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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국의 결국은 말입니다
강원국 지음 / 더클 / 2022년 12월
평점 :


말을 잘한다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스스로도 말을 잘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잘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막연히 말을 끊기지 않고 많이 하는 것?, 말로 싸워서 지지 않는 것?, 내 감정이나 정보, 지식 등을 잘 전달하는 것등으로만 알고 있었어요. 말을 잘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글쓰기로 유명한 작가의 책을 통해 말을 통한 글쓰기를 배워보고 싶은 짧은 속내가 들어있기도 했지요. 잘 살고 싶다면 잘 말해야 한다는 저자의 이야기 속으로 자신감을 갖고 들어가 봅니다.
지은이는 현재 KBS 1라디오 강원국의 <지금 이 사람>을 진행하고 있어요. 30대 중반까지 대우증권 홍보실에서 일하다가(이건 생소하면서 새롭습니다) 김우중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에 오르던 1998년부터 스피치 라이터로 살기 시작해, 김대중 대통령의 연설비서관실 행정관,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비서관으로 8년간 대통령의 말과 글을 쓰고 다듬었어요.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저자의 익숙한 부분이 대통령의 글쓰기가 여기서 탄생했죠. 이후 출판사에 몸담으며 <대통령의 글쓰기>, <회장님의 글쓰기>, <강원국의 글쓰기>, <나는 말하듯이 쓴다>를 출간했고, 기업 학교, 공공기관 등에서 강연 및 교육을 진행하다 보니 말 잘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2020년부터 라디오 진행을 맡으면서 말하기에 관심을 두었고, 책을 펴냈죠. 이 책은 라디오 프로 <강원국의 말 같은 말> 가운데서 <강원국의 어른답게 말합니다>에 담지 못한 내용과 <강원국의 어른답게 말합니다> 출간 이후 백 번의 가까운 말하기 강의를 하면서 공부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또 <강원국의 지금 이 사람>을 진행하며 경험한 내용이 담겨있죠. 책의 순서도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잘 들어야 한다는 경청으로 시작해서 실질적으로 말을 잘하는 기술이 나오고, 관계를 위한 말하기 연습이 나옵니다. 마지막으로 말을 고쳐 쓴 글처럼 견고하게 말해서 실수나 오해를 없게 하는 방법을 쓰고 있어요. ‘말이 글을 닮고, 글이 말을 닮을수록 당신의 말과 글은 정갈해진다. 글은 자연스럽게 자주 내뱉고, 말은 신중하게 꾹꾹 눌러쓰자’라는 서문을 마음에 새기며 말 잘하는 방법 속으로 나를 던집니다.
진정한 경청은 그 사람의 말을 듣는 게 아니라, 그 사람 존재 자체를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P25)
소통과 마음에 관심이 많아서 경청에 대해 책을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경청이라는 것은으로 시작하는 말들을 많이 읽었고 들었죠. 하지만 이제야 경청의 가장 기본적인 의미를 찾은 것 같습니다. 그 사람 자체를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것!!! 경청을 하는 법을 몰라서 경청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상대를 존중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하는 마음이 크죠. 경청이 안되는 이유는. 대화를 할 때 은근히 상대보다는 내가 낫다는 마음을 가지고 내려보듯이 말을 듣는 경향이 있어요. 늘 많은 말들을 하고, 상대를 진심으로 위해서 하는 말인데도, 그것이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 경험을 많이 합니다. 그 대화의 문제점이 무엇이었는지를 비로소 이제야 깨닫습니다. 상대를 타이틀이나 호감의 여부가 아닌 존재 자체로 존중하고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죠. 상대를 위한 대화라고 해도 늘 내가 우선이고, 표면적으로 상대를 위한 말이라고 해도 깊숙한 곳에서는 내가 우선인 경우가 많으니 상대가 몰랐을 리 없습니다. 그러니 말만 잘하는 사람, 싫은 소리 하는 사람으로 비쳤을 겁니다. 이제야 저의 말 하기 문제점을 깨닫고 나자 나라도 내가 말하는 것이 싫었겠다 싶어요. 그 사람 자체를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면 듣는 것을 소홀히 수가 없겠죠?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이 아이의 말을, 남편의 말을 어떻게 듣는지 보면 답은 명확해집니다. 존재 자체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말은 쫀쫀해야 한다. 대범함이 자랑일 수 없다. 작은 차이가 말의 품격을 좌우하니 말이다.(P88)
