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꼬랑지
김윤희 지음, 여름밤 그림 / 길벗어린이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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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동화 속 주인공이 행복해지는 결말을 좋아했는데요. 어른이 되어 다시 동화를 읽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곤 합니다. 꼭 다른 모습으로 변해야만 행복해질 수 있을까? 남들에게 예쁘고 멋지다는 인정을 받아야만 사랑받을 자격이 생기는 걸까?

이런 질문을 던지며 아이뿐 아니라 어른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위로해 주는 동화 《쥐꼬랑지》를 읽어 보았어요.

《쥐꼬랑지》는 분홍 가슴 털 생쥐 코지모와 외톨이 소녀 쥐꼬랑지의 우정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 가는 판타지 동화예요. 입소문만으로 동네책방 베스트셀러에 오른 작품이라고 하니 더욱 궁금해지더라고요.

김윤희 작가님의 따뜻한 이야기와 여름밤 작가님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그림이 어우러져 겨울의 포근한 풍경과 인물들의 작은 마음까지 사랑스럽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배경은 겨울이 무려 여덟 달이나 이어지는 나라예요. 그곳에는 쥐 꼬리처럼 꼬불꼬불한 회색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가 살고 있어요. 사람들은 소녀의 머리카락을 보고 이름 대신 쥐꼬랑지라고 부르며 못생겼다고 놀려 대지요.

고모와 단둘이 살아가는 쥐꼬랑지는 자신만을 위한 스웨터 한 벌도 가져 본 적이 없어요. 그런 쥐꼬랑지가 마음속으로 꿈꾸는 것은 언젠가 미운 오리 새끼처럼 아름다운 백조가 되는 일이랍니다. 지금은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하지만, 언젠가 다른 모습으로 변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 거죠.

그런 쥐꼬랑지 앞에 분홍 가슴 털 생쥐 코지모가 나타납니다. 코지모는 쥐꼬랑지에게 털실 한 타래를 선물하고, 그 작은 선물은 소녀의 삶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해요.

사실 쥐꼬랑지는 누구보다 뜨개질을 좋아하는 아이였어요. 털실이 없어 뜨개질을 할 수 없을 때조차 상상 속에서 자신만의 뜨개질법을 만들어 낼 정도였지요. 마침내 자신의 재능을 펼칠 기회를 얻은 쥐꼬랑지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세상은 생각처럼 따뜻하지만은 않았어요. 사람들은 쥐꼬랑지의 재능을 인정하면서도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스웨터를 만들기를 바랍니다. 친구 아멜리아 역시 쥐꼬랑지의 재능을 이용해 자신이 성공하고 싶어 하지요.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춰야 하는 상황에서 쥐꼬랑지는 과연 자신이 진짜 만들고 싶은 스웨터를 완성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토록 바라던 행복은 정말 백조가 되어야만 찾아오는 걸까요?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쥐꼬랑지가 자신이 부끄러워하던 회색 쥐꼬리를 스웨터 안쪽에 당당하게 새겨 넣는 부분이에요. 다른 사람이 되기 위해 애쓰는 대신 자신의 고유한 모습을 작품에 담아낸 거죠.

우리는 누구나 감추고 싶은 콤플렉스 하나쯤 가지고 있잖아요. 외모일 수도 있고, 남들보다 부족하다고 느끼는 능력일 수도 있지요. 그래서인지 쥐꼬랑지의 성장이 더욱 마음에 와닿았어요.

더 멋진 사람이 되어야만, 남들에게 인정받아야만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던 마음을 다시 돌아보게 하거든요. 물론 성장하고 변화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지금의 나를 부정하면서까지 다른 사람이 되려고 애쓸 필요는 없겠지요.

꼭 백조가 되지 않아도 괜찮아요. 지금의 모습에도 나만의 특별함이 있고, 그것을 발견하고 가꾸는 힘은 우리 자신에게 있으니까요.

