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글쓰기로 배웠어요
이만교 지음 / 마음의숲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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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꽂혀 있는 단어는 글쓰기와 사랑이다. 글쓰기는 무엇이라도 남기고 싶은 오랜 열망이 낳은 것이고, 사랑은 사랑을 잘 모르겠다는 마음에서다. 그 두 단어의 만남. 사랑을 글쓰기로 배웠다는 책을 선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읽어야 할 책과 서평을 써야 할 책들이 밀리고 있고, 김장도 해야 하지만 이 책을 선택했다. 어쩔 수 없었다. 자석이 서로 끌어당기듯이 책을 선택했다. 글 쓰는 사람의 사랑을 위한 글쓰기 대화법이 생소하면서도 기대가 된다.


저자 이만교는 자칭 생각 문장 마니아. 음악이나 영상이나 패션이나 뉴스보다 생각 문장에 민감하다. 생각 문장의 세계는 언제나 좋은 만큼 좋고, 그렇지 못한 만큼 그렇지 못한 더없이 공정한 세계인 좋은 문장과 생각 문장에 편애를 앓고 있다. 여섯 권의 소설과 세 권의 ‘글쓰기 공작소’책을 출간했다.

책은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는 어떻게 대화를 시작해야 하는지를 다루고 있고, 2부는 대화를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를 4개의 소주제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3부는 대화를 즐기는 법을 4부에서는 몰입을 통한 대화의 즐거움과 깊이를 말하고 있다.

사랑을 배워야 하는 것으로 인지하지 못한 나는 글쓰기를 통해 사랑을 배울 수 있다는 저자의 말에 기대치가 높아진다. 글쓰기를 배우듯 사랑도 배워야 한다. 그 사랑을 지키는 대화법도 배워야 한다. 너무 늦은 것은 아닌지 약간 불안한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 모두 이제까지와는 다른 사람이 되는 사건 속으로 필기도구를 챙겨 들어가 본다.

(한 주제가 끝나면 짧게 요약된 페이지가 있어 실천에 참고하기 쉽게 되어 있다.


하지만 성숙한 사람은, ‘내가 말하려 한 내용’만이 아니라 ‘상대가 해석한 내용’까지 책임져야 한다. 혹은 책임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p38)

얼마 전에 읽은 <어른의 문장력>에서도 비슷한 말을 했다. 자신의 글과 문장에 책임을 지는 것이 어른이라고. 단순히 내가 말하려 한 내용만이 아니라 상대가 해석한 내용까지 책임지고 대화를 이어가야 성숙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대화는 단순히 말의 나눔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것이다. 나의 말과 너의 말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나의 마음과 너의 마음을 나누는 것이 대화이다. 마음을 나누는 대화를 하고 상대가 해석한 내용까지 책임지는 대화. 이런 마음가짐으로 대화를 이어간다면 정말 없던 사랑도 생기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상대가 어떻게 해석하던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했으니 그만이라는 태도와 마음이 얼마나 많은가? 이해하고 생각하고 경험한 것들이 다 달라서 같은 단어도 오해할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한데, 우리는 얼마나 상대가 알고 있다고 가정하며 말을 하는가? 내가 말하는 나무는 소나무인데, 상대가 생각하는 나무는 은행나무일 수 있다. 이때 상대가 이해한 은행나무와 내가 말한 소나무가 다름을 인지하고 책임지는 노력을 해야 한다. 확인을 통해서 같은 단어와 의미를 찾아가고 마음을 나누는 대화를 위한 노력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아... 갑자기 말을 하기가 힘들다. 이렇게 생각하고 책임지고 집중해서 대화라는 것을 해야 하는 것인가? 변화를 싫어하는 뇌가 움직이는 것을 느낀다. 그럴수록 더 노력해야 한다.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대화를 통해 사랑의 관계를 유지하고 넓혀가야 하므로.


부탁할 때는 온몸으로 부탁하고, 사과할 때는 온몸으로 사과한다. 심드렁한 어조로 부탁하거나, 차가운 말투로 사과하고 나서, 상대가 들어주지 않는다고 불평할 순 없다.(p68)

