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살인게임 - 왕수비차잡기, 개정판 밀실살인게임 1
우타노 쇼고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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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성'이 가득한 이 곳, 인터넷.

이 곳에서의 '익명성'은 역시 악랄하기만 하다.



각자의 모니터 앞에 모인 5명의 인물은 각기 다른 활동명과 모습으로 화상채팅을 시작한다.

영화 <스타워즈>의 속 다스베이더 마스크를 쓴 '무광인', 

호러 영화 <13일의 금요일>에 등장하는 살인마 제이슨처럼 하키 마스크를 쓴 'aXe', 

노란 아프로 모양의 가발을 쓰고 렌즈가 빙글빙글 소용돌이 치는 장난감 안경을 쓴 '반도젠 교수', 

자신의 애완동물 늑대 거북을 비춘 '잔갸군',  

유일하게 맨 얼굴을 드러냈지만 우유빛 유리에 가린듯이 흐릿한 모습의 '044APD'

이들은 차례대로 본인의 순서가 되면 현실 속 살인사건의 범인이 됨과 동시에 출제자가 되어 나머지 4명에게 '미싱링크 찾기'라는 추리 퀴즈를 낸다.


"우리는 뭘 하고 노는 거냐. 살인 놀이? 아니지. 추리게임이야.

살인사건의 수수께끼 풀이를 즐기고 있어.

출제자는 흥을 더 하기 위해 여러 가지 궁리를 해서 사람을 죽이고, 남은 네명은 지혜를 짜내어 답을 찾아."

(p. 72)


"절도든, 유괴든, 살인이든 좋으니 범인 역할을 맡은 사람이 실제로 사건을 일으키는 거지."

(p.263)


"침식을 잊고 고안해낸 문제를 실행하는 것은 즐겁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준다고 생각하면 보람이 있었고, 종잡을 수 없는 추리의 미로를 헤매는 탐정들을 보노라면 우월감이 느껴졌다.

남이 낸 문제를 못 맞히면 분하지만, 그렇게 조바심을 낸다는 것 자체가 즐겁기도 하다.

정답이 나온 후에 모두 함께 벌이는 감상전 역시 재미있다."

(p.265)


이 5명 모두 각자의 '살인'에 대한 '죄의식'라고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오히려 퀴즈의 답을 맞추는 사람에겐 'MVP'라 칭하며 즐기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추리 과정에선 잔혹하고 무자비한 말이 쏟아져 나온다.

그들의 잔인함은 독자로 하여금 섬뜩함을 느끼게 한다.


"다음에 출제할 사람은 누구지?"

(p.366)


서로를 경쟁하듯 대화를 하다

한 사람이 만든 모든 사건과 문제가 끝나면 아무렇지 않게,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으로 넘어간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살인이 놀이인 만큼 살인은 끝없이 연속된다.


"......여기 계신 고명하신 명탐정님들은 또 살인을 저지하지 못한 겁니다.

명탐정이라는 간판을 내리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p.50)


"...... 하지만 이대로 세 사람 만에 끝나지는 않죠. 지금 이 시점에서 명탐정 여러분이 미싱링크의 수수께끼를 풀지 못하는 한은요."

(p.64)


또 다른 살인이 일어날 때마다 마음이 조급해지는 건 독자뿐이다.

그들에게 또 발생한 살인은 그저 새로운 퀴즈일 뿐이다.

계속 해서 쏟아내는 살인에 독자는 이런 느낌까지 느끼게 된다.

마치 이 문제를 풀지 못해 발생하는 건,

또 다른 의미로 방관하고 있거나 진척을 내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냉소적 표현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며 씁쓸한 느낌을 갖게 된다.



잔인함이 꼭 그들에게만 해당되는 아님을 말하는 듯한 이야기에 

미스터리함에만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무거운 울림이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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