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영혼을 만지고 간 책들 - 곤고한 날에는 이 책을 본다
김병종 지음 / 너와숲 / 2022년 12월
평점 :
품절

저를 사로잡은 단어는 영혼과 책들입니다. 두 단어로 인해 책을 선택했지요.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새로운 책을 만날 때마다 깨닫고 배우는 저는 이 책을 통해서도 저자를 배웁니다. 저자의 그림과 책들을 예수님이라는 공통점을 통해 거부감 없이 배우게 되는 행운을 누립니다. 표지의 그림이 예수님인데, 예쁘지 않아서 책표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예쁘고 좋은 모습만 보려는 못된 심보에 예수님은 가시관을 쓰시고 피 흘리시는 눈으로 저를 봅니다. 그 시선을 피하지 않고 보기 위해 책을 펼칩니다.

저자 김병종 님은 서울 미대에서 가르쳤고, 지금은 서울대 명예교수, 가천대 석좌 교수이십니다. 오직 성경, 오직 말씀을 표방한 어머니에게 양육을 받았고, 어머니의 교육방식에서 가급적 멀리 도망치고 싶었지만 결국은 그 원심력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여기서는 자신의 생애에 곤곤한 날들에 영혼을 두드렸던 책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그중 상당 부분은 국민 일보에 연재했던 것이라고 합니다.
책은 처음 시작을 어머니의 당부로 하고 있어요. 그 어머니는 말씀 읽고 기도하는 것을 소홀히 하지 말라고 당부하시죠. 이후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주제에 따라 자신의 영혼을 만지고 간 책들이 실려 있습니다. 첫 책은 ‘라울전’입니다. 사도 바울과 라울에 대한 이야기죠. 이야기를 통해 하나님의 오묘하신 계획과 토기장이의 비밀에 대해 말하고 있어요. 이후로 총 44권의 책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책과 함께 저자의 그림들이 실려 있어 읽다가 쉬어가는 느낌도 주고 눈도 마음도 편안한 마음을 줍니다. 저자의 인생에서 영혼을 만지고 갔던 책들을 따라 미술관 나들이를 하듯이 책을 펼칩니다.

저자는 인생 자체를 사랑의 도정으로 보고, 우리는 결국 이 사랑을 이루기 우해 가고 가며 아직도 더 가야 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길의 끝에서 만나게 되는 이는 결국 사랑의 주인인 예수 그리스도라는 것이다. (p33, 아직도 가야 할 길-스콧 펙)
사랑을 말하지 않는다면 예수님에 관해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예수님이야말로 완전한 사랑이시죠. 완전한 사랑의 본을 보여주신 분입니다. 사랑을 이루어가기 위해 가고 가며 아직도 더 가야 된다고 하네요. 아직도 제대로 걸어 본 적도 없으면서 지친 제게 위로가 되는 말입니다. 아직도 더 가야 하고, 그것은 사랑을 위해서 가야 하는 것이라고. 인간의 사랑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예수님을 내 생각과 사랑 안에 가두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릅니다. 이해하기 위해,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혹은 예수님의 사랑으로 나를 가리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했어요. 하지만 인간의 노력으로는 가닿을 수 없다는 것을 이제 조금 깨닫기 시작합니다. 먼저 배웠지만, 미련한 저는 기어이 경험을 통해서만 배우려고 했어요. 성경에서는 말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지 않고는 구원에 이르는 길은 없다고. 인간은 무슨 수를 써도 불완전한 존재이며 죄를 가진 죄인이라고. 이것을 인정하기까지 얼마나 오래 걸렸던지요. 지금도 완전히 이해하고 인정한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죄상을 가진 나라도 예수님이 사랑해 주시니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그 사랑에 기대어 오늘도 한 걸음 나아갑니다. 조금은 예수님 흉내라도 내면서요.

