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보다 괜찮은 어른 - 좋은 어른이 되고 싶은 내게 던지는 인생의 질문들
김혜민 지음 / 시크릿하우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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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을 살짝 빌리자면 어른 30년 차가 다 되어 가는 저는 아직도 여전히 어른이 어렵고 모르겠습니다.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막연한 소망으로 버티기에는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기본은 무시되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어른이라는 글자만 들어가면 읽어보려는 시도로 이어졌습니다. 그녀의 일상 속, 만나는 사람들과 하는 일들을 통해 어떤 조금 더 괜찮은 어른은 어떤 어른인지 배우러 갑니다. 필기도구를 챙기고 의욕의 눈빛을 하면서요.


저자 김혜민은 YTN 라디오 피디입니다. <뉴스 정면 승부>를 만들고 있고, 여러 프로그램들을 제작했지요. 인터뷰어로 살다 보니 남들보다 조금 더 많은 질문과 의문을 던지고 받는다고 합니다. 좋은 생활인, 좋은 부모, 좋은 어른,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며 어떤 태도로 자신과 타인, 공동체를 대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질문한다고 해요. 그 질문과 고민들이 좋은 어른을 만들 수 있다고 믿으면서요. 즐겁게 일을 했더니 인정을 많이 받았다고 겸손하게 말하는 저자는 국무총리 표장, 보건복지부 장관 표장, 이달의 PD 상, 우수상, 보도부문 대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눈 떠보니 50>이 있어요.

책은 유명한 사람들의 추천사가 여러 장 실려 있어 저자의 평소 생활과 관계를 짐작하게 해 줍니다. 자신을 살피고 알아가는 1장과 어른들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다루는 2장, 나에서 우리로 시선과 마음과 생각을 확장 시키는 3장, 함께 사는 사회를 말하는 4장,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한 삶의 태도에 대해 말하는 5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금의 내 모습은 그동안 무수히 했던 선택들의 실체다’라는 말을 새깁니다. 책을 읽기로 선택한 자신을 칭찬하면서 좋은 생활인 김혜민을 만나러 가봅니다.


친절이 그저 전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자, 모든 일의 시작점이 된다면 친절은 분명 나를 좋은 곳으로 데려갈 것이다. 친절하기만 하다면 말이다. (P39)

자신이 꿈이 좋은 생활인이 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루의 삶을 행복하게 산다면 일생이 행복한 승리자라고 말하죠. 그녀의 실천적 방법 중 하나가 친절입니다. 친절은 전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자 모든 일의 시작점이라고 하죠. 모든 일의 시작이라...

친절을 단순히 상냥하게 대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친절한 사람들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친절하면 손해를 보거나 얕잡아본다는 편견을 갖고 있었습니다. 왜 그런 편견을 갖고 있었는지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열등감이 원인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는 자신이 쉽게 보일까 봐 괜히 딱딱하게 굴고 먼저 손 내밀지 않은 것이죠. 친절을 하찮게 대한 저의 민낯을 봐요. 친절은 그렇게 대우받기에는 너무도 귀한 마음입니다. 아무것도 원하는 것이 없는 순수한 선의니까요. 그리고 깨닫습니다. 타인에게만 친절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친절하고, 가장 가까이 있는 가족들에게도 친절해야겠다고. 가족들은 아주 가까운 사이라 타인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타인이죠. 만나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데, 친절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가 가족들을 떠올립니다. 대상이 없어서 친절하지 못한 것은 절대 아닙니다. 세상을 내 편으로 만드는 행동으로 친절을 선택하기로 합니다.


