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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로맨스
앤 래드클리프 지음, 장용준 옮김 / 고딕서가 / 2021년 12월
평점 :

숲속의 로맨스
앤 래드클리프 (지음) ㅣ 장용운 (옮김) ㅣ 고딕서가 (펴냄)
"그들의 예전 삶은 시련을 잘 견뎌낸 삶의 모범이 되었고
현재의 삶은 크게 보상받은 미덕의 삶이었다."
본문 573 페이지
고딕소설은 '중세적 분위기를 배경으로 공포와 신비감을 불러일으키는 유럽 낭만주의의 소설 양식의 하나'이다.
하지만 앤 래드클리프가 그려낸 고딕소설은 우리가 알고있는 고딕소설과는 다소 다른 경향이 있다.
책을 덮고 나서 느끼는 '카타르시스'가 그 이유일 것이다.
이 소설은 '아들린' 이라는 '여 주인공'이 온갖 시련과 역경을 딛고
부와 명예 사랑을 모두를 '쟁취'하는 과정을 이야기 한다.
한 밤의 파리,
채권자들과 법의 심판을 피해 아내와 하인을 데리고 야반도주를 하는 '피에르 드 라 모트'.
그는 망명길을 오르는 도중 '아들린'을 만나게 된다.
버림 받은 신세인 '아들린'은 그렇게 그들과 동행하며
잠시 폐허처럼 보이는 오래된 고딕 양식의 수도원에서 함께 숨을 돌린다.
하지만 이 곳은 모든 이야기의 시발점이 되어 주인공 '아들린'을
여러 인물들과 상황으로부터 곤경에 처하게 만든다.
가까스로 도망친 곳에서 그녀를 따스하게 대해주는 '라 뤼크'일가를 만나게 되지만, 아직 그녀에겐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과 또 다른 새로운 시련들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 나는 평생 친구라고는 없었고 온통 적으로만 둘러싸여 살았어.
...... 하지만 영원히 비참한 삶을 살도록 태어난 건 아닐 거야."
......아들린은 언젠가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p.387)
저자는 주인공을 단지 가련한 그 시대의 여성 인물로 담아내지 않는다.
원치 않은 일들에 어쩔 수 없이 휘둘리기 보단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본인의 자아를 드러내는 모습들을 그려낸다.
때론 그녀 스스로를 다독이고 수 많은 시련들을 견뎌내는 인물로 이야기 한다.
이런 아들린의 말과 행동을 통해
그녀가 주변 여성 인물과는 크게 대조적임을 알 수 있다.

...... 아들린은 틈을 주지 않고 자리를 떠서 자신의 방으로 물러났다.
......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p. 209)
"죄송합니다.
후작과의 결혼은 화려하긴 하겠지만 절대 행복한 삶이 아닙니다.
그분은 저의 혐오감을 자극할 뿐입니다.
부디, 그분은 더 이상 언급하지 말아주세요."
(p.219)
또한 아들린은 본인이 생각되는 부당한 상황에선 표현에 있어 거침없이 없다.
때론 강단있는 모습으로 독자로 하여금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인물'임을 알 수 있게 한다.
더불어 그녀는 본인의 감정을 숨김이 없이 표현해 낸다.
시 낭송을 하고 노래를 부르며 각 상황마다 느끼고 겪는 모든 감정들을 아들린은 끊임없이 이야기 한다.
이런 '여 주인공' 이었기에
'완벽하고', '행복한 결말' 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며,
결국엔 모든 시련을 '극복'하고 자신이 꿈꾸던 바를 '전취'해낸 강한 인물로 느껴지게 만든다.
일반적인 고딕소설처럼 비련한 여주인공과 함께 그런 그녀를 도와주는 이의 등장으로 새롭게, 행복한 모습을 그려나가 것을 주 내용으로 담지 않았다는 것을 순간순간 마다 보여준다.
이 책에선 마법처럼 전개되는 상황을 만들어내기 보단 끝없는 박해와 고통을 통해 '성장'해나간 주인공을 더욱 강조하며
새로운 장르의 고딕소설임을 뒷받침한다.
인물들 각각의 정서를 세세하게 그려낼 뿐만 아니라 때마다의 모습들을 생생하게 담아내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한 '숲속의 로맨스'.
이 처럼 '숲속의 로맨스'에는 여느 고딕소설과는 다른 요소들이 가득한 소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