연약한 인간이 흐느껴 울며 쓰러지는 그 실패 속에 바로 그리스도의 승리가 있었던 것이다. (p96, 침묵-엔도 슈사쿠)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견디기 힘든 것 중 하나가 침묵하시는 하나님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저의 경우를 봐도 그렇고요. 침묵이 아니라 무슨 말이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하나님은 침묵하시죠. 여기서 예를 든 책도 제목이 침묵입니다. 배교자 페레이라에 대한 것으로 페레이라는 포르투갈 예수회 소속 선교사로 일본에 갑니다. 도쿠가와 시대의 일본에는 배교를 하지 않으면 악명 높은 고문들을 했어요. 페레이라는 그런 악명 높은 고문들에도 배교를 하지 않고 견디다가 예수님의 초상화를 밟는 배교 행위를 하고 살아남게 됩니다. 그 고문의 시간 속에서 페레이라는 하나님께 기도하지 않았을까요? 누구보다 간절하게 처절하게 매달리며 기도했을 겁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오래 침묵하시죠. 우리의 고난 가운데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신앙을 지켜 내고 있나요? 오늘 드린 기도가 바로 응답받지 못했다고 하나님을 원망하거나 불신앙의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나요? 저자는 이 책을 젊었을 때 읽었던 느낌과 마흔이 넘어서 읽었던 느낌을 각각 쓰고 있습니다. 젊었을 때는 배교자에게 분노를 느꼈지만 마흔이 넘어서 읽었을 때는 자신이 보였다고 합니다. 베레이라는 한 번의 배교이지만 자신을 얼마나 많은 배교를 했었는지 보였다고 해요. 말이나 글은 삶에 비해 쉽습니다. 말로 하는 믿음은 태산을 옮길 만하지만 삶에서는 세상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사는 저를 보았습니다. 몇 번이라고 세기 힘들 만큼 예수님을 배신했던 저를 잊지 않으시는 은혜에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참된 사람에는 수학이 없다. 성경상 사랑의 정의는 맨 처음 이렇게 시작한다. “사랑은 오래 참고.....”(고린도 전 저 13장 4절). 달콤하고 따듯한 그 무엇이 아닌 인내, 그것도 막연하고 긴 인내가 사랑의 조건이라는 것이다. (p128, 십자가 그늘에서-전성천)
이제는 우리도 자생적 신학의 터전을 다질 때가 되었다고 하면서 소개한 전성천 박사님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일제 강점기 때 미국 유학을 통해 학문적 성취를 이루었으나 나라의 아픔을 외면하지 못하고 실천궁행하고 행동하는 지식인이며, 신앙인의 이정표를 세우신 분이라고 해요. 이승만 정권 말기에 문화와 공보 부문의 수장을 지냈다는 원죄로 고초와 영어의 몸이 되기도 했죠. 이후에는 미국 교수직을 위해 출국을 하루 앞둔 날 광주 대단지 사태에서 철거민들을 보고 집을 팔았습니다. 미국행을 위한 처분이 아니라 철거민을 돕기 위한 처분이었죠. 이분이 이런 일들을 감당해 가는 데는 말없이 이유를 묻거나 반대하지 않고 내조한 부인의 사랑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분의 사랑이 오래 참는 인내에서 시작되었다고. 기한이 정해진 인내는 어쩌면 쉬울 수도 있습니다. 언제까지 인지를 모르고 그저 믿음으로 인내하며 소망을 품고 시간을 보내는 것은 사랑의 시작이라고 합니다. 지금 저는 기한이 정해진 인내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기한이 정해져 있는데도 마음과 감정은 풍랑을 만난 듯 출렁거리죠. 아침엔 괜찮았다가 점심에는 못 견디게 힘들어하다가 저녁에는 체념하듯 포기합니다. 기한이 있는 인내도 이렇게 어려운데 기약 없는 인내를 삶으로 실천해 낸 전성천 박사님과 사모님이 대단해 보입니다. 또한 우리의 기독교 역사에서 잊힌 채로 있었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죄스러운 마음까지도 듭니다. 이제는 그분의 오랜 인내를 우리가 기억함으로 끝내야겠습니다.
신앙을 가진 지 10여 년이 넘었어요. 그동안 이해되지 않는 말씀들을 이해하기 위해 나름 기독교 서적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44권의 책 중 읽어본 책은 없습니다. 이런 민망하고 부끄러운 일이 일어나고 말았네요. 저자의 이름을 아는 것만 보물 찾기처럼 찾아도 4명이 안됩니다. c.s. 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는 몇 년째 책장에 고이 모셔놓았어요. 또 A.W 토저의 책은 여러 권을 읽었지만 여기 나온 책은 읽지 않았습니다. 또 옷 한 음 목사님의 책도 여러 권 읽었는데 소개된 책은 읽지 못한 것 같아요. 물론 오래전이라 기억이 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래서 공통점을 찾아가는 독서보다는 새로운 것을 배워가는 독서가 되었습니다. 저자의 시선으로 책들의 원래 뜻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애썼다는 말이 나오는데, 그래서일까요. 책에 소개된 책을 꼭 읽어봐야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어요. 그중에서 책의 시작을 알리는 <라울전>과 <침묵>, <십자가 그늘에서>는 가장 최우선 순위가 되었습니다. 저자는 책의 시작에 어머니의 당부 말씀을 싣고 있어요. 어머니의 양육 방식에서 하나님을 떠나보려고 몸부림쳤으나 결국엔 그 안으로 들어와 어머니처럼 성경 새벽을 열고 성경으로 하루를 닫는 어머니의 모습을 닮아 있다고 고백합니다. 어머니의 신실하신 신앙과 아들에 대한 사랑이 고스란히 대물림된 것을 봅니다. 저도 말씀으로 하루를 열고 닫는 신앙을 본을 보이는 어머니가 되고 싶다고 욕심내 봅니다. 저자가 읽은 책들을 열심히 읽으며 그 속에 예수님의 사랑을 더 크게 깨닫고 체험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 신앙이 있던지 없던지 삶의 어려운 문제 앞에 꼭 읽어야 할 책 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신앙이 있다면 신앙의 눈으로, 그렇지 않다면 자신의 눈으로 읽게 될 거예요.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예수님에 대한 의문과 사랑을 키워가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당신이 인생의 어려운 질문 앞에 서 있다면 이 책을 펼쳐 볼 것을 권합니다. 그 문제를 넘어서는 존재와 그 앞에 서 있는 자신을 솔직하게 보게 될 겁니다. 때로는 인정하기 싫은 내 모습에 움찔하고 놀라겠지만 거기서부터 예수님의 사랑이 시작되니까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