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이 쓰레기같은 세상
우디 앨런 지음, 김연 옮김 / 황금가지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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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우디 알렌이야말로 천재라고 생각한다. 그는 작가보단 감독으로 더욱 친숙한 인물이다. '돈을 갖고 튀어라'부터 최근작인 '비취 전갈의 저주'까지 아이러니한 풍자와 날카로운 시각을 갖춘 뉴요커 우디 알렌. 감독으로써 그는 이 시대의 거장중에 하나임이 틀림없다. 그런 그의 소설집을 주저 없이 집어들었을때 쿨한 제목부터 마음을 사로잡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쓰레기같은 세상'은 여러 엽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황당한 유머와 통념을 뒤흔드는 상상력, 풍자 정신은 영화에서 익히 보아오던 느낌이다.

모든 소심한 신경증 환자는 다 모아 놓은 것 같다. 그의 최근작이 예리한 풍자력을 잃었다고 사람들은 평하고 있지만 어떻게 이 소심한 뉴요커를 미워 할 수 있을까? 그는 지금도 어디선가(분명 뉴욕) 웅얼거리고 있을 거다. 오랜만에 즐겁고, 뼈있는 책 한권을 본 것 같다. 우디 알렌의 팬들에겐 무조건 강력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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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맨의 죽음 범우희곡선 1
아더 밀러 지음, 오화섭 옮김 / 범우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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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밀러는 극작가로도 유명하지만, 마를린 몬로의 네번째 남편으로도 유명하다.
게다가 그의 아들은 감독이고, 딸 레베카 또한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결혼하였는데, 그 당시 루이스가 출연했던 -크루서블-은 밀러가의 가족 작품이라 해서 유명했다.
아서 밀러의 대표작 중의 하나인 -세일즈 맨의 죽음-은 시공간을 초월한 연극적 환상성과 리얼리티를 담은 작품이다.

예순 초반인 윌리 로먼이라는 세일즈맨의 우울한 말로가 상당히 잘 표현되어 있다. 그를 보고 있자면 -제 5의 도살장-의 빌리 필그림이나 순진하게 미쳐가던 여인을 그린 길먼의 -누런 벽지-를 떠올리게도 한다. 현실안에서 으스러져가는 정신은 이상으로 겨우 연명중이다. '인생은 짧아, 몇마디 농담 같은 것'이라고 푸념하던 그가 마지막까지 처절해 보이는 것은 아직도 제2의, 제3의 윌리 로먼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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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안선생의 사랑
시마다 마사히코 지음, 현송희 옮김 / 민음사 / 199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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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안 선생은 너무나 허구적이라 실재적이다. 시마다 마사히코를 처음 접하고 당혹스러움을 맞이 한다. 피안으로의 경지는 차안에서 가능 한가? 굉장히 실존적인 물음을 마지막까지 안고 있는 이 책은 때때로 물음의 무용에 읽는 이를 미궁으로 빠뜨린다. '생' 또는 '사'의 영역까지 뫼비우스띠처럼 하나의 고리로 보고 있는 피안 선생은 정체성이라는 물음안에서의 물음이다.

결국 선생은 피안에 이르기 위해 '고등 유민의 휴식처'인 정신병원에 오가면서도 정작 차안에서 벗어난 듯 보이는 사람은 선생의 연인 중의 하나인 교코이다. 기쿠히토는 선생에게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다가가지만 반러시아인으로 머무르고 만다. 시마다 마사히코는 단순히 한 젊은이에게 설교나, 희한한 인간인 피안 선생의 일상을 나열한 것일까?

차안에서 벗어난 교코는 피안 선생에게 보내는 편지에 이렇게 전하고 있다. '선생님은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로 분발해 오셨습니다. 사십대를 앞두고 이미 현세의 인생에서 몇 번이나 환생을 거듭해 버리신 것은 아닐까요? 하지만 선생님은 누군가로 변화된 것이 아니라 유일무이한 선생님 그대로인 채 미래를 향해 열려 있는 것입니다.' 이 글귀에서 나오는 선생님을 일본 문학으로 대처해 본다면 작가의 미궁같은 의도를 가듬 할 수 있을 듯 하다.

사랑으로의 피안 이야기 중에서 간간이 인용되는 나츠메 소세키나 돈 후안, 겐지 이야기는 분명 문학의 엿봄이다. 시마다 마사히코는 피안일기를 빌어 영원히 거짓말을 함으로서 연애나 청춘을 결코 끝나지 않게 하는 것이 소설가의 사명이며, 거기에는 체력이 필요하다. 일본문학의 근본적인 문제는 체력부족에 있다고 술회한다. 한마디로 이 소설은 진정으로 일본 문학의 아이덴티티를 고뇌한다. 피안 선생과 그의 여인들, 그의 친구들, 기쿠히토에 이르기까지 모두 차안에서의 소설, 일본 문학의 존재를 상징 하는 것처럼 보인다.