쥐꼬랑지의 곁을 지켜 주는 코지모의 존재도 참 따뜻합니다. 코지모는 소녀를 다른 모습으로 바꾸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쥐꼬랑지를 믿어 줘요. 진정한 우정이란 상대를 내 기준에 맞춰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자기다운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응원해 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이 책은 인물들의 마음을 선과 악으로 쉽게 나누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흥미로웠어요. 인정받고 싶은 마음과 질투, 호의와 욕심이 복잡하게 얽힌 모습은 어른인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쥐꼬랑지》는 아이들에게는 자존감과 우정의 의미를 알려 주고, 어른들에게는 잊고 있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동화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와 함께 읽으며 외모 때문에 속상했던 경험이나 친구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아도 좋겠어요. 자신감을 잃은 아이들, 친구 관계로 고민하는 아이들뿐 아니라 스스로를 자주 비교하는 어른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쥐꼬랑지가 자신만의 스웨터를 완성하듯 우리도 각자의 삶에 고유한 무늬를 만들어 가고 있겠지요.

다른 사람과 조금 달라도 괜찮아요. 남들보다 조금 천천히 걸어도 괜찮고, 아직 꿈을 이루지 못했어도 괜찮답니다. 누군가의 기준에 맞춰 다른 사람이 되려고 애쓰기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나만의 방식으로 삶을 채워 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배워야 할 진짜 성장이 아닐까요?

마음이 추운 겨울을 지나고 있는 아이에게, 그리고 어쩌면 어린 시절의 나에게도 포근한 스웨터처럼 다가갈 동화 《쥐꼬랑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따뜻하게 일깨워 주는 책이라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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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괜찮은 너머 ㅣ 도마뱀 청소년 4
문이소 외 지음 / 작은코도마뱀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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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에게 꿈을 찾으라고 말하면서도 막상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하면 걱정부터 앞서는 게 어른들의 마음인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고 하면서도 안정적인 길을 권하고, 자신만의 길을 가라고 하면서도 조금은 낯선 선택 앞에서는 불안해지곤 하죠.

《꽤 괜찮은 너머》는 정해진 길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삶을 만들어 가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집입니다. 문이소, 잠자, 최상희, 탁경은 네 작가가 참여해 SF와 판타지, 현실을 넘나드는 네 편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요. 서로 다른 배경과 인물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려는 청소년들의 용기와 성장이 공통적으로 담겨 있어요.

첫 번째 이야기 〈멋지다, 박하승!〉에는 학교를 스스로 나온 하승과 학교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지석이가 등장합니다. 서로 다른 상황에 놓인 두 아이는 만나서 위로를 주고받는데요. 학교에 다니는지 아닌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소여〉는 주어진 이름과 운명을 거부하고 바다 너머로 향하는 소여의 이야기입니다. 모두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스스로 자신의 길을 선택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에요.

〈갭이어를 시작합니다〉에서는 중학교 3학년 겨울, 갭이어를 맞이한 시율이와 호진이가 직업 체험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발견합니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미래도 직접 경험해 보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데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알아가는 데는 충분한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다는 점을 생각해 보게 됩니다.

마지막 이야기 〈알래스카는 나에게〉는 엄마의 죽음으로 알래스카 행성을 떠나야 하는 윈터가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이주민이라는 정체성과 자신이 속한 세계에 대한 고민을 통해 내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살아가야 하는지 질문하게 만들어요.

네 편의 이야기는 모두 다른 모습으로 펼쳐지지만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남들이 정해 놓은 길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삶을 선택해도 괜찮을까?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에게 꿈을 가지라고 말하는 것보다 그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믿고 기다려 주는 일이 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학교생활이 힘들거나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하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의 현실적인 걱정과 조언이 때로는 또 다른 부담이 될 수도 있겠지요.

《꽤 괜찮은 너머》는 청소년들에게 무조건 꿈을 좇으라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학교라는 울타리 밖에서 자신의 길을 찾는 아이, 주어진 운명을 거부하는 아이, 새로운 직업을 경험하는 아이, 자신이 속할 곳을 고민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각자의 속도와 방향을 존중해 줍니다.

저는 이 책이 청소년뿐 아니라 부모님과 선생님들에게도 의미 있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더 좋은 길을 알려주고 싶고, 실패하지 않도록 미리 막아주고 싶지만 때로는 그런 마음이 아이의 가능성을 제한할 수도 있으니까요.

아이의 미래를 대신 정해 주기보다 스스로 탐색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것. 예상과 다른 길을 선택하더라도 그 선택을 존중하고 응원해 주는 것. 어쩌면 아이들에게 필요한 어른의 역할은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이나 학교생활에 지쳐 있는 아이들, 아직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몰라 막막함을 느끼는 아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에요. 물론 아이의 미래를 고민하는 부모님과 선생님들도 함께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익숙한 길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버겁고 힘든 길일 수 있습니다.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는 없겠지요.

