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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인문학
진중권 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1월
평점 :
품절
『치유의 인문학』,인문학을 통해 무언가를 치유를 하고자 하는 시도에서 반가웠다.
최근들어 서점가에 가면 인문학 콘서트,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등 인문학과 관련된 책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출판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각박한 우리 시대에 참 좋은 현상이 아닌가 한다.
이 책은 지금까지 접해왔던 인문학 책들과는 달리 인문학의 활용이라는 점에서 한치 망설임 없이 서평이벤트를 신청하여 이렇게 받아서 읽을 수 있었다.
서평에 앞서 책 표지에 '시대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아야 상처가 반복되지 않는다'라는 문구가 내 안에서 무언가를 요동치게 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것과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은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인데, 시대의 아픔을 외면하여 상처가 반복된다면
인간의 상처에 빗대어 결국에는 그 상처는 곪고 곪아 절단을 하게되고 장애로 남게 될 것이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이러한 상황이 우리나라에서 계속해서 축적되고 있다.
개인의 상처는 병원에 가서 치료를 하면 된다. 그러나, 사회와 국가로부터 받은 상처에 대한 해결책은 없어 혼자 앓고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책에서는 10명의 지식인들이 광주트라우마센터(2012년 개소하여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등 국가 폭력으로부터의 생존자와 그 가족들을 치유하기 위한 센터이다.)에서
각기 다른 주제로 강의를 한 내용들을 정리해놓았으며, 읽으면서 그동안 우리도 모르게 얼마나 많은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지 알게 되었고,
머리와 마음 속이 복잡하면서도 허탈한 감정으로 읽기가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멀리 볼 필요도 없이 지금 현 정권에서만봐도 취임 시점부터
국정원을 이용한 댓글로 부정선거 혐의, 청와대 대변인 성추문,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인사참사, 초이노믹스의 실패, 세월호 참사, 단통법 개정,
담뱃값인상, 가습기 피해, 성완종리스트, 메르스 사태, 국정원 직원 자살 미스터리, 국정교과서, 위안부 졸속합의, 백남기 농민 사망, 그리고 현재 최은실 게이트에 따른 탄핵
이 모든 사건이 불과 4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발생한 것이다.
위 사건들로 인한 피해자 역시 이루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국가에서는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행위들만 일삼고 있다. 정말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성숙한 국민들은 촛불을 통한 평화 집회로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냈으며, 윗물이 탁한데 아랫물은 맑은 기이한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과 같은 시국에서는 온 국민의 분노와 그 분노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과 방향이 한데 모아져서 트라우마라는 것이 끼어들 틈이 없어보인다.
그러나 구심점이 사라지고 나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는 다양한 구심점들(세대,계층,지역,경쟁 등)로 인해 서로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는 일이 되풀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을 되풀이 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에 대한 방법을 책 속의 강의 내용이 100% 만족할만한 답을 주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국민 개개인으로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알려주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국민 개개인이 노력하고, 개개인에 대한 처방이 진행되어도 결국 윗물이 맑아야 할 것이다.
내가 하고 있는 일 중에서 아동들을 대상으로 심리서비스를 지원해주는 것이 있는데, 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에 방문을 하여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물어보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여기서 일주일에 한번 받아봤자 집에가면 결국 원상태가 되어 효과가 미비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용자 부모들은 서비스 기간의 연장만을 요구한다. 정말 아이러니할 수 없다.
예전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 '교실이데아'가사 중 '왜 바꾸지 않고 남이 바꾸길 바라고만 있을까'라는 가사가 있는데,
가정에서도 부모가 바뀌지 않고 자녀들에게만 문제가 있다고 서비스를 신청하기보다는 부모들 자신도 자신들의 양육 방식에 문제는 없는지에 대한 것이 선행되어야한다.
여담이 길었는데 즉,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국민들만의 문제로만 일삼으며 사찰, 구속, 등의 강압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하지 말고
사회에 만연한 사회문제들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통한 국정 운영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렇듯 '치유의 인문학'이라는 책을 읽음으로써 한국 사회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이러한 내용들을 통한 생각들을 나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공유함으로써 좀 더 밝고 건강한 우리 사회가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