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내가 유별스럽다는 건 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평균적 인간들(웃기는 소리지만) 처럼 느끼고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지 않는가.
또 그렇다고 해서 평균적 인간들에게 내 방식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반육식주의자 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고깃국물에 행복해지는 나의 데드이터들은 여전히 어여쁘고 사랑스럽다.
이게 무슨 앞뒤 않맞는 횡설수설이냐 해도 그것도 좋다.
나는 나고 너는 너니까.
나와 너가 같아야 할 이유는 도무지 없을 것이며, 혹 같다면, 혹 많은 인간들이 똑 같다면, 이 무슨 황당한 우주적 자원 낭비냔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채식주의자인가?
혼란스럽겠지만 그것도 아니다.
내게는 육식이나 채식이나 오십보 백보다.
누구는 벌초한 잔디들판에서 상긋한 풀향기,내음을 맡는다지만 내게는 풀들의 피비린내만이 진동할 뿐이다.
순장된 국화의 주검이 즐비한 장례식장은 끔찍하기까지 하다.
어떤 형태의 생명체이든간에 내 생존을 위해 살해되는게 싫다.
그럼 어쩌란 말이냐.
"내 생명의 유지는 필연적으로 타 생명의 파괴위에서만 성립한다는 절망적 구조체로 이루어진 이 상황에서
모든 생명 에너지의 원천인 태양과의 직거래만이 완벽한 경지이다.
가끔 꿈꾼다.
내가 돌연변이 되어 하얀 살갗대신 녹색의 엽록체로 채워진 피부로 뒤덮여 있고 다른 생명을 해치는 대신
태양의 에너지를 바로 받아들이는 가장 효율적인 광합성 인간이 되어 있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