조금 느리게 가더라도,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하더라도 괜찮다고 말해 주는 책 《꽤 괜찮은 너머》.

우리 아이들이 자신만의 방향을 찾고 그 길을 당당하게 걸어갈 수 있도록 따뜻한 믿음과 응원을 보내주고 싶어지는 청소년 성장소설입니다.

네가 나아갈 그 너머는 생각보다 꽤 괜찮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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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이 찾아오면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98
강은지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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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의 마음속에는 어떤 고민과 상처가 쌓여 있을까요?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여도 혼자 감당하기 힘든 아픔을 숨기고 있는 아이들이 있을 거예요. 친구의 아픔을 알아차렸을 때 우리는 어디까지 다가가야 할까요? 모른 척 지나가는 것이 나을지, 용기를 내어 손을 내밀어야 할지 쉽게 답하기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죠.

이번에 읽은 책은 청소년들의 아픔과 관계를 섬세하게 들여다보는 강은지 작가님의 신작 《구원이 찾아오면》입니다.

제5회 창비 영어덜트소설상 대상을 받은 작품으로, 친구의 자살 시도 이후 가해자로 몰린 고등학교 1학년 공영우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영우는 아파트 17층에서 뛰어내린 같은 학교 학생 구원과 함께 있었다는 이유로 자살 방조 혐의를 받게 됩니다. 학교에는 영우가 구원을 밀었다는 소문까지 퍼지기 시작하죠.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면서도 구원이 힘들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어릴 때부터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사이코패스'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영우.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열지 않고 혼자 지내는 데 익숙했던 아이예요. 그런 영우와 구원은 아무도 없는 아파트 계단을 함께 오르며 시간을 보내곤 했습니다. 많은 말을 나누지 않아도 같은 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서로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구원의 사건 이후 영우의 일상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사건을 둘러싼 인물들의 관계와 감춰져 있던 진실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요.

과연 영우는 정말 결백한 걸까요? 그리고 우리는 누군가의 아픔을 얼마나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이 책은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긴장감 있는 전개도 흥미롭지만, 인물들의 복잡한 마음을 들여다보게 한다는 점에서 더욱 인상 깊었어요.

특히 영우가 엄마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되는 것이 엄마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영우. 아직 어린 나이인데도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무거운 마음을 품고 살아가고 있어요.

하지만 엄마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영우의 성공보다 영우의 행복이었죠.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정작 마음속 이야기는 제대로 나누지 못하는 모자의 모습이 안타까웠고, 가족이라는 관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구원이 찾아오면》은 죽음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지만 자극적인 사건에만 집중하지 않아요. 그 이면에 있는 외로움과 두려움, 말하지 못했던 마음과 관계의 문제를 차분하게 들여다봅니다.

누군가의 상처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을 전부 안다고 쉽게 단정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 사람마다 아픔의 모양은 다르지만 누구의 고통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가 깊이 다가왔어요.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 아이들에게 꼭 전해 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힘든 일이 생겼을 때 혼자서만 버티지 않아도 된다는 것. 친구의 아픔을 발견했을 때도 무조건 외면하거나 혼자 해결하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에요. 때로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믿을 수 있는 어른의 손을 잡는 것이 자신을 지키는 용기가 될 수 있으니까요.

친구 관계로 고민하는 청소년은 물론, 학교에서 벌어지는 괴롭힘과 방관의 문제를 생각해 보고 싶은 아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에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마음의 상처와 가족 간의 관계를 돌아보고 싶은 부모님도 함께 읽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아픔을 숨기지 않고, 친구의 아픔에도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일 수 있으면 좋겠어요. 모든 마음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더라도 곁에 있어 주고 도움을 건네려는 마음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큰 위로가 될 수 있으니까요.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섬세하고 진솔한 시선으로 풀어낸 강은지 작가님의 신작 《구원이 찾아오면》.

