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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망치지 않는 대화법 - 후회가 줄고 오해가 풀리는 소통의 기술, 2023 세종도서 교양 부분 선정
임정민 지음 / 경향BP / 2023년 1월
평점 :


정말 사랑하고 공감하고 싶은 사람과 말이 통하지 않아 괴롭습니다. 남편과 아내로 만나서 20년 넘게 살았지만, 갈수록 다른 나라말을 하는 것처럼 둘의 말은 평행선을 달립니다.
그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커서 선택한 책입니다. 이전 책이 많은 관심으로 읽혔다고 하니 더 궁금해지기도 했죠.
알고 있다고 해서 어느 날 갑자기 짜잔 하고 나아지진 않겠지만, 희망으로 책장을 넘깁니다.
저자 임정민은 임파워에듀케이션 대표 및 임파워스피치 소통 연구소 소장님이십니다. 1세대 소통전문가를 잇는 2세대 소통전문가라고 할 수 있죠. 강의와 코칭, 방송과 저술, 칼럼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며 ‘더 나은 말과 소통의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전작으로 베스트셀러인 <어른의 대화법>이 있어요.
교류분석학을 대화에 접목시킨 책은 1장을 태도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2장 온도에서는 상대방에게 상처 주는 말이 아닌 품격 있는 따뜻한 말로 부드럽게 소통할 수 있는 실질적 방법이 실려 있죠.
3장 속도에서는 말실수, 거절, 침묵, 거리 두기 등말에도 브레이크가 필요한 순간에 어떻게 말하고 대응해야 하는지를 설명합니다.
4장 밀도에서는 친밀감을 높이기 우해 어떻게 시간을 구조화하는지, 사람들과 공감하며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소개해요.
마지막 5장 의도에서는 자신이 의도한 대로 말을 잘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상대방의 말의 의도를 파악하는 법과 자신의 의도를 명확하게 표현하는 방법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후회가 줄고 오해가 풀리는 소통의 기술’을 나도 갖기 바라는 마음으로 그녀의 친절한 스피치 강의를 수강해 봅니다.
자기 긍정-타인 부정(I‘m OK, You're Not OK)의 태도로 대화를 하는 사람은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말과 이기적인 말투, 거친 언어들 사용하기 때문에 자신의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공격적인 말은 순화하여 같은 말도 기분 좋게 하는 말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P42)
교류분석학에서 말하는 삶의 4가지 태도 중에 하나입니다. 물론 이 자기 긍정-타인 부정의 유형을 읽었을 때 저는 생각했죠.
딱 남편이다 하고요. 하지만 ...
친절한 그녀의 진단하기 질문을 하면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이 유형이 나온 겁니다.
이걸 인정하기 싫어서 책을 며칠이나 던져 놓았습니다.
설마 했는데, 내가 이런 유형이라니...
원망하고 미워하면서 닮아간다는 끔찍한 말을 제가 실천하고 본이 되어버린 것이죠.
정말 싫어하는 것들입니다.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말과 이기적인 말투, 거친 언어들.
무신경하게 상대가 기분이 상했는지에 관심도 없고 오직 자신의 말과 우월함만을 드러내는 말들을 하는 사람들을 얼마나 싫어했는데, 제가 이 유형이 나오다니요.
설 연휴 며칠을 책을 던져 놓고 웹툰 속으로 도망을 갔다가 다시 돌아옵니다.
어쩌면 제가 남편과 똑같은 태도로 말을 해왔으니 늘 부딪치고 상처받고, 큰소리가 났던 것은 아닌지 슬며시 인정합니다.
아직도 그래도 여전히 완전하게는 인정하지는 못했지만, 아프고 힘들고 어렵지만 나를 정확히 보는 것에서 문제는 풀린다고 하니 어려운 시작을 해 봅니다.
그래서 긍정적인 말과 행동을 계속하면 긍정적인 회로가 생겨나고, 부정적인 말과 행동을 반복하면 부정적인 회로가 만들어진다. (P87)
삶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진단했다면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품격 있는 말의 온도에 대해 다룹니다.
긍정적인 말과 사고에 대해서는 많은 곳에서 말하고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내 삶의 태도를 충격적으로 진단받고 나서 일까요? 그녀의 말이 조금 더 깊이 다가옵니다.
인간 뇌의 가소성에 대해 말하면서 부정적인 길을 계속 만들어 갈 것인지, 긍정적인 길을 뇌에 만들어 갈 것인지를 물어요. 그럼 당연히 긍정적인 길을 만들어 가야겠죠?
그러고 나서 저의 말들을 생각해 봅니다.
