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생을 바꾸는 결혼 수업
남인숙 지음 / 해냄 / 2017년 6월
평점 :
어느 책에선가 이런 구절을 본 적이 있다. '사랑은 연필로 써야한다. 쓰다가 틀리면 지워야 하니까' 연필 끄적이듯 사랑을 끄적이다 아니다 싶으면 이별의 지우개로 지우는 것, 남은 자국은 세월에 바래가는 것. 우리가 하고 있을 '연애'가 그럴테다.
그런데 결혼은? 결혼은 지울 수 없다. 결혼은 볼펜으로 사랑을 써내리는 것이고 어쩌면 영원한 것이다. 수정펜이라는 도구가 있긴 하지만 이혼이란게 그렇듯, 없던 일로 덮자는 것이지 완전히 지워낼 순 없다. 우리는 한없이 신중해진다. 볼펜을 들어 결혼을 큼지막히 써내리기에 앞서, 자를 들어 이것저것 재기 시작한다. 경제력,성격,집안환경.....잣대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가장 중대한 선택을 앞둔 당신이 가장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결혼 20년차 남인숙 작가의 조언은 냉철하면서도 따뜻하다.
이 책에는 지극히 현실적인 결혼에 대한 정의, 결혼 할 남자를 결정하는 방법, 결혼의 기준, 남편 사용법, 시댁에 대한 조언이 담겨 있다. 단순히 결혼을 위한 조언 뿐만아니라 결혼 후의 삶까지 아우른 덕분에 미혼여성이든 기혼여성이든 읽어볼만 하다. 아직 '결혼'이란 단어에서 한발짝 물러나 있는 나이여서인지 이 책을 읽으면서 유심히 살폈던 부분은 결혼에 대한 정의와 결혼할 남자를 결정하는 방법이다. 신데렐라를 꿈꾸는건 아니지만 일생에 한 번 있는 결혼에서 나와 잘 맞는 남자를 고르는 일은 중요할 테니 말이다.
작가는 여러 조언에 앞서 당부한다. '미혼일 때 행복해야 결혼해야 행복하다'고 말이다. 우리는 착각하곤 한다. 결혼을 '불안'을 '행복'으로 바꿔주는 마법같은 것 혹은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난 영원한 안식처쯤으로 말이다. 하지만 결혼은 따로 걷던 길을 같이 걷는 것뿐이다. 달라지는건 없다. 오스카 와일드가 말했듯, 평생동안의 로맨스는 자기애 뿐이며 자기애(자존감)가 뒷받침 되어야만 결혼의 달콤한 로맨스또한 가능하다.
어느새 이 여자, 그러던중 이 남자
반드시 이 여자, 기필코 이 남자
영원히 이 여자, 끝까지 이 남자
"저희 결혼합니다"란 뻔한 구절 대신 써있던 청첩장 문구다. 결혼에 다다르는 연애의 시간은 '어느새' '반드시' '영원히'로 이어진다.
영원를 다짐했던 결혼의 황홀한 순간이 최선의 선택이길, 그 후의 삶또한 그러하길 누구나 꿈꿀 것이다.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인식이 만연해서인지 결혼이 주는 압박감은 예전보다 덜하다.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연애가 결혼의 연장선이 될 수도 있고, 옆구리께를 강하게 파고든 외로움이 결혼에 불을 지필 수도 있다. 결혼은 먼듯해도 가까이 존재하는 무언가다. 또한 B(Birth)와 D(Death)사이에 존재하는 무수한 C(Choice) 중에 가장 중요한 C(선택)인만큼, 결혼 20년차 남인숙 작가가 건네는 조언은 묵직하게 다가온다.