가끔씩 딸아이가 불만을 표할 때가 있다. 자신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최선을 다해 실감 나게 말하고 있는데, 나는 자판을 두드리거나 책을 읽으면서 건성건성 대답을 하면 섭섭하다고 말한다. 자신의 대화에 내가 집중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고 있는 것이다. 나는 표면적으로는 읽는 책을 내려놓거나, 자판을 잠시 멈추지만 머릿속으로는 아직 거기에 머물고 있다. 그러면 딸아이는 이야기 하기를 멈춘다. 위의 문장을 읽으면서 그 모습이 생각났다. “됐어요. 엄마랑 말 안 해요.”라고 돌아서는 아이를 향해 미안하다고 뒤늦은 사과를 하지만 방문이 닫힌다. 마음이 닫히는 것은 아닌지 약간 염려가 되어 노크를 하고 조심스럽게 딸아이를 찾아간다. 하던 일들을 모두 내려놓고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온몸으로 사과하고 온몸으로 부탁해야 한다. 온몸으로 들어주고 반응하고 마음을 열어 너의 말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주어야 마음까지 나누는 대화가 된다. 자주 자존심을 세우며 대충대충 사과하고 내 사과를 받아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현했던가? 남편은 자주 말했다. 사과하는 사람의 태도가 아니라고. 그랬을지 모른다. 입으로는 사과를 하면서 마음 깊은 곳에서는 내가 잘못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표정에서, 눈빛에서 사소한 손짓에서도 드러났을 것이다. 풀지 못한 수수께끼 같은 남편과의 관계를 책을 읽으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왜 유독 남편에게만 사과를 하기 싫은지 모르겠다. 책을 조금 더 읽어 보면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온몸으로 읽고, 온몸으로 느껴보자.


적잖은 사람들이 남이 쓰는 말을 자신도 그대로 사용한다. 마치 남이 사용한 숟가락을 쓰듯, 이제까지 써오던 말 그대로 다시 사용한다. 하지만 남이 쓰는 생각 문장을 그대로 쓰면 남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살겠다는 뜻이다. 자신이 써오던 말을 그대로 쓰면 살던 대로 계속 살아가겠다는 뜻이다. (p145)

남이 쓰던 말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아무런 거부감이나 문제의식이 없었다. 공부하지 않는 아이를 보고는 뭐가 되려고 하느냐고 별생각 없이 말했다. 반찬 투정을 하는 아이에게 먹기 싶으면 먹지 말라는 말도 스스럼 없이 던졌다. 좋지 않은 예로 등장하는 예시들이 거의 내 모습임을 깨달았다. 생각 문장을, 대화를 자신의 생각으로 더 좋은 쪽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도 못 하고 남이 하던 말들을 마치 내 말인양하고 살았다. 그랬으니 관계는 늘 어렵고 오해를 불렀으며, 마음은 늘 뾰족하게 솟아 몸을 피곤하게 했다. 써오던 말을 그대로 쓰면 살던 대로 계속 살아가겠다는 뜻이라는 말이 아프다. 아무 생각도 없이 습관적으로 걸러지지 않는 말들을 가장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쏟아놓고 살았다. 그런 엄마일지라도 사랑으로 참고 견디며 사랑을 간절히 원하고 바란 아이들이 주인을 졸졸 따라다니며 관심을 구하는 강아지 마냥 안됐다. 그 사랑의 마음들이 오랜 거절과 좌절로 무디어지지 않았기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기를 바란다. 저자의 말처럼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없어 입술을 깨물고 생각 문장을 창조해 나가야 한다. 가족들에게, 지난날의 나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된다.


생각 문장을 가진 사람이 권력자라는 말. 사랑하는 사람에게 왜 더 사랑으로 말하고 관계를 만들지 못하고 상처를 주며 관계를 멀어지게 했던가 하는 뒤늦은 자각과 후회가 범벅이 된다. 또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말. 상대의 말이 어떠하든지 간에 더 좋은 문장을 내가 선택할 수 있다. 긍정적이고 창의적인 말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나인 것이다. 누군가의 말을 그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해서 나만의 생각 문장을 말할 수 있다. 대화를 통해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고 읽어주어야 한다. 상대가 정확하게 내가 한 말을 이해했는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질문을 통해 물어보는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말로는 아주 쉽지만 실제로 실천하기는 꽤 까다롭고 쉽지 않은 일이다. 상대를 존중하고 나를 겸손히 만드는 대화를 통해 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 글쓰기를 하듯이 생각 문장을 고르고 상대를 헤아리고 배려하는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 상대에 따라 주고받는 대화라고 하더라도 말을 선택하는 것은 자신임을 잊지 말고 더 나은 문장들을 창조하고 만들어 가야 한다. 대화는 누가 옳고 그른가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더 나은 생각 문장을 풍요롭게 갖고 있느냐의 문제이다. 옳고 그름에 갇혀서 대화의 위대함을 놓치고 살았던 지난 시간에 보상을 주는 느낌이었다.

생각 문장을 통해 사랑을 키우고 사랑의 관계를 만들어 가고 싶어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강력하게 권한다. 생각 문장을 통해 배려하는 법을, 사랑을, 자연스러운 권력을 갖는 법을 자세하게 배우는 시간을 선사해 줄 것이다. 간혹 지난 자신의 대화들이 부끄러움으로 목덜미를 잡게 할지라도 더 나은 관계를 위해 용기를 내 보자. 당신을 위해 마음을 나누는 대화로, 생각 문장으로 기다리고 있을 테니. 문을 열고 얼른 들어오시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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