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내가 유별스럽다는 건 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평균적 인간들(웃기는 소리지만) 처럼 느끼고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지 않는가.
또 그렇다고 해서 평균적 인간들에게 내 방식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반육식주의자 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고깃국물에 행복해지는 나의 데드이터들은 여전히 어여쁘고 사랑스럽다.
이게 무슨 앞뒤 않맞는 횡설수설이냐 해도 그것도 좋다.
나는 나고 너는 너니까.
나와 너가 같아야 할 이유는 도무지 없을 것이며, 혹 같다면, 혹 많은 인간들이 똑 같다면, 이 무슨 황당한 우주적 자원 낭비냔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채식주의자인가?
혼란스럽겠지만 그것도 아니다.
내게는  육식이나 채식이나 오십보 백보다.
누구는 벌초한 잔디들판에서 상긋한 풀향기,내음을 맡는다지만 내게는 풀들의 피비린내만이 진동할 뿐이다.
순장된 국화의 주검이 즐비한 장례식장은 끔찍하기까지 하다.
어떤 형태의 생명체이든간에 내 생존을 위해 살해되는게 싫다.

그럼 어쩌란 말이냐.

"내 생명의 유지는 필연적으로 타 생명의 파괴위에서만 성립한다는 절망적 구조체로 이루어진 이 상황에서
모든 생명 에너지의 원천인 태양과의 직거래만이 완벽한 경지이다.
 
가끔 꿈꾼다.
내가 돌연변이 되어 하얀 살갗대신 녹색의 엽록체로 채워진 피부로 뒤덮여 있고 다른 생명을 해치는 대신
태양의 에너지를 바로 받아들이는 가장 효율적인 광합성 인간이 되어 있는 것을."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무해한모리군 2009-09-07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광합성 인간 얼마나 아름다울까.

Joule 2009-09-07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킨 너겟 따위를 먹지 않는 쥴모 양은 그럭저럭 마음에 들지만 풀조차 먹지 않고 태양과만 직거래하는 쥴모 양은 영 탐탁치 않은걸요. 역시 전 풀이랑 계란은 먹어야겠어요. '나의 데드이터들'이 저는 '나의 자식새끼들'로 의미가 읽혀져요. 근데 제가 아는 레이시즌 2님이랑 레이시즌 3님이 같은 분인가요.

하날리 2009-09-07 22:12   좋아요 0 | URL
"나의 데드이터들은" 그냥 선남선녀란 말 입니다.
그리고 시즌은 바뀌어도 주연은 왼만해선 안 바뀐답니다.

땡땡씨 2009-09-08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2209년 9월 땡땡일 땡땡씨의 일기.

2009년 태어난 광합성 인간이라는 돌연변이 덕분에 세계는 식량난을 덜게 되었다. 암수 한 쌍으로 시작한 광합성 인간은 동물성 단백질과 식물성 비타민이 완벽히 공존하는 완전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올해는 노지에서 서른 네 두(頭)를 키웠는데 일조량도 좋고 태풍도 불지 않아 모두 판매할 수 있을 것 같다. 작년엔 독감이 돌아 겨우 여섯 두만 살아 남는 바람에 손해가 막심했다.

그대로 놔두면 도망치려고 해 늘 사슬과 차꼬를 채워 놓아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지만, 당분간 광합성 인간 재배와 판매를 계속할 생각이다.

LAYLA 2009-09-19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킨은 벌써 겨울준비하고 있네요 !! 붕어빵 먹고 싶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