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꼬랑지
김윤희 지음, 여름밤 그림 / 길벗어린이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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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어릴 때는 동화 속 주인공이 행복해지는 결말을 좋아했는데요. 어른이 되어 다시 동화를 읽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곤 합니다. 꼭 다른 모습으로 변해야만 행복해질 수 있을까? 남들에게 예쁘고 멋지다는 인정을 받아야만 사랑받을 자격이 생기는 걸까?

이런 질문을 던지며 아이뿐 아니라 어른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위로해 주는 동화 《쥐꼬랑지》를 읽어 보았어요.

《쥐꼬랑지》는 분홍 가슴 털 생쥐 코지모와 외톨이 소녀 쥐꼬랑지의 우정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 가는 판타지 동화예요. 입소문만으로 동네책방 베스트셀러에 오른 작품이라고 하니 더욱 궁금해지더라고요.

김윤희 작가님의 따뜻한 이야기와 여름밤 작가님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그림이 어우러져 겨울의 포근한 풍경과 인물들의 작은 마음까지 사랑스럽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배경은 겨울이 무려 여덟 달이나 이어지는 나라예요. 그곳에는 쥐 꼬리처럼 꼬불꼬불한 회색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가 살고 있어요. 사람들은 소녀의 머리카락을 보고 이름 대신 쥐꼬랑지라고 부르며 못생겼다고 놀려 대지요.

고모와 단둘이 살아가는 쥐꼬랑지는 자신만을 위한 스웨터 한 벌도 가져 본 적이 없어요. 그런 쥐꼬랑지가 마음속으로 꿈꾸는 것은 언젠가 미운 오리 새끼처럼 아름다운 백조가 되는 일이랍니다. 지금은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하지만, 언젠가 다른 모습으로 변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 거죠.

그런 쥐꼬랑지 앞에 분홍 가슴 털 생쥐 코지모가 나타납니다. 코지모는 쥐꼬랑지에게 털실 한 타래를 선물하고, 그 작은 선물은 소녀의 삶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해요.

사실 쥐꼬랑지는 누구보다 뜨개질을 좋아하는 아이였어요. 털실이 없어 뜨개질을 할 수 없을 때조차 상상 속에서 자신만의 뜨개질법을 만들어 낼 정도였지요. 마침내 자신의 재능을 펼칠 기회를 얻은 쥐꼬랑지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세상은 생각처럼 따뜻하지만은 않았어요. 사람들은 쥐꼬랑지의 재능을 인정하면서도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스웨터를 만들기를 바랍니다. 친구 아멜리아 역시 쥐꼬랑지의 재능을 이용해 자신이 성공하고 싶어 하지요.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춰야 하는 상황에서 쥐꼬랑지는 과연 자신이 진짜 만들고 싶은 스웨터를 완성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토록 바라던 행복은 정말 백조가 되어야만 찾아오는 걸까요?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쥐꼬랑지가 자신이 부끄러워하던 회색 쥐꼬리를 스웨터 안쪽에 당당하게 새겨 넣는 부분이에요. 다른 사람이 되기 위해 애쓰는 대신 자신의 고유한 모습을 작품에 담아낸 거죠.

우리는 누구나 감추고 싶은 콤플렉스 하나쯤 가지고 있잖아요. 외모일 수도 있고, 남들보다 부족하다고 느끼는 능력일 수도 있지요. 그래서인지 쥐꼬랑지의 성장이 더욱 마음에 와닿았어요.

더 멋진 사람이 되어야만, 남들에게 인정받아야만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던 마음을 다시 돌아보게 하거든요. 물론 성장하고 변화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지금의 나를 부정하면서까지 다른 사람이 되려고 애쓸 필요는 없겠지요.

꼭 백조가 되지 않아도 괜찮아요. 지금의 모습에도 나만의 특별함이 있고, 그것을 발견하고 가꾸는 힘은 우리 자신에게 있으니까요.

쥐꼬랑지의 곁을 지켜 주는 코지모의 존재도 참 따뜻합니다. 코지모는 소녀를 다른 모습으로 바꾸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쥐꼬랑지를 믿어 줘요. 진정한 우정이란 상대를 내 기준에 맞춰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자기다운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응원해 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이 책은 인물들의 마음을 선과 악으로 쉽게 나누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흥미로웠어요. 인정받고 싶은 마음과 질투, 호의와 욕심이 복잡하게 얽힌 모습은 어른인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쥐꼬랑지》는 아이들에게는 자존감과 우정의 의미를 알려 주고, 어른들에게는 잊고 있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동화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와 함께 읽으며 외모 때문에 속상했던 경험이나 친구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아도 좋겠어요. 자신감을 잃은 아이들, 친구 관계로 고민하는 아이들뿐 아니라 스스로를 자주 비교하는 어른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쥐꼬랑지가 자신만의 스웨터를 완성하듯 우리도 각자의 삶에 고유한 무늬를 만들어 가고 있겠지요.

다른 사람과 조금 달라도 괜찮아요. 남들보다 조금 천천히 걸어도 괜찮고, 아직 꿈을 이루지 못했어도 괜찮답니다. 누군가의 기준에 맞춰 다른 사람이 되려고 애쓰기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나만의 방식으로 삶을 채워 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배워야 할 진짜 성장이 아닐까요?

마음이 추운 겨울을 지나고 있는 아이에게, 그리고 어쩌면 어린 시절의 나에게도 포근한 스웨터처럼 다가갈 동화 《쥐꼬랑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따뜻하게 일깨워 주는 책이라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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