지 않으면서 무엇을 하고 있나 생각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독자는 바보 취급당하지 않을 때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다. (p121)
이 글의 제목은 ‘전문가가 되지 마라: 전문가가 되어라’입니다. 언뜻 보면 모순의 상황입니다. 전문가가 되지 말라면서 전문가가 되라고 하니까요. 자신이 아는 것을 쓰고, 모르는 것은 자료 조사를 하라고 합니다. 아는 척하는 것을 독자는 귀신같이 알아보죠. 좋은 음악을 분석할 줄은 몰라도 들으면 아는 것과 같이 본능적으로 알아봅니다. 독자를 속이고 있는 것인지, 자신 혼자만 아는 것이라고 무례하게 독자를 대하는지를요. 글쓰기는 친절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친절한 글쓰기를 생각하니까 자꾸만 쓸데없는 수식어들을 붙어 글이 의미나 목적을 잃고 헤매는 경험을 해요. 친절하되 과하지 않는 것. 말로는 참 쉽지만 실제로 써보면 쉽지 않습니다. 독자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친절하게 써야 합니다. 독자를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 취급 하는 것과 친절한 것은 아주 다르니까요. 지금 이 글은 어떤지, 자판을 두드리기가 긴장됩니다. 그래서 항상 생각해요. 내가 사랑하는 어떤 사람을 대상으로 두고 쓰는 연습을요. 그 사람이 읽으면 이해할 수 있게, 읽고 기분 좋고, 마음이 따뜻해지게 항상 생각하지만 결과물이 마음 같지는 않습니다.
실망해서 죽는 사람은 없다는 것. 마음은 아플 것이다. 그러나 당신은 실패자가 아니다. (p221)
자신의 이야기를 썼다면 이제 출판사를 두드리라고 합니다. 말단의 담당자보다는 가장 높은 책임자를 골라서 투고를 하라고 하죠. 그리고 말합니다. 거절을 너무 크게 생각하지 말라고요. 실망이 되겠지만 실망해서 죽은 사람은 없다고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실망해서 죽지도 않은데 마치 죽을 것처럼 겁을 내고 도전을 하지 않는 자신을 발견해요. 도전도 하지 않으면서 혼자 잘 쓴다고 생각하고 우쭐대는 못난 모습이 반복됩니다. 이제는 그 반복을 끊어야 합니다. 조금 더 단호하게 실망해서 죽는 것은 아니라고 자신을 격려하면서요. 한 번의 거절일 뿐이지 실패자는 아닌 겁니다. 그 한 번의 실패로 마치 자신이 거절당하고 실패한 것처럼 생각해서는 아무것도 쓸 수 없어요. 처음이 어렵지 자꾸 하다 보면 괜찮아질 거라고 자신에게 말합니다. 실망해서 죽는 사람은 없다고.
은유 작가와 김신지 작가는 말합니다. 시작이 막막한 사람은 이 책을 읽고 쓸 수 있게 될 것이고,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질 거라고요. 저는 두 작가분의 말에 깊게 공감합니다. 왠지 무엇이든지 쓸 수 있을 것 같고, 또 쓰고 싶어졌습니다. 시작이 어렵고 막막하다면 길잡이의 질문에 맞추어서 써 볼 수 있어요. 자신의 이야기가 특별하거나 쓸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자신의 삶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쓸 것을 찾을 겁니다. 제가 그 시작을 제 슬픔과 어려움을 꺼집어내는 것으로 정한 것처럼요.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들이고, 모두 다르게 삶을 살아갑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어요. 그 이야기를 쓰면 됩니다. 우선은 잘하고 싶다는 마음은 저 멀리 넣어 두고서요. 자신의 이야기를 모두 쓸 필요도 없고, 마음속에 남아 있는 이야기와 감정들을 생생하게 쓰면 됩니다. 좌절했던 일과 어려움을 겪었던 일, 크게 기뻤던 일 어느 것이라도 괜찮아요. 모두 나만의 이야기이니까요.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합니다. 쉬운 길잡이가 되어 용기 내어 쓰는 힘을 줄 거예요. 또한 슬픔이 자신의 온몸을 감싸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권합니다. 그 슬픔을 몸 밖으로 꺼내 햇볕에 말리듯 날려버리는 치유의 기적을 선사할 거예요. 이 책이 당신을 좀 더 당신답게, 좀 더 사랑하며 이해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을 믿습니다. 물론 지저분한 싱크대와 힘든 글쓰기를 견디기만 한다면요. 당신은 할 수 있습니다. 당신만의 이야기가 있으니까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