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이 질병이 되는 순간
전형진 지음 / 프리즘(스노우폭스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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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오지 않는다는 핑계로 웹툰을 봅니다. 밤늦게까지 보고, 다음 날이 힘든 연속이 이어지죠. 제목을 보는 순간 선택을 했습니다. 핑계 뒤로 숨어서 질병으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진단받는 마음으로 책을 펼칩니다.


저자 전형진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입니다. 충남대 의대를 졸업하고 국립공주병원에서 전공의를 수료했죠. 대한 신경정신의학과 정회원, 정신의학신문 운영진, 대한 정신건강재단 상담의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에서 신림 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원장입니다. 현대인들이 겪는 대표적인 질환 중의 하나인 중독은 과도한 몰입으로 인해 생겨난 병이죠. 저자는 마음의 평화를 깨뜨리고 온기를 사라지게 만드는 중독 현상에 주목하면서 정신의학신문에 ‘중독 인생을 위한 마음 처방전’이라는 글을 연재했죠. 이 책은 연재를 마친 글을 다시 다듬어서 펴낸 것입니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는 멈출 수 없는 스마트폰, 쇼핑, 다이어트, 게임, 빚 중독에 대해 다룹니다. 2부는 몸과 정신을 파괴하는 쾌락의 덫이라는 제목으로 알코올, 성형, 도박, 포르노, 니코틴, 마약 중독에 대해 이야기해요. 3부는 일상을 파괴하는 평범한 유혹들이라는 제목으로 일, 욕, 육류, 라면, 수면제, 모성애 중독에 대해 말합니다. 4부는 우리 삶에 마냥 좋기만 한 것이 있을까요라는 제목으로 사랑, 운동, 카페인, 공부, 기부 중독에 대해서 다루죠. 우리가 흔히 좋은 것으로 알고 있는 것도 마냥 좋은 것은 아니라는 새로운 시간을 제시합니다. 쾌락이 주는 짜릿함과 중독이 주는 무거운 느낌 사이를 아슬 아슬하게 걷는 심정으로 생활 속에 넘쳐나는 중독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남의 시선이나 평가가 내 삶의 최우선 순위가 아니라 내가 내 삶의 최우선 순위에 올라가야 한다. 나보다 소중한 건 없다. (p41)

중독은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합니다. 심심해서, 호기심에서, 혹은 남들이 하니까 소외되지 않기 위해 스마트폰을 보고 게임을 합니다. 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쇼핑을 하기도 하죠. 내가 가진 무엇으로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조금은 빗나간 욕망이 중독을 쉽게 만듭니다. 현대 사회는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하도록 요구합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순간적으로 보이는 모습으로 기억되고 인정되게 됩니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보이는 것을 원하지 않으면서도 자신도 똑같은 모습으로 타인을 보죠. 공감이나 배려나 존중이 빠진 마치 게임 아바타 같은 시선으로 상대를 봅니다. 그러니 진정한 관계의 기쁨이나 힘을 경험하지 못하죠. 자꾸만 현실에서 벗어나 즉각적인 보상과 응답이 가능한 가상의 세계에 빠지게 됩니다. 실존하는 자신의 모습에 더욱 자신감을 가지고, 내 삶의 최우선 순위에 내가 있어야 합니다. 다른 그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내가 있어야 합니다. 단단한 마음의 근육이 쾌락을 쾌락으로 즐길 수 있게 합니다. 쾌락을 점점 더 구하며 중독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여기서 생각해 봅니다. 단순한 즐거움을 위해 선택한 웹툰 보는 것을 통제할 수 있나? 통제할 수 없다면 빨리 인정하고 다른 방법들을 찾아야 합니다. 고민이 길어집니다.


충분히 사랑해 주고 믿어주고 격려해 주고 존중해 주면 아이는 스스로 자란다. 적당한 좌절은 바른 인격 형성에 필수적이다. (p201)

책은 다소 생소하지만 분명히 중독인 것을 다룹니다. 모성애 중독?? 모성애 중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아이들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조정하고 통제하며, 아이의 모든 것을 해주려고 합니다. 그래서 아니는 어떤 고민이나 생각 없이 어머니의 말을 그냥 따르기만 하면 되는 삶을 계속 살게 됩니다. 어릴 때부터 이렇게 양육되면 자신은 없는 어른이 되거나, 작은 실패에도 삶이 무너져 내립니다. 자녀를 아끼고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 사랑이라는 것이 부모 편에서의 일방적인 사랑이라면 어떨까요? 부모가 원하는 방법으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만 한다면 그것이 아이에게 잘 전달될 수 있을까요? 모성애는 무조건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가 약간 충격을 받습니다. 저와 아이들의 관계와 어머니와의 관계를 생각해 봅니다. 어머니의 지난 삶을 이해하고 안타까워하기 때문에 무엇이든지 거스르지 않으려고 했던 지난 시간들을 봅니다. 가장 결정적일 때(결혼) 내 뜻대로 한 것으로 얼마나 많은 책임을 지고 있는지 생각하며 씁쓸한 미소를 짓습니다. 아이들을 어떻게 양육하고 사랑했던가도 돌아봐요. 큰 아이를 통해 학업에 대한 대리 만족을 이루고자 했던 모습, 둘째를 통해 감정의 공감을 바랐던 모습들이 지나갑니다. 저도 제 삶의 가장 최우선의 자리에 제 자신을 두어야 함을 깨닫습니다. 이제라도 아이들이 원하는 방법으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사랑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믿어주고, 격려해 주고, 존중해 주면 아이들은 스스로 자랍니다! 부모가 무엇을 대신해 주고, 필요를 모두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


책은 익숙한 중독부터 생소한 중독까지 현대 사회를 아우르는 다양한 중독들을 다룹니다. 제가 밑줄 친 문장들을 골라 읽다가 웃습니다.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라는 내용들에 어김없이 밑줄을 그어놨어요. 누군가에게 맞추어서 살았던 지난 시간에 대한 약간의 보상 심리 같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어머니를 힘들거나 걱정하게 하지 않기 위해 착한 맏딸이 되어 살았고, 결혼해서 가족들을 위해 희생하며 섬기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희생이라는 것이 일방적일 때, 자발적이지 않을 때는 몸도 마음도 아프게 되죠. 공감받지 못하는 마음과 수고들, 인정들은 순간의 짧은 쾌락을 찾아 어슬렁거립니다. 그 기웃거림에 순간적으로 만나는 것들에서 조금의 위안과 위로를 얻지만 오래가지는 않아요. 그러다 보면 쾌락이라는 것의 습성상 더 자극적인 것을 찾게 되고, 중독으로 갑니다. 중독은 자신의 의지로 그 상황을 끝낼 수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외로움을 솔직히 나누고, 격려 받는 실제적인 관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누구도 대신 살아 줄 수 없는 자신의 삶에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책임감을 가져야 하죠. 핑계를 대며 자꾸만 쾌락 속으로 숨기에는 당신은 너무 소중하고, 시간은 한정적이니까요. 절대 이건 중독이 아닐 거야 하는 것이 중독이라는 인지만 있어도 중독으로 쉽게 빠져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지나친 것들은 그것이 무엇이든지 좋지 않습니다. 그것이 사랑이라고 해도요.

외로운 자신을 다독이며, 고독을 온전히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으로 친구해 보세요. 외로운 것도 고독한 것도 모두 나쁜 것은 아닙니다.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자신을 바라보고 사랑해 주세요. 당신은 쾌락을 즐기며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있는 사람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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