기쿠히토란 인물이 일명 돼지목 교수에게 듣는 의미 심장한 말은 이러하다. '예수는 제자들에게 명확한 답을 주지 않았다. 역으로 대답을 다 알아버리면 살아가기가 어렵게 되어버린 다는 것을 가르치려 했던 거다....'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어 보이던 제자는 아직 깨닫지 못 한듯 이 보이지만 답은 처음부터 없는 것이었다. 실존자체가 그러하니까.

이 소설대로 라면 시마다 마사히코가 생각하는 일본 소설은 긍정으로 노마드한 문학이다. 결국 피안 가까이 이른 교코가 말하지 않는가. '선생님은 누군가로 변화된 것이 아니라 유일무이한 선생님 그대로로 미래를 향해 열린 것이라고.' 아베 코보가 내뱉던 실존에 감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마다 마사히코라는 젊은 작가의 실존론도 당황스럽긴 해도 일본 문학의 지속적인 신뢰감을 가져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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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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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오십년 넘게 조용히 살아온 남자는 어느날 찾아든 비둘기 한마리때문에 정연하던 삶의 질서가 조금씩 파열되기 시작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비둘기는 그의 의식 자체를 갉아먹는다. -비둘기-의 경비원 조나단 노엘은 흡사 좀머씨와 같은 인물이다. 그러면서도 -콘트라베이스-의 베이스주자와도 동일한 성격을 띠고 있다. 이 인물들의 공동적 집합체가 바로 작가인 파트리크 쥐스킨트라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비둘기-는 앞서 말한 -콘트라베이스-와 -좀머씨 이야기- 사이에 완성된 작품이다. 베이스주자의 소심한 성격을 닮은, 그러나 세상과 단절된면에서는 좀머씨와 좀더 가까운 인물이다. 과거의 트라우마가 깊게 잠식해 있는 조나단 노엘은 극도로 예민하며, 소심하고, 평범한 인물이다. 그런 그에게 날아든 비둘기는 굴곡없이 심심하게 영위해오던 생활을 단숨에 흔들어 버린다. 책 속의 문장을 인용해 보면 '그가 절대로, 결코 비둘기를 몰아낼 수 없으며, 그 반대로 오히려 비둘기가 오래전에 그를 내쫓았다는 것이 너무나도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렇듯 비둘기에게 보금자리를 빼았겨 버린 조나단 노엘은 신경쇠약 진적에 놓인 불쌍한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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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여 안녕 Classics in Love (푸른나무) 6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희동 옮김 / 푸른나무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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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강의 너무나도 유명한 소설인 -슬픔이여 안녕-을 언젠가 영화로 봤던 기억이 난다. 아름다운 여배우 진 세버그가 세실을, 자적인 배우 데보라 카가 고혹적인 안으로 출현했었다. 프랑소와즈 사강은 19세의 나이에 -슬픔이여 안녕-을 썼다. 그리고 곧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유명세의 수순인 가십들과 작품의 영화화로 이어졌다. 몰론 작품보단 상당히 흥미로웠을 소녀 작가에 대한 관심이 폭주했었으리라 생각된다.

-슬픔이여 안녕-을 보고 있자면 19세 소녀작가가 썼다는 사실에 새삼 놀랄것이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천재적인 그 어떤것이 담겨있다는 것은 아니다. 어린 요절가인 라디게의 소설처럼 이 소설에도 사강만의, 그때의 그녀가 느꼈던 솔직함과 당돌함이 그대로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다. 세실이라는 인물만 보더라도 다중적이고 위기적인 십대의 불안전함을 가지고 있는 소녀이기에 그녀의 고백과도 같은 이 소설이 더욱 생생하다.

세실은 17살로 동경화의 대상인 안과 현실의 향락주의자인 아버지 사이에서 고되한다.다가오는 동경을 거부하려는 그녀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아버지와 자신만의 세계화는 어떤 측면에서 보면 여지없는 일렉트라 콤플렉스를 내포인다. 고전적 가치관을 지닌 안이 후에 제거됨으로서 미래의 세실은 과거를 돌아보며 멜랑꼴리 해진다. 그 속엔 자신의 17세 여름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세실은 슬픔을 보내면서의 안녕이 아니라 웅크리고 있던 가슴속에 불현듯 나타나는 슬픔을 맞이하며 안녕이라고 인사한다. 슬픔이여 안녕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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