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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란 무엇인가
안경환 지음 / 홍익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읽고 난 후
서평에 앞서 시중에는 정말 다양한 주제의 책들이 많이 있다. 그런 수많은 주제의 책들을 한 권씩 읽어간다는 것은
지금까지 생각해보지 않았던 그 주제들에 대해 책을 통해 읽고 생각하고 정리하면서 생각의 지평이 넓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이 책 역시 지금까지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주제인지라 읽게 되었다.
지금까지 내가 가지고 있던 한국 남자들에 대한 생각은 '불쌍하다', '살기 참 힘들다' 등 안쓰러운 존재이다.
물론 나 자신이 남자여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어린 시절에는 남자와 여자는 별반 차이가 없는 줄만 알았던게 사실이다.
부모님을 봐도 맞벌이를 하면서 같이 일을 하고, 가사 일은 엄마가 더 맡아서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 풍경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이는 부모님의 부모님 세대 즉 우리들의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들로부터 학습된 결과이고
tv나 영화를 통해서도 가부장적인 모습의 가정을 많이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서부터인지 모르지만 여성들의 인권이 정말 많이 신장되어
어린시절 부모님에게 배워왔던 행동이나 말들을 잘못하면 뭇여성들에게 엄청난 공격을 받게 된다.
그렇게 과거의 공고했던 남성의 자유와 권위는 조금씩 낮아지고 있는 상황인데, 지금 이 상황을 나는 부정적으로 보진 않는다.
다만 낮아진 남성의 자유와 권위만큼 여성들도 신장된 자유와 권위에 따른 책임도 같이 떠안았으면 하는 것이다.
이제 더이상 가사나 육아는 여성이 하는 것이 아닌 남성도 같이 하는 것이 된만큼
결혼 등에 있어서도 남자가 집은 해와야지 하는 그런 구시대적인 발상은 퇴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에서는 남자의 본성, 결혼, 사회, 눈물 이 4가지 키워드로 남자를 이야기한다.
남자의 본성 부분에서는 상당부분 공감이 갔다.
먼저, 질투라는 것은 여자의 것이라고만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제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여자의 질투와 남자의 질투는 질투라는 맥락에서는 같지만
여자의 질투와 달리 남자의 질투는 욕구(탐욕,권력욕,성욕 등)를 동반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기에
남자의 질투는 잔인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요즘 흔히 듣는 그루밍족(grooming族)이라고 한번쯤 들어봤을 것인데,
그루밍(grooming)이라는 것은 마부(groom)가 말을 빗질하고 목욕시키는 데서 유래한 단어로
남자들도 여자들의 활발한 사회진출에 대응한 방어책이라고도 보면 될 것 같다.
물론 위와 같은 원인이 아니더라도 인기있는 남자 연예인들이 화장을 하고 나오면서
이러한 영향을 받아 점차 일반인들도 화장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정말 앞으로 남자들도 하이힐을 신고 다닐 일이 다가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아찔할 뿐이다.
두번째 키워드 결혼에서는 주로 순결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는데,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의 내용을 통해 남성의 이기적인 행위들을 꼬집었다.
우리 사회에서는 경제적인 부분에서 재벌이라는 기득권 세력과 노동자라는 계층으로 나누어져 있다면
사회,정치 분야에서의 남성이라는 기득권 세력과 여성이라는 계층으로 나누어져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남성은 갖가지 부당한 법안과 규제, 관습 등을 무기로 여성들의 참여를 막고, 경고를 해왔다.
하지만, 이제 여성들의 능력이 남자들과 큰 차이가 없음을 쿨하게 인정해야 하며,
남자들도 여성들만의 분야라고 생각하는 분야에 머뭇거리지 말고 당당하게 진출을 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번째와 네번째 키워드인 사회와 눈물은 같은 맥락으로
한국 남자로서 태어나서 겪게되는 군대, 가장으로서의 무게, 술 등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데
며칠 전 본 인터넷을 통해 본 글이 불현듯 떠올랐다.
"아버지가 눈치 보며 살아왔던 덕분에 아들이 내가 눈치 안보고 살 수 있었다고"
책에서 헬조선과 노오력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기성세대들은 지금의 젊은세대들에게 자신들이 일궈놓은 발전한 한국에 대해서
헬조선이라고 부르는 젊은세대가 마냥 좋게 보이지 않을 것임은 안다.
하지만 시대는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기에
더이상 과거의 방식은 미래를 위한 참고 도구일 뿐이며
과거에 통했던 노력이라는 키로 현재의 자물쇠를 열수 있는 것은 아님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 젊은세대들도 우리나라를 헬조선이라고 부르면서 깎아내리고
비겁하고 겁많고 무기력하다는 비난에 대해서 정면 돌파하여
과거와는 선을 긋고 새 시대를 여는 주인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살아갔으면 좋겠다.
전반적으로 기대했던 것과 같은 내용이었고, 많은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었으며
다만, 다소 주제와 어긋난 내용들이 있어 집중에 방해가 된 점이 없지 않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