청소년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관계와 공감의 의미를 함께 생각해 보고 싶다면 꼭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우리 아이와 부모님이 함께 읽으며 서로의 마음을 조금 더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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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급식은 세계사입니다 ㅣ 오늘 급식은
권재원 지음, 신병근 그림 / 데이스타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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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먹는 음식 한 끼에 세계사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면 어떨까요? 평소 아무 생각 없이 먹던 빵과 면, 카레와 튀김에도 인류의 역사와 문화가 숨어 있다는 사실이 참 흥미로운데요. 세계사를 어려워하는 아이들도 익숙한 음식에서 출발하면 훨씬 재미있게 역사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번에 읽은 책은 권재원 선생님의 《오늘 급식은 세계사입니다》입니다. 33년간 중학교 사회 교사로 근무하며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이 세계사를 단순히 외우는 것이 아니라 질문하고 생각하며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책이에요.

이 책은 빵과 면, 향신료, 튀김처럼 우리에게 친숙한 음식을 중심으로 세계사의 흐름을 풀어갑니다. 후추 한 알이 어떻게 세계의 역사를 바꾸었는지, 파스타는 원래 어떻게 먹었는지, 커리는 어쩌다 카레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는지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들이 가득해요. 음식을 둘러싼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이동과 문화 교류, 무역과 전쟁까지 만나게 된답니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은 빵에 얽힌 역사였어요. 지금은 흔하게 먹는 음식이지만 과거에는 귀하고 중요한 식량이었고,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특징 덕분에 전쟁터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해요. 평소에는 아무 생각 없이 먹던 빵 한 조각에 이런 역사적 배경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니 새롭게 느껴지더라고요.

카레에 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어요. 우리는 카레 하면 자연스럽게 인도를 떠올리곤 하는데요. 책에서는 인도의 음식 문화와 일본을 거쳐 우리에게 익숙해진 카레의 역사를 살펴보며 음식이 다른 나라로 전해지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알려줍니다. 익숙한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새로운 궁금증으로 이어지는 점이 참 매력적이에요.

후추와 육두구 같은 향신료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어요. 과거에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귀하고 비싼 물건이었기 때문에 향신료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고 합니다. 맛을 더하기 위한 작은 재료가 대항해 시대와 세계 무역의 흐름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나요? 음식의 역사를 통해 세계사의 중요한 사건들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에요.

우리 아이도 책을 읽으며 평소 먹던 음식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신기해했어요. 세계사를 고대와 중세, 근대와 현대처럼 큰 틀로 나누어 외우는 대신, 피자는 원래 어떤 음식이었는지, 음식은 어떻게 다른 나라로 전해졌는지 질문하면서 읽으니 훨씬 부담 없이 다가오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세계사를 처음 배우는 아이들에게 이런 접근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낯선 인물과 사건, 복잡한 연표부터 접하면 역사가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매일 먹는 음식에서 시작하면 호기심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배경지식을 넓혀갈 수 있으니까요. 책을 읽고 나면 평범하게 먹던 빵과 면, 카레와 튀김을 보면서도 '이 음식은 어디에서 시작됐을까?' 하고 궁금해질 것 같아요.

음식은 사람과 함께 이동하고 다른 문화를 만나면서 끊임없이 변화해 왔습니다. 그래서 음식의 역사를 알아가는 일은 단순히 음식의 유래를 배우는 데서 끝나지 않고,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 세계사의 흐름을 이해하는 과정으로 이어져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 급식은 세계사입니다》는 역사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들의 생각과 시야를 넓혀주는 교양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중학교에 올라가 세계사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전 읽어두면 더욱 좋을 것 같아요. 세계사가 어렵게 느껴지는 아이, 음식을 좋아하는 아이, 역사와 사회를 조금 더 재미있게 공부하고 싶은 아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공부하듯 무작정 외우기보다 익숙한 음식에 대한 호기심으로 세계사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은 책이에요. 오늘 먹은 급식 한 끼에도 세계사의 흔적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아이들이 역사를 바라보는 눈도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요?

세계사를 처음 만나는 초등 고학년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출발점이 되어줄 책, 《오늘 급식은 세계사입니다》. 평범한 음식 속에 숨겨진 특별한 역사를 발견하고 싶다면 우리 아이와 함께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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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안녕, 안녕! ㅣ 라임 청소년 문학 70
이재문 지음 / 라임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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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문 작가님의 신작 소식을 듣고 무척 기대했던 책, 《안녕, 안녕, 안녕!》을 읽어 보았어요. 《몬스터 차일드》와 《마이 가디언》 등 아이들의 마음을 섬세하게 담아내는 작품을 선보였던 작가님이라 이번 이야기도 기대가 컸답니다.