글쓰기에서도 자주 하는 말입니다. 상대는 내 사정을 알지 못하니 친절해야 한다고요. 내가 알고 있다고 상대도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글을 쓰면 공감을 얻을 수 없고, 무슨 글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해요. 비단 글쓰기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말은 듣는 상대가 있고 실시간이기 때문에 더 친절해야 한다고 합니다. 어법에 맞지 않거나, 과도한 생략은 상대에게 무례하게 보일 수 있다고 하죠. 구구절절 늘어놓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를 정도의 말이 아니라면 상대에게 친절하게 쫀쫀하게 말해야 합니다. 큰 맥락에서 모두 통하는 말이죠.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과 태도가 기본이 되어야 합니다.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한다면 말이 더 친절하고 섬세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것도 못 알아들어’라는 분위기를 풍기며 내려다보는 듯한 태도를 취한다면 그 사람의 말이 아무리 귀하고 힘이 있다고 해도 온전히 전달되지 않겠지요? 좋은 마음을 좋은 말에 담듯이 작은 차이로 품격을 만들어야 합니다.
결국 잘 살면 된다. 삶이 말이 되고, 말은 곧 그 사람이니까. (P224)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저는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을 때마다 감탄하면서도 부러워하죠.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는 거야’라고요. 그러면 그들은 한결같이 결론처럼 끝에 써놓죠. 좋은 사람이 되면 좋은 글이 되는 거라고. 좋은 사람이 쓰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요. 그 말이 말하기에도 적용되는 모양입니다. 한 사람을 알기 위해선 그 사람의 말을 들으면 됩니다. 그가 하는 말이 어떤지를 들으면 그 사람이 그려지죠. 그러니 잘 살아야 잘 말할 수 있겠죠? <걷는 독서>에서 박노해 시인은 말했어요. 읽는 것이 삶이 되는 것이 진정한 독서라고요. 같은 맥락인 것 같습니다. 잘 살아야 잘 말하고, 좋은 사람이 되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으며, 읽은 것과 사는 것이 같아야 진정성을 가지게 됩니다. 자신의 말이 자신을 나타내고 있다면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아니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먼저 물어야 합니다. 상대에게 향하는 날카로운 지적 질 대신 나를 향하는 칼날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그 질문에 내가 베이고, 상처 나고 아프더라도 용기 있게 그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야 해요. 말하기 책에서 나에게 묻습니다. “너는 잘 살고 있느냐고.”
실제로 말하기 강연을 통해 공부하고 경험한 저자의 방법들이 당장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자세하게 나옵니다. 물론 쉽고 간결하게 핵심만 요약해서요. 관계를 망치지 않고 거절하고 부탁하는 법도 나오고, 말문이 막혔을 때 말의 물꼬를 트는 법, 자기소개하는 법, 강의에서 말 잘하는 법, 한마디로 요약하고 정의하는 것을 통해 말 잘하는 법도 소개합니다.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이 그의 말대로 내용이 쫀쫀해요. 무엇보다 책을 읽으면서 내 말 하는 습관이나 말투, 대화를 자꾸만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말하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실수도 많고, 의도하지 않았지만 오해를 사거나 구설수에 오르는 일도 잦았죠. 그럴 때마다 원인을 나에게 두지 않고, 상대에게만 두었으니 저의 말 하기는 나아지기는커녕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말 잘한다고 생각했던 것은 무슨 자신감과 오만이었을까요? 저의 말 하기를 명의에게 진단받은 느낌입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무엇을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를 자세하게 진단받았어요. 이제는 그 진단을 통해 말하기를 고쳐나가는 일이 남았습니다. 가장 기본에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을 두고, 말의 탑들을 하나하나 쌓아갈 작정입니다. 때때로 무너지고, 낙심하겠지만, 그때마다 길잡이가 되어 줄 책이 있어 감사합니다. 말을 통해 온전히 드러나는 내가 부끄럽지 않도록 오늘도 침묵을 연습하며, 말속에 나를 담습니다.
잘 살아서 잘 말하는 날까지 파이팅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