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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는 있다 - 오강남 교수의
이국진 지음 / 기독신문사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제인가 학교 캠퍼스에서 한 후배와 얘기를 나누다가 오강남 교수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되었다. 당시 본인은 오교수의 <예수는 없다> 라는 그의 책에 대해 익히 들어왔던터였다. 후배는 오교수가 일부 기독교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위험한 신앙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관습적인 기독교 신앙을 가진 이들을 위해 조금 위험스러운 질문들을 던지면서 독자들 스스로 깨닫게 하고자 노력한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조금 이상한 마음이 들어 얼마 후에 학교 서점에 가서 <예수는 없다>라는 책의 일부 내용을 살펴보았다. 내 생각으로는 후배가 잘못 판단한 것 같다. 오강남 교수의 입장은 그리 새로운 내용이 아니었다. 그가 말하는 역사적 예수나 기타 여러가지 교리에 대한 새로운 해석들은 그리 새로운 입장이 아니었다. 국내의 보수적인 기독교에서는 그것이 새로울진 모르겠지만 그 내용만으로는 익히 들어온 입장이었다. 그의 입장은 본인이 익히 알아왔던 외국의 일부 그리스도인들이 말하는 그런 입장이었다. 신학적인 지식이 부족하거나 국내의 극보수적 환경속에서 자란 이들은 외국에서 그리스도인이라고 스스로를 고백하는 이들 중에 예수의 부활과 예수를 통한 구원의 유일성, 그리고 동정년 탄생 등과 같은 다양한 사실들을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는 이가 상당한 수 존재함을 알면 깜짝 놀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이다. <예수는 있다> 라는 책은 국내에서 인기 있게 팔린 오강남 교수의 책의 내용을 반박하고 정통 기독교의 입장을 제시하려는 매우 새로운 성격의 책이다. 오강남 교수의 책이 인기가 있고 충격적이었던 것처럼 이국진 박사의 책도 매우 변증적이고 자신감이 있는 책이다. 왜 이 책이 볼만한지 알려주고 싶다.
이 책은 오강남 교수가 지적한 한국의 보수적인 기독교의 문제점에 대해 하나 하나 다시 반박하는 형태를 띄고 있다. 오강남 교수가 지적한 문제들을 간단하게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기독교와 다른 종교에서의 기적에 대한 입장
2) 기독교의 배타주의는 어리석은 입장이다.
3) 예수에 대한 기록은 다른 종교의 신화로부터 유래되었다.
4) 창세기 1장과 2장의 내용은 서로 모순된다.
5) 창세기의 아담과 하와, 노아의 홍수 등의 내용은 역사적 사실이 아니다.
6) 성경의 많은 내용은 역사적 기록이 아니라 신화와 같이 메시지를 줄 뿐이다.
7) 성경 사본을 고려해 볼 때 내용을 신뢰할 수 없다.
8) 성경을 문자적으로만 믿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9) 예수의 탄생과 관련된 동정녀 탄생 등의 이런 저런 얘기들은 허구다.
10) 실제적인 역사적 예수는 우리가 알고 있는 복음서의 예수와는 다른 예수다.
11) 예수의 부활은 사실이 아니다.
12) 독선적인 주장을 버리고 대화의 길로 나아오라.
빠진 내용도 많이 있지만 예를 들어 간단히 정리하면 이런 얘기들이 주로 다루어지고 있다. 저자는 오강남 교수가 주장한 내용들이 최근에 새롭게 오강남 교수가 제시한 내용이 아니라 이미 신학계에서 오래 전에 논의가 되었던 주장이었음을 설명한다. 그리고 그 이후의 학문적 성과를 통해 밝혀진 새로운 사실들을 제시하면서 오강남 교수의 주장에 대해 반박한다. 때로는 오교수가 제시한 입장이 오히려 오강남 교수가 반대했던 독단적인 입장과 같음을 다른 예와 또는 지적인 설명을 통해 설명한다. 반박을 위해 일부 주장에 대해서는 학문적인 결과를 바탕으로, 일부 주장에 대해서는 오강남 교수의 주장 방식과 유사하게 예화나 예를 들어 반대편의 입장을 설명한다. 이런 반증들은 신앙에 대한 호소가 아니라 전통적인 관점의 전제에 입각해서 이성적으로 살펴본 결과들이다.
이 책은 <예수는 없다> 라는 책을 보고나서 보면 더욱 그 의미를 잘 파악할 수 있는 책이다. 그러나 오강남 교수의 책을 읽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의심했을 법한 주제들에 대해서 변증을 하는 저자의 글을 보면 충분히 이해하고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책은 전체적으로 어렵지 않고 재미있게 서술되어있다. 각각의 핵심 문제들에 대해서 조목조목 따지면서 반증하는 형태를 띄고 있는데 나름대로 매우 설득력있게 책을 전개해 나간다. 그리고 보편적인 기독교에서 말하는 내용과 오강남 교수가 말한 내용의 차이점과 오해의 근거를 잘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오강남 교수의 주장의 오류들에 대해서 잘 파악하고 있다.
또한 특징적인 면은 기독교를 학문적으로만 접근하는 진보적인 시각의 문제뿐만 아니라 그와 같은 비판적인 시각의 근거를 제공해 준 국내의 왜곡된 기복신앙적인 기독교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십일조 문제, 서원 등에 대해서 다룸으로써 올바른 기독교의 원형을 제시하고자 저자는 노력한다.
저자의 입장은 복음주의적이며 책의 내용은 매우 변증적이면서 설득력이 있고 건전하며 신앙지상주의적인 것이라기보다는 건전한 회의론자의 입장이다. 내용이 대중적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보기에 적합할 것이다. 그리고 내용도 단순하지 않고 잘 썼다. 생각보다 조목조목 알차게 쓴 책이다. 책 후반부에 들어서는 저자의 신앙과 올바른 기독교에 대한 저자의 강한 호소가 곧곧에 담겨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큰 감동을 줄 것이다.
하나님을 알지만 하나님과의 인격적 교제가 없는 그리스도인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마음이 아프곤 한다. 자신을 그리스도인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예수님을 하나님으로 보지 않는 이들이 외국에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많이 혼란스러웠다. 기독교 내에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며 매우 급진적인 신학이 존재함을 알 필요가 있다. 그와 함께 극단적인 기복주의적인 기독교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알 필요가 있다. 신앙은 단순히 믿는 것이 아니라 사실에 근거해서 확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책은 그런 자세를 가지게 해 주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