기도를 할 때도 부정적인 말들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기분이 상하지 않게 나 몸이 아프지 않게, 화를 내지 않게 등의 말을 많이 합니다.
책에서는 이런 말들이 부정적인 영향을 만든다고 합니다.
긍정적으로 기분 좋게, 몸이 건강하게, 기쁨과 사랑이 넘치게 등으로 바꾸어서 말을 해야 한다고 해요. 기도할 때 하는 말은 누구도 의식하지 않고 하는 말이니 저의 말의 온도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또 깨닫습니다.
생각보다 부정적인 말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었음을.
나 자신에게도 아이들에게도 긍정적인 말을 연습해서 들려 줄여야겠습니다.
뇌는 가소성이 있고,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하니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 일입니까?
조심한다는 것은 잠시 멈춘다는 의미이다. (P111)
말의 온도를 지나 이제는 속도에 대해 말하는 부분입니다.
상대에게 실례(무례)가 되지 않는지 생각하고, 기분이 나쁘지 않은지, 상황에 문제가 생기지 않은지를 고려해서 말을 해야 한다고 해요.
그렇게 말을 하려면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말을 하거나 잠깐 쉬는 것 없이 계속 말하는 것은 실수를 만들고, 상대의 기분이 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도 하죠.
그래서 조심한다는 의미로 잠시 멈추는 것을 말합니다. 말을 하다가 잠시 멈추어 본 적이 있나요?
저는 할 말이 생각나지 않을 때 잠깐 멈춘 것 말고는 없는 것 같아요.
계속 말을 이어가죠.
마치 말이 끊어지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불안한 마음을 가득 안고서요.
말의 속도를 단순한 빠르기에만 국한 시키기 않고 멈춤까지 포함한 것임을 배웁니다.
여기까지 책을 읽고 나자 평소 말을 잘 한다고 생각했던 저의 말 하기가 아주 많이 부끄러워집니다.
말을 할 때 상대에게 실례가 되지 않은지, 기분은 나쁘지 않은지, 상황에 문제가 되지 않은지를 고민하면서 말한다면 속도는 자연히 느려질 것 같아요.
그냥 내 이야기를, 내 생각을 상대의 상황이나 마음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해대는 것은 대화가 아니지요. 그냥 일방적인 훈계나 지시 일수 있습니다.
그 말이 대화라는 형식을 띠고 있더라도요.
잠깐씩 조심하면서 말을 멈춰야겠습니다.
책은 시작에서부터 충격과 거부감을 불러일으켰어요.
제 자신에 대한 허울 좋은 가면을 모조리 벗겨버리고 민낯의 말들을 마주하게 했죠.
나는 자신 긍정-타인 부정의 태도로 말을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인정하기 싫어 도망도 갔다가, 머릿속을 다른 것들로 채우기도 했지만, 결국은 돌아와 앉았습니다.
책 앞에, 아니 가면을 완전히 벗은 나의 말들 앞에요. 그 말들로 누군가를 미워하고 원망하며, 내 기분을 표현하고, 상대를 낮추기도 했다는 사실을 아프지만 인정합니다.
그 인정을 통해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음을 믿고, 그녀의 가르침에 따라 한 발씩 한 발씩 걸음을 옮긴 느낌입니다.
한번 읽고 책장에 꽂히기에는 아까운 책입니다.
내 속에서 부정적인 것들이 습관처럼 올라올 때 꺼내 보고 길을 다시 만들어야 할 책입니다.
자신이 하는 말들을 스스로 들으며 조심하고 경계해야 합니다.
말을 통해 상대를 아프게도 살리게도 할 수 있음을 늘 생각하면서 말을 해야 합니다.
참고서 같은 그녀의 책을 곁에 두고서요.
마지막 부록에 실린 진단들도 실질적인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녀가 말한 것처럼 누구나 관계를 망치지 않는 소통을 위한 지침서로 널리 펴져 나가길 바라는 마음이, 읽는 사람들의 인생에서 ‘말’이 더 이상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오롯이 느껴졌습니다.
관계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 특히 말로 인해 상처받고 관계가 힘든 분들에게 그녀의 마음이 담긴 책을 권합니다.
포괄적이고 개념적인 책이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 바로 쓰일 수 있는 실용서를 만나는 기분을 느끼실 겁니다.
다만, 말을 통해 관계를 좋게 하고 싶은 마음만으로는 안된다는 것, 그 마음만큼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도 깨닫게 되실 거예요.
그래도 그녀의 스피치 강의를 모두 들을 수 없으니 책이라도 가까이 두어 보는 건 어떨까요?
당신의 말이 당신을 담는 품위의 그릇이 되는 경험을 해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