얼마나 많은 어른들이 당연히 본인이 해야 하는 일에 대해 생색을 내는가. 부모가 아이를 돌보고 양육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다. 어떤 부모도 “나 우리 애 밥 해먹이고, 옷 사주고 학교 보냈잖아” 하며 잘난 척을 하지는 않는다. (P55)

이 문장에 밑줄을 치며 크게 고개를 끄덕인 것은 남편의 생색 때문입니다. 운전이 위험하다고 하지 못하게 한 남편과 싸우기 싫어서 운전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로 인해 어디를 가도 남편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고, 남편의 기분을 살펴야 하죠. 이런 상황이 싫어서 웬만한 것들은 거의 부탁을 잘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부탁을 하면 좋게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갖은 생색을 내고, 사소한 일에도 자신의 기분에 따라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기 때문이죠. 이 말을 진지하게 한 적이 있는데, 그것도 그 순간뿐 이였습니다. 그래서 정말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심정으로 크게 외쳐보고 싶네요. “당신이 하는 일은 당연한 거지 생색내는 일이 아니야. 내가 매번 밥상을 차려주고 고맙다고 하지 않는다고 화를 내면 좋겠어?” 상대를 잃은 말들은 내 속에서 휘몰아치며 감정의 폭풍을 일으킵니다. 하지만, 들을 준비도 듣고 싶어 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말은 전혀 소용이 없어요. 조금 더 성숙한 어른이 되기를, 남편과 나 모두. 그래서 아이들이 편안하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이런 우리 해결 방법은 없는 건가요? 혹시 책을 다 읽으면 방법이 있을 수도...


부모는 주어진 것을 책임감 있게 누릴 수 있는 태도를 알려 줘야지, 주어진 것 이상을 주지 못해 사과해서는 안 된다. (P270)

조국 사태를 보며 저자가 하는 말입니다. 누구처럼 교수 부모님이 아니라 미안하고 엄마가 봉사활동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시대. 저자는 문제의 본질을 꿰뚫고 있어요. 저는 별생각 없이 뉴스를 접하다가 그럼 나도 애들에게 미안해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짧게 하고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나서 본질을 명확히 보게 되었어요. 문제의 본질은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고, 있는 것에 감사하도록 교육하는 겁니다. 물론 더 좋은 휴대폰, 더 좋은 게임기, 아이패드 등을 사 주면 좋겠지만 다 해 줄 수는 없다는 것을 교육해야 합니다. 없는 것을 보고 원망하고 불평하는 것이 아니라 가진 것을 감사하는 눈을 가지면 인생도 조금 더 행복하지 않을까요? 이 말은 비단 자녀 교육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제가 가진 것에 더 감사하는 마음과 눈을 가져야겠습니다. 건강하지 않아서, 직장이 없어서,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아서 등등 없는 것들 투성인데 하루하루 행복하고는 싶으니까요.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고, 어설프지만 글을 쓸 수 있어 행복한 밤입니다.


좋은 어른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하니 좋은 어른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도 제가 관심이 없었던 것이지 좋은 어른들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한 사람으로 자신의 삶을 책임지고, 자신의 이름에 맞는 의무를 감당하는 것. 그것은 어쩌면 어른의 외형에 해당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우리 사회도 좋은 어른의 내면을 고민해야 하는 때가 아닐까요? 그 시점에 딱 맞춰서 나온 훌륭한 교과서 같은 책입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행동함으로써 보여주는 좋은 어른의 본보기가 된 그녀입니다.

단호하지만 우아하게 거절하고, 친절을 모든 일의 시작점으로 삼으며, 자신의 소명을 깨닫고 책임지는 사람.

나 혼자 잘 살고 행복한 것이 아니라 모두가 잘 살고 행복한 일에 기꺼이 행동하는 사람.

염치를 알고 복수를 선택하지 않은 기품이 있는 사람.

여러 상황과 글들이 나오지만 제가 정의한 좋은 어른은 이 정도입니다.

이 중에 하나라도 온전히 실천할 수 있다면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나이에 의해 어른이 된 우리.

그 어른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고 책임져야 하는지를 솔직 담백하지만 깊이 있게 보여주는 책입니다.

당신이 지금 어른이라 불릴지라도 읽어 볼 것을,

아직 당신이 어른이 아니라도 읽어 볼 것을 권합니다.

좀 더 좋은 어른이 많아지는 사회를 위해서 참고서는 나만 볼 수 없잖아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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