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집, 여성 - 여성 고딕 작가 작품선
엘리자베스 개스켈 외 지음, 장용준 옮김 / 고딕서가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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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집, 여성

엘리자베스 개스켈, 버넌 리, 루이자 메이 올컷, 메리 셸리 (지음)ㅣ장용준 (옮김)ㅣ고딕서가 (펴냄)






《공포, 집, 여성》은 19세기 4명의 여성 작가들이 각각 자신만의 기법으로 집필한 고딕 소설 4편을 수록한 작품집이다.



엘리자베스 개스켈의 《회색 여인》은 

한쪽 구석 어두컴컴한 곳에 걸린 초상화로부터 

시작된다.

초상화 속 여인의 이름은 '아나 셰러'로 화사하고 아름답던 소녀가 '회색의 여인'으로 불리기 된 기구한 사연을 그녀가 직접 딸에게 쓴 편지 속 내용을 통해 이야기하듯 그려낸다.


"마담, 이거 마셔요. 그리고 서둘러야 합니다. 다 준비되었어요."

(p.63)


......아망트가 그렇게 척척 변장을 해나가고 있을  때 멍청하게 넋이 나간 채로 바라만 보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경직된 내 얼굴에 슬며시 미소가 번지는 걸 스스로 느끼면서, 또 한 번 아망트의 영리한 기지가 성공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p.76)


그러다 그녀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내게 말했다.

딱 한마디였다.

"용기를 내!"

(p.80)


《회색 여인》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고난 속에서도 기지를 발휘해내는 여성에 있다.

주인공 아나 셰러는 행복하지 않은 결혼 생활을 이어 가던 도중 남편의 추악한 비밀을 알게 되고 메이드 '아망트'와 함께 도망치게 된다.

조력자 없이도 추격과 고난을 견디고 이겨나가는 소설 속 여성들의 모습은 국한되어 살아가는 그 시대 여성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나는 몇 번이나 그녀에게 남편을 좀 더 배려하라고 간청할 뻔했습니다.

(p.181)


그의 아내는 남편의 변한 표정에 걱정을 하기는 커녕 계속해서 남편을 자극했지요.

(p.185)


버넌 리의《오키 오브 오키허스트, 팬텀 러버》는 서로 다른 시대 속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점점 동일시 되어 결국에는 과거와 현실 구분짓지 못해 파멸에 이르는 내용을 담고있다.

여기서 파멸에 이르게 만드는 주체가 남성이 아닌 여성이다.

더 나아가 여주인공은 남성을 지속적으로 무시하고 경멸하기까지 한 태도를 보인다.

정형적인 고딕 소설 속 남성과 여성의 위치가 뒤바뀐채 여성이 주가 되어 소설을 이끌어간다. 





그들은 행복했다. 세상은 그들을 그토록 충직하게 이어주는 비밀의 유대감을 모른다.

(p.313)


《비밀의 열쇠》는 따뜻하고 감동적인 가정ㆍ성장 소설 《작은 아씨들》을 저술한 루이자 메이올컷의 작품이다.

그녀는 고딕 소설의 장르 속에서 밝고 생기가 넘치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그려내고 있다.

고딕 소설의 미스터리한 형식을 갖추면서도 동시에 갈등이 해소되는 요소들이 함께 돋보이는 소설이다.



과거를 돌아볼 때면 나는 종종 그게 악령이 아니라, 내게 자만심의 어리석음과 비참함을 보여주기 위해 나의 수호천사가 보낸 선한 영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매우 힘든 방식으로 이 교훈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p.350)


많은 특색이 돋보이는 작품은 메리 셸리의 《변신》이다.

여성 인물과의 갈등이 중심이 아닌 비밀스럽고 기이한 존재의 급작스러운 등장을 통해 이야기가 절정에 이르는 모습을 보여준다.

뿐만아니라 지난날의 과오를 참회하는 변화된 주인공의 모습으로 스스로 행복을 그려나가는 특징이다.



《회색 여인》, 《오키 오브 오키허스트, 팬텀 러버》,《비밀의 열쇠》, 《변신》은 여성이 주가 되는 모습과 더불어 기존 고딕 소설과는 또 다른 남성성이 담겨져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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