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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다
이동건 지음 / 델피노 / 2022년 8월
평점 :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한 구절이 있다.
바로,
"흔적을 남기지 않는 완벽한 살인".
이 부분을 보고 떠오르는 한 단어는 아마 "완전 범죄"일 것이다.
"완전 범죄 [법률] 범인이 범행의 증거가 될 만한 물건이나 사실을 전혀 남기지 않아 자기의 범행 사실을 완전하게 숨김으로써 성립하는 범죄".
저자가 그려내는 "완벽한 살인" 이란 과연 무엇일까.

어느날 문뜩 중학생 박종혁은 '살인'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깊은 생각을 하게된다.
도덕 수업 중 선생님으로 부터 듣게 된 "사람을 죽이면 안 된다." "사람이라면 절대로 생각조차 하면 안 되는 거다." 라는 말 때문일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 끝에 내린 결론은 '완벽하게 사람을 죽이면 되잖아.' 였고, 결국 정말로 사람을 죽이고야 만다.
그 후 27살이 된 어느해 박종혁은 또 다른 살인을 저지른다.
하지만 그 살인은 살인으로 끝나지 않고, 주인공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는 이야기의 시작이 된다.

계획을 만드는 데 1달하고 2주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그 계획을 검토하는데 1주라는 시간을 더 사용했다.
그렇게 ......죽였다.
실수는 없었고 언제나 그랬듯이 완벽했다.
(p.111)
박종혁은 사람을 여러명 죽인 주인공이다.
하지만 소름끼치고 섬뜩한 느낌이 강하지 않다. 왜일까.
저자는 박종혁의 범행을 간단하게 설명한다.
'사람을 죽여야 한다'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죽였다.'
자세한 살해과정을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독자는 자칫 꺼려질 수 있는 범죄 스릴러의 부분들을 억지로 참아낼 일이 없다.
내 몸에서 뚝 뚝 떨어지는 빗물. 그 빗물이 바닥에 고여 신발에서 떨어진 흙과 만나 더러운 흙탕물로 변한다.
그 흙탕물 위를 힘겹게 헤엄치고 있는 이름 모를 작은 벌레.
마치 나 같다.
(p.183)
...... 알 수 없는 검은색 물이 몸에서 흐른다.
마치 거머리가 잔뜩 달라붙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제야 내 몸에서 나는 냄새가 느껴진다.
역겁고 치사한 냄새, 오물과 살인의 냄새, 배신과 공포의 냄새.
(p.210)
박종혁은 살인을 하면 할 수록 점점 피폐해진다.
그만 멈추고 싶다는 생각과 이젠 지친다는 말과 행동들.
그런 주인공의 모습이 점점 부각 된다.
그리고 후엔 '살인'과는 이제 더 이상 관계없다는 듯 '평범한' 삶을 살아가기 까지한다.
하지만 그는 이미 수 많은 사람들을 죽인 '살인범'.
그는 그 어두운 그림자로 벗어 날 수 없게 되고
저자는 그런 그와 새로운 인물들과의 또 다른 시작을 그려낸다.
빠른 전개와 마치 그 상황을 생생하게 담아내는 듯한 표현력들이 돋보이는 소설, '우린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다.
이 소설의 영상화가 여러모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