이번 작품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과 죄책감, 그리고 그럼에도 다시 살아갈 용기에 관한 청소년 장편소설이에요.

주인공 동해는 삼 년 전 유조차 폭발 사고로 사랑하는 엄마를 잃었어요. 기적처럼 살아남았지만, 그날 이후 동해의 삶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꿈속에서 다른 사람의 죽음을 미리 보게 된 것이죠.

하지만 동해에게 이 능력은 특별한 선물이 아니었어요. 엄마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동해는 꿈에서 본 죽음을 막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갑니다. 마치 다른 사람을 구하면 엄마를 구하지 못했던 죄책감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처럼 말이에요.

그러던 어느 날, 동해는 교통사고의 위기에 놓인 소녀 하늘을 구하게 됩니다. 목숨을 건진 하늘은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하려는 동해의 곁에 조금씩 다가가기 시작해요. 다른 사람을 구하기 위해 애쓰면서도 정작 자신의 행복은 외면하는 동해의 모습을 알아차린 것 같아요.

그렇게 서로 다른 아픔을 지닌 두 아이는 조금씩 가까워지고, 함께 '죽음 정복 미션'을 시작합니다. 각자 하고 싶은 일 50가지를 적어 모두 100가지의 목록을 완성하는 거예요.

카페에서 공부하기, 햄버거집에서 맛있는 메뉴 먹기, 한강 공원에서 자전거 타기처럼 특별할 것 없는 소소한 일상들이지만, 동해에게는 그 평범한 하루조차 쉽지 않았어요. 엄마를 잃은 뒤로 마음껏 웃는 것조차 어려웠으니까요.

그런 동해가 하늘과 함께 하고 싶은 일을 하나씩 실천하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늘 죽음만을 바라보던 아이가 함께할 내일을 꿈꾸게 되는 거예요.

하지만 이제 막 행복을 알아 가려는 순간, 삼 년 전 사고에 얽힌 비밀이 드러나면서 두 아이의 관계는 다시 흔들리게 됩니다. 과연 동해와 하늘은 각자의 상처를 딛고 다시 서로의 손을 잡을 수 있을까요?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마음이 아팠던 건 동해가 짊어진 죄책감이었어요. 다른 사람의 죽음을 막으려고 애쓰면서도 정작 자신의 행복은 외면하는 모습이 참 안쓰럽더라고요. 혼자 살아남았다는 이유로 마음껏 웃는 것조차 미안했던 동해에게 하늘은 다시 일상을 살아갈 힘이 되어 줍니다.

저는 두 아이가 함께하고 싶은 일을 하나씩 실천하는 장면이 특히 좋았어요. 상처를 극복한다는 건 슬픔이 완전히 사라지는 게 아니라, 슬픔을 안고도 다시 웃을 수 있게 되는 과정일 테니까요. 하늘 역시 자신만의 아픔을 지니고 있기에 두 아이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 주는 모습이 더욱 애틋하게 다가왔답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예상하지 못한 이별과 상실을 경험할 수 있지요. 특히 성장하는 아이들에게는 슬픔이나 죄책감 같은 복잡한 감정을 받아들이는 일이 더욱 어려울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안녕, 안녕, 안녕!》은 떠난 사람을 기억하면서도 새로운 행복을 찾아도 괜찮다고 다정하게 말해 주는 책이랍니다.

초등 고학년부터 청소년까지, 인물의 감정과 관계를 깊이 생각해 보고 싶은 아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상실과 죄책감뿐만 아니라 우정과 첫사랑, 성장의 의미까지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어 더욱 의미 있는 작품이었어요.

지나간 슬픔에 작별을 고하고, 곁에 다가온 온기를 반갑게 맞이하며, 다시 살아갈 내일을 향해 나아가는 것. 책 제목에 담긴 세 번의 '안녕'이 참 특별하게 느껴졌답니다.

누군가를 잃었다고 해서 남은 삶까지 멈춰 있어야 하는 건 아니겠지요. 슬픔을 간직한 채 다시 웃어도 괜찮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 사랑해도 괜찮다는 메시지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어요.

우리 아이들도 힘든 순간을 만나면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하려 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며 함께 이겨 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따뜻한 위로와 함께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넓혀 주는 성장소설, 이재문 작가님의 《안녕, 안녕, 안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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